2025년 서울 퀴어퍼레이드:
윤석열 파면 이후 자신감 있게 치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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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제 26회 서울 퀴어퍼레이드(성소수자 자긍심 행진)가 올해에도 성대하게 열렸다.
서울 도심 종각역부터 을지로입구역까지 퀴어퍼레이드 축제 행사장이 차려졌다.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하기 전부터 사람들이 북적거려 걷기 힘들 정도였다. 다양한 부스마다 사람이 넘쳤다. 행진에 참가한 수만 명의 퍼레이드 대열은 종로 일대와 명동을 돌아서 을지로입구로 다시 돌아오며 해방감을 만끽했다.


2030 청년 참가자가 많았고 부모와 함께 온 자녀들도 눈에 띄었다. 동성 연인과 손을 꼭 잡은 모습, 성별 이분법에 구애받지 않는 개성 있는 옷차림들과 재치 있는 팻말들이 다채로웠다. “여자 사위? 너무 좋아,” “동성애는 신이다”(‘동성애는 sin이다=죄다’라는 개신교 극우 구호 패러디) 등.
참가자들의 표정은 밝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오히려 윤석열 파면 이후 안도와 자신감을 얻은 분위기였다.
개신교 극우 세력이 시청 부근에서 교회들을 동원해 퀴어퍼레이드 반대 집회를 열고, 행사장 주변에서 소규모가 “퀴어 축제 척결”을 외쳤지만, 참가자들은 1도 기죽지 않았다.
행사장 안에는 성소수자와 퀴어퍼레이드를 지지하는 개신교, 가톨릭, 불교 단체의 부스도 있었다.


올해 퀴어퍼레이드에는 윤석열 탄핵 집회에서 봤던 반가운 깃발들도 많이 보였다. 성소수자들은 윤석열 탄핵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했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행진하면서 차별금지법 제정 등 새 정부에 개혁 과제를 요구했다.
주최측은 ‘윤석열 퇴진 성소수자 공동행동’에 행진 차량을 배정하고, “남태령에서 만났던”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를 무대 발언으로 섭외하며 윤석열 탄핵 운동과의 연계성을 드러냈다.
‘윤석열 퇴진 성소수자 공동행동’ 차량은 지난 겨우내 “파면~, 파면~, 윤석열~ 파면!” 외치던 구호를 “제정~, 제정~, 차금법~ 제정!”으로 바꿔 외쳤다.
고공농성 중인 한화오션 노동자들, 한국옵티칼 노동자들에 연대하는 활동도 있었고, 명동으로 행진해 세종호텔 고공농성장을 지나갈 때는 참가자들이 연대의 환호를 외쳤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도 연대 발언을 했다.


한편, 다국적 기업 구글과 영국, 독일 등 제국주의 국가의 대사관들도 행사장에 공식 부스를 차려 참가했다.
양선우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대표는 올해가 퀴어퍼레이드 25주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첫해 50명으로 시작한 행진이 이제 15만 명으로 늘어나며 성소수자 가시화를 이뤄 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혐오세력이 준동하고, 많은 성소수자들이 제도 밖에 있다고도 지적했다.
퀴어퍼레이드 얼마 전, 이화여대 당국은 한국퀴어영화제 대관을 불허했다. 개신교 극우 세력이 학교당국에 대관 불허 압력을 넣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파면 이후에도 기층 곳곳에서 극우의 공격이 계속될 것이다.
개신교 극우는 시청 쪽에서 대중 집회를 열고 퀴어퍼레이드 반대, ‘차별금지법 반대, 학생인권법 반대, 낙태법 반대’ 등을 요구했다. 트랜스 여성을 공격하려고 “여성 역차별”이라는 팻말도 내세웠다. 차별금지법이 다수에 대한 역차별이란 주장도 펼쳤다.
게다가 역겹게도 국민의힘 국회의원 윤상현이 나와 연대 발언을 했다. 윤상현은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 윤석열/국힘과 거리 극우 사이에 거간꾼 노릇을 했던 자다. 개신교 우파 집회에서 새 정부에 맞설 동력을 얻으려 한 것이다.
극우가 퀴어퍼레이드에 맞서 맞불 집회를 대중적으로 수 년간 진행하며 주류 정치권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 것은 앞으로 이들의 혐오 선동에 대중적 행동으로 맞서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했다.
올해도 퀴어퍼레이드에서 팔레스타인 상황을 알리고 연대하는 대열들도 눈에 띄었다. 유학생들과 한국인들 수십 명이 “프리 팔레스타인!” 구호를 외쳤고, 호응이 좋았다.


본지 〈노동자 연대〉 이번 호 1면이 “트랜스젠더 권리를 옹호하라”였는데, 이 1면을 들고 행진하는 사람도 있었다. 퀴어퍼레이드 행사장 인근에서 있었던 〈노동자 연대〉 신문 가판도 인기가 좋았다.
오늘의 해방감이 일터에서도, 학교에서도, 거리에서도 계속 이어질 수 있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