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파병하려는 이란 전쟁은 “끝없는 전쟁”이 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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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450억 달러(약 62조 5,000억 원)를 쏟아붓고도 호르무즈해협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후티가 두 번째 요충지인 바브엘만데브해협을 장악했다. 이제 이란과 예멘은 세계 해상 운송로의 두 관문을 모두 장악했다.
후티는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를 공습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 동서송유관 파손으로 하루 500만 배럴의 원유 공급이 차단됐다.(사우디아라비아는 공격 주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일일 세계 원유 공급량의 5퍼센트에 달한다. 동서송유관은 이란 전쟁으로 인한 원유 공급 부족 충격을 완충해 주는 역할을 해 왔다. 또 다른 완충 장치는 주요국의 전략 비축유 방출과 중국의 원유 수입 축소였다.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의 34퍼센트를 사우디아라비아산에 의존하고 있어 동서송유관 폐쇄의 영향을 크게 받을 전망이다. 이재명의 “원유 수입처 다변화” 발언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미국은 요충지 두 곳에서 동시에 전쟁을 치를 능력이 없음을 행동으로 자인했다. 트럼프는 공황 상태에 빠진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의 폭격 애걸을 외면했다. 미국 자신도 무기 재고가 고갈되고 있어서다.
이런 사태 전개는 미국이 이란 전쟁 개전 이래 가장 취약해진 반면 이란은 지렛대 효과를 극대화하는 시점에 이뤄졌다. 이란의 지역 네트워크 세력들은 미국에 지속해서 압박을 가할 수 있도록 행동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
이는 서아시아에서 미국 우위가 실은 허울에 지나지 않으며,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에서 허우적대는 동안 이란 정권이 꾸준히 세력과 영향력을 키워 왔음을 보여 준다.
최근에 공개된 ‘거대한 분노 작전에 대한 미 의회 제출 선임감찰관 보고서’는 미국의 전쟁 손실 규모를 적나라하게 밝혔다. ‘거대한 분노’ 작전이 시작된 이래 이란의 공습으로 쿠웨이트·바레인·카타르·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오만·요르단의 미군 기지에 있는 수백 채의 건물과 시설물이 파손되거나 파괴됐으며, 미군 군용기 수십 대가 피해를 봤다.
이 때문에 미군은 걸프 기지들을 포기하고 보급 거점을 인도양 디에고 가르시아 섬으로 옮겼다. 디에고 가르시아 섬에서 아라비아해까지의 거리는 3,000킬로미터에 달한다. 그래서 트럼프 정부는 이재명 정부에 군수지원함 같은 수송선 파병을 요구한 것이다.
“10월 서프라이즈”
제1차세계대전 이후 지상군 투입 없이 폭격이나 경제 봉쇄만으로 전쟁에서 승리한 경우는 단 하나도 없었다.
공습과 경제 제재가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트럼프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굴욕적인 패배를 받아들이거나 훨씬 더 위험한 확전 사다리로 올라가는 것이다.
트럼프는 패배를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스라엘도 이란, 레바논, 가자지구, 서안지구에서 결코 물러서려 하지 않는다. 최근 트럼프 정부는 이스라엘에 28억 달러(약 3조 8,300억 원)어치 대형 폭탄 판매를 승인했다. 2,000파운드(1톤) 폭탄 4만 개가 포함됐다. 최근 몇 년 새 이뤄진 대이스라엘 무기 판매 중 최대 규모다.
트럼프는 지하 핵시설이 있는 것으로 의심받는 이란의 곡괭이산을 10월에 공격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런 공격이 벌어진다면 이란도 결코 굴하지 않고 반격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세계 경제 상황은 훨씬 더 악화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을 시작했으니 트럼프와 네타냐후만 진정시키면 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전쟁의 양상이 바뀌었다.
이란 정권은 트럼프 정부를 파멸시키고 싶어 한다. 물론 이란이 미국을 군사적으로 패배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이란의 전략적 목표는 유가 폭등, 보험료 인상, 우회 수송 비용 증대 등을 통해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감당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번 전쟁에서 미국이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인식을 확산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란이 ‘10월 서프라이즈’를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들이 있다. ‘10월 서프라이즈’는 미국 중간선거를 불과 몇 주 또는 며칠 앞둔 10월에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들어 선거 결과를 뒤바꿀 잠재력을 지닌 갑작스러운 대규모 확전을 뜻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트럼프 정부는 대응할 시간이 거의 없게 된다.
이란 정권은 주이란 미국 대사관 인질 사태(1979년 11월 4일부터 1981년 1월 20일까지 444일 동안 지속) 이후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가 된 당시 대통령 지미 카터를 재선에서 떨어뜨리기 위해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 취임 선서를 마친 직후인 1981년 1월 20일에서야 억류 인질 52명을 풀어 준 적이 있다.
그렇다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기면 이란 전쟁이 끝날 것인가? 그럴 것 같지 않다. 민주당이 상·하원 양원 또는 그중 하나에서 다수당이 되더라도 이란에 유리한 종전은 미국 패권의 몰락을 가속할까 봐 두려워하며 주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청문회 개최나 위원회 구성 등을 내세워 시간을 끌 수 있다.
민주당도 전쟁을 멈추려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미국 중간선거까지 시간을 끌며 한국군 파병을 미루자는 주장은 미국 주류 정치의 실제 역학 관계를 이해하지 못한 발상이다.
예컨대 버락 오바마는 주로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 덕분에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오바마는 2010년 아프가니스탄에 미군 3만 명을 증파했다.
최근 당내 경선을 통해 하원 외교위원회에 새로 선임된 미국 민주당 의원 3명은 모두 친이스라엘 매파다. 그중 재러드 모스코위츠는 공식 석상에서 예멘을 더 폭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민주당이 선거에서 이겼다고 해서 환상을 갖지 않을 것이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계속 저항할 것이다.
바야흐로 끝없는 전쟁의 실질적 위험에 직면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