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제국주의 극우 이재명 정부 팔레스타인과 중동 전쟁 이주민·난민 긴 글

김민석의 “노무현 탄핵 전조” 발언: 파병 반대 운동 견제하기

여러 여론조사에서 이재명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한국갤럽 38퍼센트, 리얼미터 33.8퍼센트), 리얼미터 조사에서 국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질렀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특히 진보층과 청년층의 이탈이 뚜렷했다.

그러자 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9월 14일 노무현 국회 탄핵 상황을 상기시켰다. “[현 상황이] 노무현 대통령 첫 1년 안착에 안팎의 세력들이 힘을 합쳐 가지고 탄핵하려고 하던 전조 비슷한 상황으로 가는 것 아닌가?”

취임 1년 3개월 된 정부의 여당 대표가 자기 대통령의 일촉즉발 위기를 입에 올린 것은 실로 이례적이다.

김민석의 “노무현 탄핵 전조” 발언은 표면적으로는 중수청장 후보 지명에 경기도지사 추미애가 공개 반발한 것을 겨냥한 것이었다. 추미애는 노무현 국회 탄핵에 앞장섰던 인물 중 하나다.

그러나 “탄핵 전조” 경고는 좌파 전체를 겨냥하고 있다. 현재 이재명 정부에 대한 진보층의 이반이 커지는 상황에서, 극우의 반동 위협을 상기시키며 좌파와 실망한 개혁 염원층을 견제하려는 것이다.

이재명이 9월 12일 SNS에 쓴 글도 같은 의도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 ... 자신의 선명성을 드러내는 과격한 선동으로 저항과 역결집을 초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개혁을 방해하고 반동을 초래하는 것도 필히 경계해야 한다.”

개혁 배신이 부른 위기 "탄핵 전조" 앞세워 정부 비판 차단하려는 김민석 ⓒ출처 더불어민주당

노무현 탄핵 사태

노무현은 2002년 말 미군 장갑차 여중생 압사사건에 항의하는 40만 명 규모의 대중(압도적으로 청년들) 시위 속에서 당선했다. 노무현 당시 대선 후보는 “반미면 어떠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청년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취임 한 달 만에 노무현은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다. 부시를 만나서는 주한미군에 경의를 표하는 등 저자세로 일관한 반면, 화물연대 등 노동자 투쟁에는 강경한 탄압으로 돌아섰다. 2003년 말 노무현 지지율은 20퍼센트대로 떨어졌고, 특히 진보적 지지층이 붕괴했다. 노무현은 “대통령 못 해먹겠다”고 불평했다.

우파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04년 국회에서 노무현 탄핵안을 발의하고 가결시켰다. 탄핵의 표면적인 명분은 노무현의 선거중립 의무 위반(부당한 사유였다)이었지만, 탄핵소추안에는 “파병 선언 뒤 반전 입장 표명”도 포함됐다. 탄핵에는 한나라당(현 국힘)뿐 아니라 새천년민주당도 가담했다. 추미애가 바로 당시 새천년민주당의 상임중앙위원이었다.

현재 이재명도 취임 1년 3개월 만에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이 정부의 등장 이유라 할 수 있는 ‘내란 청산’과 ‘사회 개혁’은 별 진전이 없이 낙제점이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서방을 편들고 ‘위안부’ 피해자를 내치고 한미일 군사협력을 지속·확대하면서 ‘자주적 외교’도 사실상 파탄 났다. 정부 인사의 무게중심도 계속 오른쪽으로 이동해 왔다.

그리고 이제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이란 전쟁에 참전까지 하려고 한다.

이재명 정부의 위기에 김민석 자신도 한몫했다. 그는 국무총리일 때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반면, 경총 기업주들을 만나서는 “원팀 코리아”를 외쳤다(올해 2월). 당 대표가 돼서는 극우 장동혁을 만나 “실제로는 좋아한다”며 “인품 좋은 리더”라고 공개적으로 추켜세웠다. 지금도 김민석은 파병 반대를 표명하기는커녕 민주당 내 입단속을 시키고 있다.

그래 놓고는 “노무현 탄핵 전조” 운운하며, 좌파 쪽을 향해 노무현 탄핵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면 우파만 이로우니 저항을 삼가라는 것이다.

진보적 지지층 배신의 후과

그러나 김민석이 소환한 2004년의 교훈은 정반대다. 2연속 대선 패배와 대선자금 수사로 충격과 실의에 빠져 있던 한나라당이 되살아나 노무현 탄핵에까지 나선 것은 그가 너무 뚝심 있게 개혁을 추진해서가 아니라, 개혁을 배신하고 우경화하며 자기 지지기반을 스스로 갉아먹었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노동운동을 탄압하고 우파에게 거듭 양보했지만, 우파는 노무현 정부의 지지층이 이반한 것을 이용해 노무현을 공격할 기회를 잡았던 것이다.

지금도 비슷하다. 미국 제국주의 전쟁에의 파병은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저울질했던) 윤석열도 못 했던 일이다(물론 그의 임기가 계속됐다면 했을지도 모른다).

결국 민주당의 우당들인 조국혁신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과 참여연대 등 엔지오들도 모두 파병 반대 운동에 나섰다. 이재명 정부 비판보다 미국의 압박에 대한 규탄이 압도적이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현재 이재명 정부의 위기에서 득을 보는 것은 유감스럽게도 좌파보다는 극우다. 극우는 단호하게 이재명에 반대해 우파 저변을 확장하는 반면, 반미자주파와 엔지오들은 이재명을 지켜야 한다는 민중전선 전략 때문에 실망하는 개혁 염원층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가령 파병 반대 운동을 건설하면서도 파병 결정의 당사자인 이재명 정부를 정면 겨냥하기를 한사코 꺼린다. 진보당계와 참여연대 등 주류 엔지오들이 주도한 9월 12일 파병반대평화행동의 집회는 미국의 파병 압박을 압도적으로 강조하며 청와대 앞에서 “쫄지 마라”고 외쳤다. 이재명 정부는 반전 여론에 별로 ‘쫄지 않고’ 파병 준비를 착착 해나가고 있는데 말이다.

노동자 연대
다양한 방법으로 만나보세요!
매일 아침 노동자 연대 기사를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실시간으로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