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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유대인 혐오”라고 비방하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미국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당신은 우리 편 아니다”

미국에서 좌파 하원의원으로 명성이 높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또 비방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활동가와 지지자들의 커다란 반발을 사고 있다.

6월 10일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유대인공보위원회(JCPA)‘가 주최한 토론회에 패널로 참여했다. JCPA는 이스라엘이 인종분리주의 국가라는 규정이나 ‘보이콧, 투자 철회, 제재(BDS)’ 운동을 “유대인 혐오적”이라고 비방해 온 친(親)이스라엘 단체다.

그 자리에서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유대인을 혐오하는 증오 시위는 진보적 가치를 훼손한다”고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중상했다.

뒤이어 6월 22일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인종 학살 공범인 바이든을 공식 지지하는 집회를 열었다. 또 다른 대표적 진보파 의원 버니 샌더스도 그 집회를 공동 주최했다.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이스라엘 비판이 유대인 혐오라는 비방에 줄곧 맞서 왔다. 10월 15일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서울) ⓒ이미진

오카시오-코르테스의 이런 행보는 11월 대선에서 바이든의 재선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을 의식한 것이다. 바이든의 이스라엘 인종 학살 지원에 대한 대중적 반감이 크고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크게 일어나면서, 바이든의 지지율은 대선 승리를 기대하기에 턱없이 낮다. 그래서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운동을 단속해 진보 성향 유권자들을 민주당 투표로 이끌려는 것이다.

오카시오-코르테스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비난은 전쟁 발발 직후에 시작됐다. 지난해 10월 8일 오카시오-코르테스는 뉴욕시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긴급 집회를 “증오 시위대”, “유대인 혐오자들”이라고 비난해,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대의 격한 항의를 받은 바 있다.

마찬가지로 뉴욕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벌어진 팔레스타인 연대 캠퍼스 점거를 경찰이 탄압할 때에도,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이를 외면하고 바이든에 밀착해 그의 선거 운동을 수행했다. 뉴욕시에서 당선된 ‘진보’ 정치인이 뉴욕시 경찰(NYPD)의 만행을 모른 체한 것이다.

그녀가 속한 미국 민주사회당(DSA)의 당론은 이스라엘 인종 학살을 규탄하고 캠퍼스 점거 농성을 지지하는 것이었지만, DSA는 당의 실질적 원내대표인 오카시오-코르테스에게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진보적 변화는 민주당과 의회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전망 때문에, 자당 하원의원을 민주적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것이다.(관련 기사 본지 322호 ‘미국 민주사회당(DSA)의 민주적 사회주의’)

대표적 좌파 의원에서 “인종학살자 바이든” 옹호자로

이런 행보는 오카시오-코르테스가 여러 해 전에 내린 정치적 선택의 결과다.

오카시오-코르테스는 트럼프 집권기에 여러 진보적 발언으로 인기를 구가했다. 그녀의 부상은 트럼프 임기 전후 미국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를 반영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하에서 오카시오-코르테스는 바이든과의 협력을 선택했다. 바이든 정부의 성공이 트럼프와 극우에 맞설 유일한 방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압박도 영향을 미쳤다. 오카시오-코르테스에게 진보적 언사가 비교적 허용됐던 트럼프 집권기와 달리, 민주당 정부하에서는 바이든의 국정 운영에 협조하라는 지도부의 압박이 훨씬 강해졌다.

오카시오-코르테스는 그 압박에 순응한 덕분에 민주당 지도부와 매우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러나 좌파 의원으로서 누리던 인기는 눈에 띄게 시들해졌다.

결국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이스라엘 지원 문제를 계기로 그녀가 이끌던 좌파적 하원의원 모임 ‘스쿼드’를 분열시켰다.

2021년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미사일 방어 체계에 대한 미국의 재정 지원 증액에 반대하지 않고 기권했다.

이때도 DSA의 당론은 대(對)이스라엘 군사 지원 반대였지만, DSA는 오카시오-코르테스에게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았다.

이후 ‘스쿼드’ 의원들의 행보는 엇갈렸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 전쟁이 시작된 이후 ‘스쿼드’의 한 명이었던 팔레스타인계 의원 라시다 틀라입은 바이든의 대(對)이스라엘 지원에 반대했다. 반면, 오카시오-코르테스는 바이든을 “미국 현대사상 최고의 대통령”이라고 칭송했다.

오카시오-코르테스가 바이든을 감싸고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지지층을 바이든 투표로 몰고 가려 애쓰는 것은 운동의 투지와 대의를 꺾으려는 것이다.

제국주의적 전쟁은 좌파들을 시험대에 올린다. 오카시오-코르테스는 그 시험대를 통과하지 못하고 자국 제국주의를 감싸는 선택을 한 것이다.

“너희는 학살 공범을 돕고 있다”

옳게도 미국에서 전투적으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건설해 온 단체들은 오카시오-코르테스와 선을 긋고 있다.

뉴욕시에서 활동하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단체인 ‘우리 생애 안에(Within Our Lifetime)’ 등은 6월 22일 오카시오-코르테스가 주최한 바이든 지지 집회 앞에서 맞불 시위를 벌였다. 활동가 수백 명이 경찰 저지선과 충돌하며 “너희는 학살 공범을 돕고 있다!” 하고 규탄했다.

미국의 주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단체 ‘팔레스타인청년운동(PYM)‘도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몇 주 동안 DSA의 선출된 정치인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와 자말 보우먼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비방하고, ‘우리 생애 안에’가 조직한 맞불 시위를 비난했다. 그뿐 아니라 오카시오-코르테스, 보우먼, 샌더스는 인종 학살 최고사령관[미 대통령의 별칭인 ‘군 최고사령관’에서 따온 표현]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민주당 내 ‘진보파’인 이들은 인종 학살의 공범 노릇을 하고 있다. 이들은 바이든을 지지하고, 시온주의 세력에 대한 재정 지원에 찬성 투표하고, 시온주의 반대와 유대인 혐오를 교묘하게 뒤섞으며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비방했다.”

PYM은 오카시오-코르테스 등의 ‘바이든 차악’론도 비판했다.(관련 기사 본지 507호 ‘샌더스, 바이든 지지 호소: 바이든은 차악도 못 된다’)

“우리는 분명히 밝힌다. 차악론을 들이대며 우리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핍박하지 말라.

“‘파시즘에 맞서 투표하라’, ‘후보가 누구든 파란색[민주당]에 투표하라’는 당신들의 수사는 인종 학살에 책임이 있는 바로 그 정치인들을 지지하도록 우리를 압박하려는 술책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는 분명히 밝힌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그 책임은 오로지 민주당에 있다.”

미국 대학생들의 캠퍼스 점거 운동을 주도하는 연대체 ‘팔레스타인의 정의를 지지하는 학생들’(SJP) 전국위원회도 6월 27일 성명을 발표했다.

“DSA 소속 의원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와 자말 보우먼의 비방 운동과, ‘인종학살자 조’ 바이든 자신이 팔레스타인인들의 해방 운동에 가하는 공격은 서로 연결돼 있다.

“지난 몇 달 동안 우리 운동은 시위 진압 전술, 비방 운동, ‘진보 좌파’의 심리 조종에 시달려 왔다. 이 선출된 정치인들은 우리의 대중 운동을 정치적 도구로 취급한다.

“우리의 지지는 우리를 억압하는 자들, 인종 학살을 돕는 자들, 그런 자들을 돕는 정치인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오카시오-코르테스와 보우먼 같은 인사들은, 야수의 심장 안에서 대중의 뜻을 옹호하고 우리의 정당한 해방 운동을 방어하고 백인 우월주의적 권력 구조에 직접 도전하며 시온주의와 미국 제국주의의 발현 일체에 단호히 맞설 때만 유용하다. 이를 위한 실질적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선출된 정치인들을 적으로 간주한다.”

SJP는 DSA에도 촉구했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지지하는 DSA 당원 및 선거운동원들에게도 요구한다. 그 의원들의 책임을 물으라. 우리 운동의 편에 서기 위한 행동을 즉시 취하라.” DSA는 6월 28일에 바이든 사퇴 촉구 성명을 (민주당 내부와 〈뉴욕 타임스〉 사설에서조차 바이든 회의론이 나온 이후에야 뒤늦게) 발표했지만, 그러면서도 자당 의원들의 바이든 지지 행보에는 침묵했다.

그러나 SJP의 지적처럼, 팔레스타인인들의 “해방은 투표소에서, 혹은 DSA의 선거 프로젝트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중 운동 건설에 초점을 맞추고 그 운동을 선거에 속박시키지 않을 때, 설령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가 옹호하는 이 체제의 패악에 맞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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