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교사 조기 복직에 따른 기간제교사 계약해지, 부당해고로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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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1일 기간제 교사 자동 계약 해지 조항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열렸다.
지금까지 기간제 교사들은 학교가 기간제 교사와의 계약을 임의로 해지할 수 있게 하는 조항으로 인해 극심한 고용 불안에 시달렸다. 수많은 기간제 교사들이 정규 교사의 조기 복직, 학급 감축 등이 벌어지면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아 왔다.
그런데 최근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관련 조항으로 계약해지 된 초등학교 교사에 대해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다. 해당 부당해고 구제신청 인정에 기간제 교사들은 너무도 기뻐했다.
주최 측은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에게 재심 청구 말고, 기간제 교사를 임의로 해고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을 아예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이미 안민석 교육감은 선거운동 당시 이 조항을 폐기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구제신청을 인정받은 교사는 “불가피한 해고와 손쉬운 해고는 다르다”며 “필요할 때 채용하고 필요 없어지면 내보내는 교원이 아니라 계약 기간 동안 책임 있게 일할 수 있는 교원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혜성 전국기간제교사노조 위원장은 자동계약해지 조항의 문제점에 대해 발언했다.
“이것은 기간제 교사의 계약 기간이 계약서가 아니라 정규 교사의 복직 시점에 따라 결정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기간제 교사들은 1년 계약을 해도 불안합니다.
“계약 기간을 보장받지 못해 경력 단절이 생기고, 퇴직금을 비롯해 약속된 임금을 다 받을 수도 없습니다. 기간제 교사는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실업자가 돼 ‘계약 기간 보장’이라는 계약직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당합니다.”
전교조 경기지부 기간제 교사위원회 김덕영 교사는 교육청의 기간제 교사 고용에 관한 조항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교육공무원법은 기간제 교원을 일정 기간 임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을 뿐 정규 교사가 복직하면 기존 기간제 교사의 계약이 자동으로 종료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음에도 “교육청의 운영 지침과 학교의 계약서를 통해 기간제 교사에게 불리한 조건이 오랫동안 유지돼 왔”다는 것이다.
이 날 기지회견에는 경기지역 전교조 조합원들이 참여해 지지와 연대를 보냈다.
고은선 전교조 경기지부 사무처장은 “근무 계약을 맺었는데 사용자가 원할 때 언제든지 계약이 해지된다면 어느 누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겠냐”며 이 조항 폐지를 적극 지지했다. 또 정규 교사의 복직과 기간제 교사의 고용보장이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는 중요한 지적을 했다.
기간제 교사의 고용 불안은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도승숙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경기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기간제 교사의 고용 불안은 교사 한 사람의 문제로 끝나지 않”으며 “선생님이 언제 교실을 떠나야 할지 모르는 불안정한 구조는 결국 아이들의 학습권과 정서적 안정까지 흔듭니다.”
그동안 정규 교사와 다를 바 없이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쳐 온 기간제 교사들은 불안정한 고용 구조 속에 고통받아 왔다. 이번 판결은 교사의 조기 복직이 기간제 교사 자동 계약 해지로 이어지는 부당한 구조에 제동을 건 첫 사례이다.
기간제 교사 자동계약해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노무사들은 이번 판결이 자동해지 조항을 없앨 중요한 계기라고 강조했다.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중고등 교사의 4분의 1이 넘는 기간제 교사의 극심한 고용 불안부터 해결해야 한다. 정부가 메가프로젝트를 한답시고 지방교육재정을 삭감하려는 것만 중단해도 재원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안민석 교육감은 자신이 약속한 공약을 이행하고 관련 조항을 반드시 폐기하라.
계약해지 됐던 기간제 교사 당사자 발언
저는 기간제 교사입니다.
저는 계약기간이 8월 18일까지인 계약서를 작성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계약기간이 3개월 이상 남아 있던 5월 10일, 학교로부터 갑작스럽게 계약해지를 통보받았습니다.
그날 제가 느낀 감정은 당황스러움보다 더 큰 막막함이었습니다.
‘내가 이제 어디에서 일해야 하지?’
‘당장 다음 달 생활은 어떻게 하지?’
‘다시 학교를 구할 수 있을까?’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이 계속 떠나지 않았습니다.
계약기간이 남아 있으니 그때까지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생활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 믿음 하나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는데, 그 약속이 하루아침에 사라졌습니다.
출근해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사람에게 갑자기 “이제 그만 나오십시오”라는 통보가 내려왔을 때, 내가 한 사람의 교사로 존중받고 있는 것인지조차 의문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이 아팠던 것은, 제가 잘못을 해서 그만두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학생들과 수업을 하고, 다음 수업을 준비하고, 아이들의 성장을 보면서 교사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저는 “필요할 때는 교사이고, 필요하지 않게 되면 쉽게 계약을 끝낼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꼈던 무력감과 불안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다시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두려움도 컸지만,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결정된 일을 통보받았다는 사실이 더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나 같은 기간제 교사가 또 이런 일을 겪으면 어떻게 할까?’ 하며 알아보던 중 이미 저와 같은 일을 여러 기간제 교사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물론 휴직교사의 조기복직이나 학급 감축처럼 학교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기간제 교원의 계약을 불가피하게 중도 종료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가피한 해고와 손쉬운 해고는 다릅니다.
계약기간을 중도에 끝내야 한다면 정말 해지가 불가피한지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당사자에게 설명하고 소명할 기회를 주고, 계약기간을 지킬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는지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
저의 사건은 노동위원회에 갔고, 저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 결과는 한 사람의 기간제 교사가 자신의 계약기간을 지키기 위해 노동위원회까지 가서 싸워야 하는 현실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구합니다.
경기도교육청은 기간제 교원의 중도계약해지를 예외적인 조치로 만들고, 중도해지 전에 객관적인 심의와 당사자의 소명절차를 반드시 보장하십시오.
계약기간은 단순한 날짜가 아닙니다.
그 날짜를 믿고 한 사람은 생활을 계획하고, 가족을 책임지고, 학생들과의 약속을 이어갑니다.
저에게 8월 18일은 단순한 계약 만료일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계속 교사로서 일할 수 있다고 믿었던 약속의 날짜였습니다.
그 약속이 아무런 준비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끊겼을 때, 저는 한동안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조차 막막했습니다.
기간제 교원도 사람이고, 노동자이고, 무엇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필요할 때 채용하고 필요 없어지면 내보내는 사람이 아니라, 계약기간 동안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학생들에게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교사로 존중해 주십시오.
저와 같은 일을 겪는 기간제 교원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경기도교육청이 이제는 제도를 바꿔주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