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영국 녹색당은 유대인혐오 낙인 찍으려는 비방에 굴복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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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녹색당 대표 잭 폴란스키와 그의 당이 제러미 코빈이 당한 것과 똑같은 취급을 당하고 있다. 폴란스키는 이를 칭찬으로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영국 권력층이 위협으로 간주한다는 뜻이니 말이다. 폴란스키는 압박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이번 공격은 2015~2020년에 노동당을 이끌던 코빈이 당한 공격과 형태가 똑같다. 언론의 광기에 가까운 공세와 당내 우파의 공격이 동시에 벌어지는 것도 똑같고, 공격 대상을 유대인 혐오자로 모는 거짓 비방을 핵심 무기로 삼는 것도 똑같다.(관련 기사: 본지 307호 ‘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코빈이 유대인 혐오자라는 거짓 비방이 노리는 것’)
도덕적 정당성 면에서 언론의 공격은 경멸할 가치조차 없을 만큼 저열하다. 이번 공격의 선봉에는 다름 아닌 토니 블레어가 있다. 이라크의 학살자였고, 지금은 트럼프의 억만장자 측근인 래리 엘리슨의 돈으로 먹고사는 작자 말이다. 블레어는 녹색당이 감히 시온주의를 인종차별이라고 선언해 “선을 넘었다”고 꾸짖었다. 〈텔레그래프〉는 녹색당을 비난하는 역겨운 만평에서 유대인과 무슬림을 동시에 모욕해 그 저열함이 새로운 경지에 이르렀다.
한편, 팔레스타인 대의의 믿을 만한 우군이 결코 아닌 캐럴라인 루카스를 필두로 한 녹색당 전 대표들은 폴란스키가 호번앤드세인트팽크러스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것을 기회 삼아 득을 보려 해 왔다. 폴란스키가 녹색당을 역동적인 “생태 포퓰리스트” 대중 정당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못마땅했던 그들은 이제 폴란스키를 끌어내리려 한다.
시온주의 운동이 19세기에 어떻게 시작됐든 간에, 오늘날 시온주의가 인종학살을 자행하는 인종차별적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 국가 이스라엘을 떠받치고 수호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터무니없다. 이런 취지의 결의문을 녹색당 당대회가 통과시킨 것은, 그 명백한 진실을 2023년 10월 7일 이후 3년간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각인시킨 거대한 학습 과정[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역자]의 결과다.
폴란스키가 거둔 성과는 그런 학습 과정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거대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벌어지고 노동당 키어 스타머 정부가 생계비 위기 대응에 첫발조차 떼지 못하자 폴란스키는 녹색당에 기회의 문이 열렸음을 감지했다.
폴란스키의 전략은 성공을 거뒀다. 2월 고튼앤드댄튼 보궐선거에서 녹색당 후보 해나 스펜서가 압승을 거두고 5월 지방선거에서도 녹색당이 약진한 것이다. 이런 성공은 현 노동당 총리 앤디 버넘이 스타머를 축출하는 데 도움이 됐다. 버넘은 노동당을 전통적인 사회민주주의 정당으로 새단장하려 애써 왔고, 그 시도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그에 따른 노동당 지지율 반등이 폴란스키가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주요 원인이다. ‘시온주의는 인종차별이다’ 결의문 통과는 보궐선거 투표가 너무 임박한 시점에 이뤄져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반면 폴란스키(유대인이다)에게 유대인 혐오자 낙인을 찍는 여러 달에 걸친 비방은 십중팔구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제 폴란스키가 해야 하는 것은 단호하고 굳게 버티는 것이다. 코빈이 몰락한 요인 하나는 코빈 지도부가 타협과 책략으로 공격에 대응하기 일쑤였다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코빈은 수세에 몰렸고 코빈 지지자들은 사기가 저하됐다.
폴란스키는 시간이 그의 편임을 알아야 한다. 버넘이 실질적 사회 변화 약속을 지킬 가능성은 매우 낮다. 더구나 지금은 코빈의 노동당 대표 시절에 없던 것이 있다. 영국 사회 깊숙한 곳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거대하고 지속적이고 갈수록 급진화되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다.
바로 이것이 힘의 근원이다. 폴란스키의 최대 약점은 자신의 당이다. 역사적으로 녹색당은 주로 중간계급에 기반을 둔 틈새 선거 정당이었다. 지방의회에서 녹색당의 전력은 주류 정당들보다 그다지 나을 게 없었다. 유럽 다른 나라들에서 녹색당이 거둔 일정 정도의 선거 성과는 그 당들이 썩어빠진 친제국주의 정당으로 변모하는 데에 일조했다. 유럽 각국의 녹색당들이 영국 녹색당의 ‘시온주의는 인종차별이다’ 결의문을 비난하는 것을 보라.
지금까지 폴란스키는 월요일자 〈가디언〉 기고문에서 “불완전하다”고 일컬은 결의문에 관해 요리조리 회피하고 말을 흐려 왔다. 하지만 굴복한 것은 아니다. 그 글에서 폴란스키는 이렇게 썼다. “시온주의가 팔레스타인인 강제 이주와 인종학살을 떠받치는 이데올로기라는 결의문의 핵심은 나의 견해와 부합한다.”
그럼에도 폴란스키는 녹색당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진정으로 대변하는 정당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투쟁해야 할 것이다. 그 운동이야말로 녹색당의 성공을 가능케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운동에는 사회의 진정한 변혁을 위해 투쟁할 수 있는 강력하고 독립적인 혁명적 좌파도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