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제국주의 극우 이재명 정부 팔레스타인과 중동 전쟁 이주민·난민 긴 글

바이마르 공화국 2.0: 위기 상태로 추락한 독일 국가

한때 독일은 유럽 정치 안정의 주춧돌이었다. 파시스트 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이 부상 중인 가운데, 오늘의 독일 상황은 나치가 권력을 장악하기 전 위기로 점철됐던 바이마르 공화국을 연상시킨다. 독일이 어떻게 혼돈으로 빠져들었는지 살핀다.

한때 독일은 높은 경제 성장률과 정치적 안정의 대명사였다. 이런 특징 덕분에 유럽의 핵심 엔진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독일은 반복되고 서로 갈마드는 각종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기업주들은 사업 확장과 투자를 발표하는 게 아니라, 대공장을 폐쇄하고 노동자 수만 명을 해고하느라 열심이다.

추앙받는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도 올여름 이런 흐름에 합류했다. 4개 대공장을 폐쇄하고 최대 10만 명까지 해고할 수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10만 명이면 폭스바겐 전체 노동자 6분의 1이 넘는다.

한때 자동차 산업은 독일의 기술력과 높은 품질을 상징했지만, 이제는 실패의 상징이 됐다. 독일이 누렸던 그 명성을 이제는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넘보고 있다. 훨씬 더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서 말이다.

한때 바이에른의 정교한 태엽장치 뻐꾸기 시계 같았던 독일의 기반시설도 이제는 붕괴 상태다.

올해 6월에는 열차 통신 시스템의 노후한 부품들이 망가져 전국 철도망이 3시간 가까이 완전히 멈춰서는 일이 있었다.

많은 열차가 기차역을 멀리 남겨둔 채 멈춰 섰고 연착과 운행 취소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기까지는 며칠이 걸렸다.

비슷한 시기에 정부는 독일의 가장 부유한 지역의 하나인 본(Bonn) 인근의 주요 고속도로를 폐쇄해야 했다. 기술자들이 붕괴 위험을 경고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도로 폐쇄가 이전에도 몇 번이나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독일이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인식도 깨지고 있다. 독일 국가는 제2차세계대전에서 승전한 서방에 의해 “극단주의자들”을 배제하고 온건한 중도 정부를 배출하도록 설계됐다.

수십 년 동안은 실제로 그렇게 작동했다. 중도로 수렴하는 연립 정부들이 잇따라 집권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정부가 오래 가지 못하고 파시스트들이 연방의회로 진출하며 기회를 노리고 있다.

독일의 대표 보수정당인 기민련(CDU)의 프리드리히 메르츠가 올해 5월 총리 자리에 올랐다. 한때 기업주들에게 메르츠는 독일의 “너무 방만한” 연금과 복지 제도를 “개혁”할 믿음직한 인물로 여겨졌다.

선거 승리 전 메르츠는 지지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복지국가는 오늘날 국민 경제가 생산하는 것으로는 더 이상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집권 후 메르츠는 말을 실행에 옮기며, 법인세 대폭 감면을 관철시켰다.

혼돈이 일고 부가 최상층으로 재분배되는 동안, 독일 사회에서 나날이 강력해지는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군대다.

올해 독일 국방비는 제2차세계대전 종전 이래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정부는 국방비를 2025년 대비 25.5퍼센트 늘렸다.

그 규모는 [독일 연방군 현대화를 위한] “특별 방위 기금”을 포함해 연 1,082억 유로다. 이제 독일은 미국 다음으로 국방비 총액이 가장 큰 나토 회원국이다.

독일 지배계급은 우크라이나에서 도륙을 지속시키는 것을 가장 열렬히 지원하는 세력이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약 576억 유로를 지출했고, 전쟁 준비를 유럽에서 가장 강경하게 추진하는 국가의 하나다.

독일은 그만큼의 탱크, 무기, 병력을 장만하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국가 부채를 급격히 늘리고 복지 제도를 대대적으로 공격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州)선거들에서 기민련이 파시스트 AfD에게 잇따라 참패하면서, 이제는 메르츠도 갈수록 압력을 느끼고 있다.

독일의 혁명적 사회주의자 크리스티네 부흐홀츠는 이렇게 말했다.

“메르츠는 사회적으로 거의 어떤 지지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는 역사상 지지율이 가장 낮은 총리입니다. 그러나 메르츠는 더 큰 문제의 일부일 뿐입니다.

“어느 정당이 집권해도 정부에 신뢰를 보내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주류 사민주의 정당인 사민당(SPD)이 정부를 이끌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사민당을 신뢰할 만한 대안으로 더는 여기지 않습니다.

전 ‘좌파당’ 의원이었던 부흐홀츠는 정부가 공공 지출을 적극 줄이면서 재무장에 돈을 쓰는 것이 주류 정당들에 대한 반감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르츠는 연금, 병가, 의료, 일터 안전의 긴축을 요구한다. 부흐홀츠는 이렇게 말한다.

“그러는 동안 생계비는 오르고 있습니다.

“동시에 막대한 군비 지출과 복지 지출 삭감 사이에 엄청난 괴리가 있습니다.”

주류 정당들은 어떠한 실질적 대안도 내놓지 않는다. 그들 모두 복지 지출을 대부분 거둬들이고 이주민 통제를 강화해야 하고, 노동자들이 재무장과 경제 위기의 대가를 떠안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주류 정당들이 동의하는 또 다른 견해는 최근에 온 이주민이든 오래전 정착한 이주민 공동체든 독일 사회의 분열이 그들 탓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메르츠는 입국 정책을 강화하겠다며 험악한 말을 늘어놓으며 “불법 이민자”를 막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한 마디 더 보탰다. “하지만 우리는 도시 안에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그래서 연방 내무부장관이 대규모 추방을 장려하고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메르츠는 많은 독일인들이 “공공장소를 돌아다니는 것을 두려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주권도 없고, 일도 안하고, 우리의 규칙을 준수하지 않는” 이주민들을 탓했다.

메르츠의 연정 파트너인 사민당은 그런 언사를 좋아하지 않지만, 사민당 역시 이민을 통제돼야 할 “문젯거리”로 여긴다.

이것이 AfD가 빠르게 부상하는 경제적, 정치적 맥락이다. AfD는 전국 여론 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AfD는 이주민을 향한 증오, 독일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대한 반발, 임금·복지수당·연금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삭감에 대한 분노의 결합을 발판 삼아 최근 주선거들에서 성공을 거뒀다.

수많은 AfD 투표자들은 나이든 은퇴자들이고 독일 동부에 산다. 그러나 AfD가 지역 수준에서든 전국 수준에서든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유권자 집단은 35~59세의 경제활동층이었다.

부흐홀츠는 좌파들이 파시스트들에 반격할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항이 충분하지 않은 점이 큰 문제입니다.

“독일노총(DGB)이 이번 주말 생계비 상승에 항의하는 집회를 잡은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그 전부터 분노를 일반화시키려는 노력이 없었던 탓에 AfD는 대안 세력을 자처하고 긴축 반대를 내세울 수 있었습니다.”

독일 노동조합 관료들이 이주민 문제로 대결하기를 꺼린다는 것도 문제의 일부라는 지적이다.

노조 관료들은 경제 쟁점에서도 투쟁을 이끌기를 두려워한다. 부흐홀츠는 이렇게 설명한다. “노조 지도자들은 기민련·사민당이 가하는 공격과, AfD가 그러한 상황을 이용할 수 있다는 두려움 사이에서 압박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치명적으로 잘못된 주장입니다.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AfD의 성장 동력입니다. 그리고 AfD가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투쟁을 통한 대안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파시스트들에 맞서는 흐름이 커지고 있다.

“독일 도처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일어납니다. 이번 주말에는 전국적인 긴축 반대 시위들이 벌어질 것입니다.”

“혁명적 좌파는 AfD에 맞선 저항을 구축하기 위해 이 시위들에 참여합니다. 동시에 기민련·사민당 연정의 공격에 맞선 저항도 구축하려 합니다.”

판돈이 어느 때보다 크다. AfD가 독일에서 커지고 있는 위기감을 계속 파고들어 노동계급 안에서 만만찮은 지지층을 얻게 될 위험이 매우 현실적이다.

이를 막을 유일한 방법은 AfD의 성장 동력인 인종차별과, 친자본주의·친제국주의 중도가 낳는 위기 둘 다와 대결하는 것이다.

“노조 관료들의 관성을 극복해야 합니다”

— 교사이자 노동조합원인 슈테판과의 인터뷰

메르츠의 긴축은 노동자들을 어떻게 공격하고 있습니까?

중앙정부는 복지국가 운영 비용의 많은 부분을 하위 단위의 정부들로 이관한 바 있습니다.

그 결과 주정부들이 기본적인 복지를 상당 부분 책임지고 있고 더 하위 단위의 지자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이유로 긴축 공격이 중앙집중적이지 않습니다. 독일의 모든 곳이 한날 한시에 똑같이 공격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컨대 함부르크에서는 지방정부가 주(州) 공무원들의 노동시간을 주당 1시간 늘리기로 결정했습니다.

교사를 포함한 주 공무원들은 2027년 2월부터 한 시간 더 일해야 합니다.

동시에 지방정부는 보결 교사 규모를 줄이고 있습니다. 그 결과, 교사가 병가를 내면 그 자리를 메울 인력이 줄었습니다.

특수교육 실무사들도 공격받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특별한 교육적 필요나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일대일로 지원받았습니다.

이제 지방정부는 특수교육 실무사 한 명이 학생 여러 명을 담당하게 하려 합니다. 이를 통해 1,500만 유로를 아끼려 합니다.

결국 교사와 특수교육 실무사들의 업무가 늘 뿐 아니라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교육도 크게 악화될 것입니다.

메르츠가 전국 수준에서 시도하는 개악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연금과 정년 기준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45년간 연금을 부으면 [정년 도달 전이라도] 연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7월에 정부가 제출한 개악안은 45년간 일해도 정년 전까지는 연금을 받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정년이 67살인데, 정부는 해마다 이를 조금씩 늘려서 2035년에 정년을 70살로 맞추려 합니다.

이것은 가장 반발이 컸던 ‘개혁’ 중 하나입니다. 정부가 병가 제도를 손대려 하는 것도 반발이 큽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너무 많은 노동일이 유실되고 있다고 불평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말을 불쾌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자신들을 향한 불신이라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 개악은 이미 인력과 재원 부족에 허덕이는 보건 서비스에 더 많은 부하를 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개악에 대한 반응이 있었습니까?

네, 9월 5일에 주목할 만한 시위가 있었습니다. 베를린에서 약 5,000명이 의회 앞에서 보건 긴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한 소아과 의사가 주요 TV 프로그램에 메르츠와 나란히 출연해 보건 긴축은 “비인간적인 것”이라고 일갈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그 의사는 거의 전적으로 SNS에 기대어 시위를 조직했습니다. 그 시위는 작지만 중요한 첫 걸음이었습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그 시위에 거의, 어쩌면 전혀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문제는 고쳐야 합니다.

노조들은 왜 동원을 망설일까요?

노조관료 중 일부는 시위에 나가고, 노동조합과 함께하는 좌파적 활동가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일터를 찾아가 대규모 동원을 위해 분투하지는 않습니다. 그 활동가들은 사민당에 타격을 주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는 단지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습니다. 그들은 겁에 질려 있습니다. 현 정부가 무너지면 선거가 치러질 것이고, 그 선거에서 AfD가 전국적으로 30퍼센트를 득표할까봐 벌벌 떨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독일노총이 잡은 9월 26일 긴축 반대 시위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조직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일하는 학교에서 참가단을 꾸리고 있고 다른 이들에게도 비슷한 활동을 하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기층에서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노조관료에 기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번역: 김종환
노동자 연대
다양한 방법으로 만나보세요!
매일 아침 노동자 연대 기사를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실시간으로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