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미국 패권 위기 틈새를 노려 유럽 열강 틈새에 끼려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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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7~8일 나토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재명 대통령도 참석한다.
나토 정상회의는 미국이 유럽과 안보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비유럽 나토 회원국인 캐나다도 편의상 ‘유럽’에 포함하겠다.)
유럽은 미국과는 독자적인 제국주의 세력이다. 지난 1년 동안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상대로 대리전을 이어가도록 지원하는 뒷배 역할을 미국으로부터 넘겨받아 왔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까지 타격하고 있고 그 결과 유럽으로의 확전 위험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유럽 국가들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자행하는 인종학살의 주요 지원국이며, 중동과 아프리카의 옛 식민지에서 직접 행사하는 정치적 영향력도 상당하다. 이란 전쟁 동안 유럽이 제공한 군 기지에서 미군 전투기들이 출격한 횟수도 5,000회에 달한다.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집단 서방’은 미국 중심 제국주의 질서를 지키는 데서 이해관계를 같이 해 왔다. 그러나 최근 그 질서가 흔들리는 가운데 ‘집단 서방’ 내 균열도 커져 왔다.
특히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한 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발 빼려는 것을 보며 유럽 권력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또한 트럼프는 유럽 권력자들을 박대하며 국방비를 증액하라고 그들을 압박했다. 결국 지난해 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은 국방비를 10년 안에 국내총생산(GDP)의 5퍼센트로 인상하기로 약속했다. 기존 목표치였던 2퍼센트도 오랫동안 달성되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극도로 가파른 인상이다.
지난 1년 동안 유럽 국가들은 실제로 국방비 지출을 전년 대비 무려 20퍼센트나 늘리며 재무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징병제까지 부활시키고 있다.
유럽 동맹국들이 트럼프의 안보 분담 요구에 응하는 것은 자신들도 재무장 필요를 느끼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과 유럽 간의 골은 지난 1년간 깊어졌다.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차지하려 하고, 러시아에 유리한 조건으로 우크라이나 종전하는 것을 강요하며, 지난 2월 말 이란 침공 계획을 사전에 알리지 않는 등의 일들을 겪으며 유럽 권력자들은 과거만큼 미국을 신뢰하지 않게 됐다.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의 이란전 협조 요구에 사실상 불응했고, 일부 국가들은 영공 사용을 제한했다. 그린란드 병합 시도에 맞서 보복 관세를 검토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유럽의 유력한 안보 인사는 “마침내 유럽이 미국이 바라던 [군사력을 갖춘] 동맹으로 바뀌고 있지만, 정작 둘은 더 멀어지는 아이러니”라고 꼬집었다.
이번 회의를 앞두고도 트럼프는 미국이 나토 비용을 떠안고 있다며 동맹국들을 비난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또한 유럽 국가들이 이란과의 전쟁에 기대만큼 협력하지 않은 것에 또다시 불만을 터뜨리며 “돈보다 충성”을 요구했다. 전쟁부 장관 피트 헤그세스는 유럽 주둔 미군을 감축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유럽 국가들은 재무장에 필요한 무기를 대거 미국산으로 구매해 트럼프를 달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어떤 성과도 거두지 못하도록 미국을 견인하는 데에 매달릴 것이다.
이재명의 참석 의도
이런 회의에 이재명이 참석하는 목적은 두 가지로 짚어볼 수 있다. 일차적으로는 한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집단 서방’의 일원임을 과시하려는 것이다.
야당 시절 이재명은 윤석열 정부의 서방 제국주의 지지 일변도 노선을 다음과 같이 비판한 바 있다.
“전쟁에서 최대한 비켜서 있어야 한다. 동네일에 깊이 끼는 것은 바보짓이다.”
그랬던 이재명이 집권 1년여 만에 윤석열과 마찬가지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실 취임 이래 이재명은 서방 제국주의에 밀착하는 행보를 걸어 왔다. 지난해에는 트럼프 앞에서 한국이 “중국과 북한 잠수함” 견제에 앞장서겠다며 아부했고, 올해 한·EU 정상회담 선언문에는 러시아 규탄과 중국 견제 내용을 담았다. 이번 나토 회의 참석도 그 연장선에 있다.
게다가 미국은 나토의 안보 지평을 아시아·태평양으로 확대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4개국(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을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시키려 해 왔는데, 이번 참석은 거기에 호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친서방 노선이 단순한 미국 추종은 아니다. 이재명의 이번 나토 회의 참석은 한미동맹과 별개로 유럽 제국주의와도 관계를 다지려는 목적도 있는 것이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구했을 때에도 이재명 정부는 호응도 거부도 하지 않은 채 유럽과 보조를 맞추는 길을 택한 바 있다.
유럽과의 이런 보조 맞추기는,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제국주의 질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한국 자본주의 국가의 이익을 강화하기 위한 협력 대상과 시장 다변화인 것이지, 제국주의에 도전하는 것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유럽 권력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우크라이나를 앞세운 러시아와의 대리전을 이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이재명의 나토 회의 참석은 ‘방산 수출 외교’ 목적도 크다.
그러나 ‘죽음의 상인’ 행동은 위험천만한 제국주의 대리전에 더 깊숙이 관여하는 과정일 수 있다.
반(反)제국주의 좌파가 취하지 말아야 할 태도는 침묵하는 것은 물론이고 ‘방산 수출을 위해 자주외교를 놓치면 안 된다’고 조언하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제국주의 질서의 (부차적이지만) 일원으로서 의식적(“자주적”)으로 한반도를 제국주의 경쟁에 더 깊숙히 밀어넣고 있음을 폭로해야 한다.
또한 애국주의자들이 강조하는 국익을 논박하고, 반자본주의적 관점에서 제국주의에 맞서는 운동을 조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