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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 바이든 지지 호소:
바이든은 차악도 못 된다

“제노사이드(인종학살자) 조!”

바이든에 대한 지지가 악화일로다. 60퍼센트에 이르는 미국인이 바이든의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5월 21일자 ‘유고브’ 여론조사)

바이든 지지율은 트럼프가 임기 마지막 해에 팬데믹을 방치해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망가뜨렸을 때보다도 낮다.(관련 기사 본지 506호 ‘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미국 제국주의의 동시다발적 위기 때문에 공세로 전환하는 바이든’)

2024년 대선 표심을 묻는 주요 여론 조사 대부분에서 바이든은 트럼프에 뒤처지고 있다.

놀라울 것 하나 없는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적 진보파 의원인 버니 샌더스가 바이든 지지를 호소했다.

좌파의 바이든 지지는 오히려 트럼프를 강화해 줄 뿐이다. 바이든과 샌더스 ⓒ출처 Joe Biden

샌더스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 5월 15일 자에 기고한 글에서 바이든이 인기가 없을 만하다면서도 이렇게 강조했다. “민주주의, 자유, 항의의 권리를 지지하는 … 바이든은 최악으로 행동할 때조차 트럼프보다 천 배는 낫다.”

미국 캠퍼스와 거리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분출하자 바이든은 이 운동을 “유대인 혐오”라고 비방했고 경찰은 수천 명을 폭력 연행했다.(관련 기사 본지 505호 ‘대학생 시위 폭력 탄압하는 미국은 민주주의 운운할 자격 없다’)

바이든은 현재 평범한 미국인들의 생계비 위기에 가장 큰 책임이 있지만, 샌더스는 그를 친서민 대통령으로 포장했다.

바이든은 여성의 임신중지권에 대한 보수·우파의 공격에 아무 조처도 취하지 않았지만, 샌더스는 그를 여성의 권리를 옹호하는 대통령으로 포장했다.

바이든에게 투표하는 것이 트럼프를 저지할 길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샌더스는 이번 대선에 도전하려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이는 오히려 바이든이 더 막 나가는 것을 돕는 효과를 낸다. ‘트럼프가 싫으면 나를 찍어야지 어쩔 테냐.’

“운동들의 무덤”

극우의 기수(개인적으로 친나치이기도 하다) 트럼프가 끔찍한 자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지만 그렇다고, 인종 학살 공범이자 전쟁광인 바이든 재선을 대안으로 삼을 순 없다.

바이든의 인종 학살 지원을 규탄하는 운동을 바이든 투표 부대로 만들려 애쓰는 것은 그 운동의 투지와 대의를 결정적으로 훼손할 것이다.

‘바이든 차악론’은 바이든과 그가 대변하는 미국 주류 지배자들이 평범한 미국(과 세계) 사람들을 유린하는 것에 맞서는 투쟁을 길들이고 훼방 놓는다.

그래서 좌파의 바이든 지지는 트럼프를 오히려 강화해 준다.

트럼프는 주류의 증오를 한 몸에 받는 아웃사이더를 자처해, 냉혹한 체제에 의해 모든 것을 박탈당한 사람들의 환심을 사려 한다.

좌파가 주류의 화신인 바이든을 비호하는 것은 트럼프가 평범한 미국인들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2020년 대선과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이 벌어졌다.

당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운동은 트럼프 재선을 저지하고 바이든을 당선시키는 데 운동을 종속시켜야 한다는 안팎의 커다란 압력을 받았다.

샌더스 등 진보파 의원들도 그 압력에 가세했다. 심지어 바이든이 BLM 운동의 요구들을 전혀 지지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한때 수백만 명을 거리로 불러냈던 그 운동은 민주당 쪽으로 이끌린 뒤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다. 반면, 트럼프는 바이든에 대한 반감에 힘입어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샌더스의 바이든 차악론은 그가 민주당의 포로가 돼 왔음을 반영한다.

민주당은 공화당보다 덜 나쁜 대안을 자처하며 대중 운동을 단속하는 “운동들의 무덤” 구실을 해 왔다.

민주당에 대한 이런 순응에 적극 임한 덕분에, 미국 정치권에서 만년 외톨이였던 샌더스는 이제 민주당 중진 대접을 받는다.

샌더스와 함께 의회 내 진보파를 대표하던 하원의원 모임 ‘스쿼드’도 바이든 임기 중에 민주당 노선에 따르라는 압력을 받아 분열했다.

분열의 핵심 쟁점은 이스라엘 지원 문제였다. 2021년 ‘스쿼드’의 대표 주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미사일 방어 체계에 대한 미국의 재정 지원 증액을 반대하지 않았다.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지난해 10월 7일 이래로 이스라엘의 “정당방위”를 옹호해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그는 자신의 지역구와 가까운 뉴욕 컬럼비아대학교의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경찰에게 공격받을 때도 이를 외면하고 바이든 선거 운동을 수행했다.

같은 ‘스쿼드’ 의원인 팔레스타인계 라시다 틀라입이 바이든을 찍지 말라고 호소할 때 오카시오-코르테스는 바이든을 “미국 현대사상 최고의 대통령”이라고 칭송했다.

이와 같은 행보로 오카시오-코르테스는 민주당 내에서 위상을 높이고 지도부와 가까워질 수 있었지만, 대중의 변화 염원과는 더욱 멀어졌다.

저항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의 경험은 이와는 다른 길을 보여 준다.

당시 베트남 전쟁을 수행한 민주당 대통령 린든 존슨은 반전 여론 때문에 재선 불출마 선언을 해야 했다.

그런데 반전 운동 내 온건파는 존슨을 비판하면서도 민주당을 “정화”할 수 있다는 환상을 품고 민주당 경선에 투신했다. 그러나 존슨 정부는 당 대회장에 경찰들을 불러 이들을 끌어냈다.

1968년 민주당 정부의 명령으로 민주당 대회장 앞 반전 시위대를 체포하는 미국 경찰 ⓒ출처 시카고 공공 도서관

이 사건은 반전 운동의 전환점이 됐다. 소수는 혁명적으로 급진화하기도 했다.

존슨의 후임 대통령 공화당 소속 리처드 닉슨은 투쟁적이고 강력한 반전 운동에 밀려 베트남에서 전쟁을 확대하려던 계획을 접어야 했다. 미국 제국주의는 이후 여러 해 동안 극복하지 못할 상처를 입었다.

전투적이고 급진적인 반전 운동이 대중의 지지를 받은 것이 전쟁을 멈춘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 것이다.

이런 경험이 주는 교훈은 선거나 ‘차악론’에 얽매이지 말고 지금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등 아래로부터의 저항을 확대·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성장·확대는 트럼프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실제로 팔레스타인 연대 캠퍼스 점거 운동이 미국 정치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트럼프의 지지율도 하락했다.

운동이 강력해져야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가 나타내는 패악에 맞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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