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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탄핵 정국의 배경·평가·과제

우파가 국회에서 노무현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했다. 탄핵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결정되려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언제 열릴지, 또 탄핵이 결정될지는 지금으로서는 확실히 알 수 없다.

탄핵소추 의결 전에 한국 사회는 지도자 노무현에 대한 태도를 둘러싸고 크게 3분돼 있었다 ― 그를 오른쪽에서 반대하는 우파, 그를 지지하는 중도파, 그를 왼쪽에서 반대하는 좌파.

중도파와 좌파의 경계에는 그를 비판하면서도 결정적 순간에는 그를 방어해 온 중도좌파(참여연대·환경연합·여성단체연합 등 주요 시민단체들에 의해 대표되는)가 포함돼 있었다.

탄핵 찬성 쪽에 우파가 결집해 있고 탄핵 반대 쪽에는 ─ 종파적으로 운동 참가를 기피하고 있는 소수를 논외로 하면 ─ 좌파와 중도파가 결집해 있다. 찬성파의 축(軸)은 조갑제·최병렬·정형근 같은 우익(선명 우파)인 반면, 반대파의 축은 좌파나 극좌파가 아니라 주요 시민단체들로 대표되는 중도좌파이다.

우익의 노무현 탄핵소추 의결은 한국 정치를 질적으로 한 단계 더 양극화시키고 있다. 한국 사회 성원들은 탄핵 찬성이냐 아니면 반대냐 하는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탄핵 찬반을 놓고 가정과 학교와 직장에서 언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익의 행동은 또한 한국 정치의 불확실성을 질적으로 한 단계 더 증폭시키고 있다. 미국 금융자본인 J. P. 모건 소속 경제학자 임지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금의 정치적 혼란이 “더 넓은 사회 불안정으로 확대될까 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가 탄핵 반대 운동을 탄압하려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탄핵 반대 운동에 참가하는 어느 누구도 정부의 태도에 혼란을 느껴서는 안 된다.

배경

우익의 행동은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을 총선 전에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역풍이 불고 있다. 그들의 중핵이 구체제에 향수를 느끼고 있는 자들임을 잘 아는 사람들이 대거 거리로 나오고 있다.

1987년 6월항쟁에 참가한 정치 세대(이른바 386세대)와 근래 몇 년 새 급진화된 청년들이 주요 부분인 이들은 현 사태가 “단순한 여야정쟁 수준을 넘어 민주화 흐름을 되돌리기 위한 낡은 정치세력의 반동”이라고 옳게 규정하고 있다. 2002년 말 촛불시위의 주요 참가자였던 이 청년들은 1997년 말 경제 공황과 정권 교체 이후 격변을 겪으며 급진화해 온 정치 세대다.

당시의 촛불시위는 이회창이 당선돼 집권하면 그 동안의 민주화 과정이 좌절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던 이 청년 세대가 의정부 여중생의 죽음을 계기로 항의에 나선 결과였다.

물론 노무현과 열우당이 “한민당”(한나라당-민주당 동맹)보다 질적으로 나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두 세력의 사회적 기반이 다르다. 포퓰리스트들로서 노무현과 열우당은 노무현 측근 비리에서 보듯이 자본가 계급에도 기반을 두고 있지만, 또한 피억압 계급들의 대중 조직 지도부들과도 밀접한 연계를 맺고 있다. 이는 노무현과 열우당이 1987년 대투쟁 출신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예컨대 노무현은 1987년 8월 대우조선 파업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까지 된 적이 있다.

이 점에서 열우당은 미국 민주당 같은 순전한 대자본가 정당과 다르다. 물론 열우당은 영국 노동당이나 독일 사민당과도 다르다. 유럽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은 노동조합 상근간부층에 유기적 기반을 두고 있다. 열우당과 가장 흡사한 성격의 정당은 멕시코의 포퓰리스트 정당 민주혁명당(PRD)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익이 노무현을 제거하려 하는 것은 바로 노무현 기반의 한 부분인 피억압 대중 조직 지도부들을 약화시키는 것을 궁극으로 노리고 있다. 이 점은 그들이 노무현 탄핵소추 발의의 배경으로 언급한 불만 가운데 노무현이 파병을 결정해 놓고 반전 의견을 표명한 사실을 들고 있다거나 추가 탄핵사유로 노사관계 문제를 포함시키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원래 노무현이 집권했을 때 지배계급은 그에게 바로 사회 통제를 기대했다. 그들은 노무현이 포퓰리즘적 전력을 통해 마련한 기반을 이용해 대중 조직 지도부들을 잘 구슬리고 적당한 제재를 가하며 단속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노무현에 대한 지지가 추락하면서 그의 용도 폐기가 제기됐고, 우익은 우격다짐으로 이를 실행했던 것이다.

우익은 아예 노무현 집권 초창기부터 탄핵을 위협하며 노무현을 압박해 왔다. 많은 경우 노무현이 양보했고, 우익에 대한 노무현의 그러한 양보와 타협은 우익의 자신감을 높여 줬을 뿐이다. 그래서 ‘다함께’는 노무현이 위선자이고 거짓말쟁이라고 비판했다. ‘다함께’보다 훨씬 더 광범한 대중도 노무현에게 환멸과 배신감을 느꼈다. 그래서 노무현에 대한 지지는 지난 한 해 동안 급속히 추락했다.

우익은 바로 이런 상황을 이용하려 했다. 그들은 환멸과 배신감을 느낀 사람들이 환멸과 배신감을 안겨 준 장본인을 방어해 대거 거리로 나서지 않으리라고 계산했던 듯하다. 노무현은 노무현대로 광범한 대중이 아무리 자기에게 실망했을지라도 끔찍한 구체제 세력을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노무현의 실정으로부터 “한민당”이 얻는 반사이익은 별로 크지 않았다.

탄핵소추 의결 전까지 모든 기성 정당에 대한 지지가 거의 바닥을 기고 있었다. 수구 기득권 세력으로서 우익이 가장 견디기 어려운 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들은 위기감을 느꼈고, 위기의 원인이 노무현 자신이라고 봤다. 노무현 정권이 사회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좌익이 날뛰고, 노사관계가 불안하고, 자기들이 부패 비리로 감옥에 가고 검찰에 불려다니고, 친일파 후손이라는 정체가 폭로되고, 자금줄인 기업인들이 곤욕을 당하는 따위의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봤다. 노무현 말을 빌자면 “내가 대통령 된 것이 원죄”인 셈이다.

그들은 노무현을 징계하고 처벌해야겠다고 이를 갈았다. 또한 청년 실업의 급증으로 대표되는 심각한 경제 위기의 속죄양이 필요했다. 이전부터 우익은 경제 위기가 정부에 대한 시장의 신뢰 결여 때문이라고 주장해 왔다.

평가

우익이 노무현을 정치적으로 마비시키고 추진하려는 일이 정확히 무언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총선 연기, 개헌 추진, 제2의 대선 등이 시나리오로 풍문처럼 얘기되고 있다. 십중팔구 그들은 노무현의 조기 퇴진을 가장 좋은 시나리오로 선호하고 그것을 위한 기회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

우익의 전술은 십여만 대중이 폭발적으로 거리로 쏟아져 나옴으로써 큰 장애에 부딪히고 있다. 단 이틀 만에 운동이 그토록 솟구쳐 올랐던 것은 경제 위기로 말미암아 실업, 더구나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해 이 계층 속에서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2002년 말 촛불시위처럼 이번에도 불씨만 던져지면 언제든 확 타오를 조건이 조성돼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운동에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3월 13일 광화문 네거리부터 종로2가까지 운집한 시위대는 대부분 미조직 대중인 듯했다. 그들은 매우 민감하게 사태에 반응하는 감수성이 있지만, 투쟁 경험·전통·단련이 부족하므로 쉽사리 기저(基底) 상태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들만의 운동은 로케트처럼 솟았다가 나무토막처럼 떨어질 위험이 있다. 이럴 때 기존의 조직 대중이 운동에 동참하면 운동은 다시금 재가동될 수 있다.

아쉽게도, 기존 조직 대중의 적잖은 부분을 통제하는 좌파가 이 운동을 친노무현으로 여기고 오불관언이거나 심지어 운동의 발목을 잡으려 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 운동의 지도부가 압도적으로 주요 시민단체들에 의해 통제되고 있어 이런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주요 시민단체들은 “정당 배제”를 원칙으로 내세워 민주노동당을 배제하고 있고, 이로 말미암아 민주노동당의 주요 사회적 기반인 민주노총 상근간부층도 적잖은 부분이 운동에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민주노총 상근간부들과 연계돼 있는 다른 좌파 정치조직들(가령 노동자의힘이나 사회당)도 비슷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심지어 운동 지도부는 정치 발언과 정치 행동을 억압하는 방침을 내리고도 있다. 특히 노무현 비판을 철두철미 봉쇄하려 해, 이 운동이 “친노”라는 우익의 거짓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만들 뿐 아니라 좌파의 참가를 어렵게도 만들고 있다.

또한 핵심 지도부는 집회 불법화 등 정부의 공격과 탄압에 유약하고 수세적인 대처로 일관하고 있어 운동 지지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 이 운동이 탄핵 반대라는 정치 운동이고, 기구 명칭(‘탄핵무효 부패정치청산 국민행동’)에도 이것이 명시돼 있는데도 정치 집회가 아니라 “문화행사”라고 부득불 고집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이런 책략들로써 패퇴시킬 수는 없다. 트로츠키는 계급 간 모순은 “근본적인 것”이라면서 이렇게 지적한다.

“그 때문에, 조직적·개인적 책략을 통해 중국 부르주아지를 억제하고 [국공]합작 계획을 받아들이게 만들려는 것은 책략이 아니라 한심한 자기 기만이다. 책략의 범위가 방대하지만 말이다. 계급은 속일 수 없다. 역사적으로 고찰하면 이는 모든 계급에 적용되며, 특히 지배·유산·착취·교양 계급에는 즉각적으로 들어맞는 얘기다. 그들의 세계적 경험은 풍부하고, 계급 본능은 정확하며, 휘하의 정보기관들은 다양하다. 그래서, 마치 딴 사람인 척하며 그들을 속이려 든다면 실제로는 적을 함정에 빠뜨리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친구들을 함정에 빠뜨리는 결과를 빚게 되고야 만다.”

과제

현 정세에서 가장 긴급한 과제는 좌파가 더는 우익의 노무현 탄핵을 수수방관하지 말고 탄핵 반대 운동에 동참하는 것이다. 저쪽은 자유민주민족회의·반핵반김정일국권수호국민대회협의회 등 온갖 극우 단체들이 탄핵을 지지하고 나서고 있다. 조갑제 같은 우익은 엄격한 사회 통제를 위해 노무현을 제거할 필요가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왔다.

물론 순식간에 “1987년 이전으로 돌아간다”는 말은 괜한 공포다. 그 때 이후 민주화 과정의 동력은 노동계급 운동과 그 조직이었고, 이는 그리 쉽게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우익의 노무현 축출과 국가 권력 핵심부 장악은 한국 정치의 이데올로기 지형을 좀더 오른쪽으로 이동시켜, 좌파와 노동운동은 전보다 불리해질 것이다. 엥겔스는 “국가는 인간에 대한 최초의 이데올로기적 권력으로서 나타난다.”고 썼다.(〈루트비히 포이어바하와 독일 고전 철학의 종말〉, 돌베개출판사, 93쪽.)

반면, 우익의 기도가 좌절돼 그들의 세력이 약화된다면 좌파의 정치 활동에 더 유리한 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다.

자유주의자들이 우익의 반격을 “권위주의로의 회귀”로 직결시키는 이면에는, 끔찍했던 과거 경험을 상기시켜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이를 통해 자신들에 대한 지지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있다.

의회 다수파의 지위를 이용한 우익의 어리석은 정변 기도 때문에 열우당에 투표하라는 압력이 커졌다. 만일 우익이 승리할 것 같고 민주노동당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래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익이 승리할 가능성이 없고(이 때문에 정변을 기도한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존재하므로 열우당을 지지해서는 안 된다.

이와 관련해 2002년 프랑스 대통령선거 1차투표 직후 상황은 시사적이다. 나찌인 장-마리 르펜의 국민전선(FN)이 2위를 차지하자 위기감을 느낀 광범한 대중이 대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동시에, 그들은 FN을 선거에서 패퇴시키기 위해 우파인 자크 시라크에게 투표해야 한다는 압력을 느꼈다. 트로츠키주의 정당 가운데 LCR(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은 이 압력에 굴복했고, LO(뤼뜨 우브리에르: 노동자투쟁)는 압력에 저항했다. 너무 강하게 저항한 나머지 그만 비례감각을 잃고 지나치게, 귀에 거슬리게 시라크 투표론을 비판함으로써 뤼뜨 우브리에르는 반파시스트 대중 정서에서 유리됐다.

우리 나라에서도 비슷한 위험이 있다. 현 정세가 상기시키는 공포감이 포퓰리즘을 더욱 자극함에 따라 주요 시민단체들 중심의 중도좌파는 물론 소위 NL 계열에 속하는 좌파도 열우당에 투표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다른 한편, 노동자주의적 좌파들은 광범한 대중의 반우익 정서를 친노-친열우당으로 매도하기에 바쁜 나머지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이런 약점들 때문에 운동이 더 나아가지 못하는 운명인 것은 아니다. 우익은 또다시 무리수를 두며 실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운동이 훨씬 더 커지면 좌파도 ─ 종파를 제외하면 ─ 운동 안으로 이끌려 들어올 것이다. 좌파가 여기서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운동에 개입한다면 주요 시민단체들의 주도권을 극복하고 자신의 주도권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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