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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 2당이 된 ‘독일을 위한 대안’:
주류 정당들이 파시스트 정당 급부상의 토대를 마련했다

AfD 공동대표 알리스 바이들(오른쪽에서 두 번째)은 우파가 AfD의 공약을 베꼈다고 자랑했다 ⓒ출처 Alice Weidel (페이스북)

2월 23일 독일 총선에서 파시스트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2위로 부상했다. 선거 운동을 하는 동안 주류 정당들이 이민자들에 대한 인종차별을 조장한 덕분이다.

23일 밤(현지 시각)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보수 정당인 기독민주당(CDU, 이하 기민당)이 29퍼센트를 득표해 1위를 했다. 지난 선거보다 약 5퍼센트포인트 오른 득표율이다.

AfD는 19.5퍼센트를 득표했다. 지난 2021년 총선보다 득표율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AfD는 파시스트 정당으로, 우익 테러 분자들의 의회 정치 조직이자 이민자 대규모 추방을 꿈꾸는 정당이다. AfD 공동 대표 알리스 바이들은 이번 선거 결과를 “역사적 성공”이라고 자축하며, 악랄한 인종차별 정책들을 추진하도록 파시스트들이 다른 정당들을 “몰아붙일” 것이라고 했다.

역사 깊은 정당이자 개혁주의 정당인 사회민주당(SPD, 이하 사민당)은 16퍼센트를 득표해 사상 최악의 총선 성적을 기록했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기민당 대표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정부를 구성할” 때라고 23일 밤 발표했다.

이번 달에 메르츠는 주류 정당들이 파시스트를 막겠다고 세워 놓은 “방벽”[파시스트와의 협력을 거부한다는 원칙]을 깼다. 메르츠는 AfD의 표에 의존해 이민 통제 강화 결의안을 간발의 표차로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며칠 후 그 결의안과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부결됐지만, 이미 파시스트들은 득의양양해 있었다.

하지만 메르츠의 행보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 덕분에 메르츠가 AfD와 연정을 꾸리기는 더 어렵게 됐다. 새로운 반파시즘 운동이 일어나 독일 전역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는 좌파당에 득이 됐다. 좌파당은 파시즘 반대 운동에 힘입어 지난 선거보다 3.5퍼센트포인트 높은 8.5퍼센트를 득표했다.

좌파당은 이민 문제에서 우경화하지 않은 유일한 정당이고, 좌파당 원내대표 하이디 라이히네크는 메르츠가 파시스트와 협력하는 것을 의회에서 규탄하는 데에 앞장섰다.

위선적이게도 총선 며칠 전 메르츠는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극우 정당들이 강력해졌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메르츠가 제시하는 해법은 이주민을 더 희생양 삼는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것이다. 이는 AfD를 고무하고, 그들이 용인될 만한 세력으로 대우받게 할 것이다. 그런데도 메르츠는 이민자 단속 추방이 “우익 포퓰리즘으로 서서히 빠져드는 것”을 저지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AfD 공동대표 알리스 바이들은 기민당이 AfD의 공약을 “거의 100퍼센트 차용했다”고 으스댔다.

칼부림 사건 여러 건과 [뮌헨 안보 회의를 앞두고 벌어진] 자동차 테러 공격에 대한 메르츠와 사민당 대표 올라프 숄츠의 대응은 이민 정책에 관한 AfD의 주장을 가져다 쓰는 것이었다.

지난주에 숄츠는 자신이 당선하면 “외국인 범죄자” 추방 노력을 배가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제 메르츠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민당·녹색당과 ‘대연정’을 꾸릴 수도 있다.

녹색당은 13.5퍼센트를 득표했고, 자유민주당은 한 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좌파당에서 우경적으로 분당한 ‘자라 바겐크네히트 동맹’(BSW) ─ 경제 정책은 좌파적이고 사회 정책은 보수적인 ─ 의 득표율은 원내 진입에 필요한 5퍼센트에도 못 미칠 듯하다. 바겐크네히트가 AfD의 반(反)이민 인종차별에 영합한 것이 인종차별 정책들을 용인될 만한 것으로 여겨지게 하는 데에나 일조했음을 보여 주는 결과다.

그러나 대연정은 독일 중도 정치의 위기를 가속시킬 따름일 것이다. 그리고 AfD는 그 위기를 이용해 ‘권력자들에 맞서는’ 세력을 자처할 것이다. 이미 바이들은 대연정이 “구태의연”한 정치의 재탕일 것이라고 평했다.

이번 독일 총선 결과는 독일의 정치 위기를 뚜렷이 드러냈다. 또 숄츠 정부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기도 하다.

숄츠는 사민당과 녹색당, 자유 시장주의자들의 정당인 자유민주당의 연정을 이끌었다. 그 연정은 노동계급이 겪는 고통을 해결하는 데에는 손 하나 까딱 하지 않았고, 부자 증세는커녕 공공 지출 삭감을 도모했다.

그러면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여파 속에서 추진한 재무장 계획에 1000억 유로를 (국방비와는 별도로) 기꺼이 책정했다.

메르츠는 독일 사회를 괴롭히는 정치적·경제적 침체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메르츠는 미국을 사랑하는 기업주이고, 독일이 미국 제국주의의 하위 파트너 구실을 하는 것에 기뻐한다.

그러나 메르츠는 도널드 트럼프가 유럽 지도자들에게 각자의 방위비는 알아서 부담하라고 압박하는 가운데 총선에서 승리했다.

메르츠는 “독재 체제를 찬양하는” 트럼프하의 미국과의 “시대적 단절”을 거론했다. 메르츠는 유럽연합과 전쟁 동맹 나토에서 독일의 구실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메르츠는 대(對)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늘리고, 나토 회원국에게 요구되는 국방비 지출 목표치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2퍼센트를 초과 달성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온갖 언사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저성장이 메르츠 정부를 제약할 것이고, 메르츠 정부는 노동계급에게 대가를 떠넘기고 자신의 실패를 이민자 탓으로 돌리는 마녀사냥에 나설 것이다.

반파시즘 운동이 계속 건설돼야 하고, 쇠락하는 신자유주의 중도가 아닌 대안을 제시할 투쟁이 벌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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