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11월 5일 160만 명 파업·시위 ─ 투쟁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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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 파업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파리 거리를 휩쓸었다. 파리에서만 약 35만 명이, 프랑스 전역에서 160만 명이 행진했다(주최 측 추산).
르아브르에서는 수많은 항만 노동자들이 행진에 참가했다. 리옹에서는 약 5만 명이 행진했다. 마르세유·툴루즈·보르도·그르노블 등 크고 작은 도시 최소 70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번 총파업은 모든 주요 노총의 지지를 받았다. 파리에서는 각 노총 조합원들과 지지자들이 각기 거대한 대열을 이루고 거리를 메웠다.
노동조합들의 음향 장비와 예술대 학생들이 만든 대형 조형물이 행진에서 한데 어우러졌다. 그런 대형 조형물 중에는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의 종이 반죽 조각상이 불타는 학교 건물 모형 위로 솟아 있는 것도 있었다.
검은 법복을 입은 변호사들이 “검은 분노(Colère noire)”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했다. ‘검은 분노’는 격노를 뜻하는 프랑스어 관용구다. 청년들에 대한 탄압에 변호사들이 느끼는 격노를 표현한 것이다.
시위대는 거대한 팔레스타인 국기를 펄럭였고, 군중 사이에서는 반파시즘 구호가 수시로 터져 나왔다.
파업에 참가한 소방관 아르노 씨는 소방관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한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국가가 노동자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지 않고 있는데, 소방 서비스가 약화되면 결국 보통 사람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고 아르노 씨는 설명했다.
아버지로서 아르노 씨는 다음 세대를 위한 더 나은 미래를 요구한다. 또 아들로서 아르노 씨는 해마다 형편이 더 나빠지는 퇴직자들에게 연대한다.
11월 5일 아침은 중고등학생들의 학교 봉쇄와 함께 밝았다. 파리 도심의 엘렌 부셰 학교에서는 경찰이 봉쇄를 침탈해 폭력을 휘둘러 학생들을 밀어냈다. 경찰은 몇몇 학생들을 바닥에 넘어뜨렸고, 학생들을 에워싸고 가방을 수색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얼마 후 오전에 대열을 재정비하고, 바퀴 달린 플라스틱 쓰레기통으로 파리 도심의 리볼리 거리를 봉쇄하고 진압 경찰 병력과 대치했다.
파리 교외 생드니에서 온 학생들과 노동자들은 함께 파리 기차역 북역에서 즉석 행진을 벌였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대열을 지어 본대오에 합류하러 행진했다.
철도 노동자들, 병원 노동자들, 폴 엘뤼아르 학교의 학생·교직원들이 행진 선두에 섰다.
이 대열이 본대오에 도착했을 때 경찰이 잠시 막아섰지만 결국 비켜서야 했다.
파업에 참가한 철도 노동자 기욤 씨는 파업이 강력하게 벌어지고 있으며, 특히 기관사들이 그렇다고 전했다. 기욤 씨는 에너지 가격이 지난 15년 동안 두 배로 뛰었지만 임금은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않았다고 기자에게 설명했다.
“주주들에게 돌아갈 돈은 넘쳐 나는데 임금에 쓸 돈은 전혀 없다고 합니다. 정당들은 노동자 편이 아니에요. 노동자 편에 서는 것은 여기 거리에서 벌어지는 운동뿐입니다.
“오늘 이후에도 운동은 계속될 것 같아요. 정부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경찰은 청년들을 거칠게 탄압합니다. 경찰이 청년들을 두들겨 패는 걸 보면 이제 파업에 나설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폴 엘뤼아르 학교는 열악한 환경을 더는 참지 못한 학생들이 가장 먼저 봉쇄에 나선 학교 중 하나다. 교직원들은 지원 증대를 요구하고 경찰 폭력을 규탄하며 9월 24일부터 파업 중이다. 이 파업은 ‘갱신형 파업’으로, 파업 지속 여부를 파업 노동자들이 매일 결정한다.
학생 모니카 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우리 학교에서 투쟁이 시작된 첫날부터 참가했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뉴스를 보고 ‘프랑스 사람들은 늘 화나 있군’ 하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분노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마크롱 정부 10년을 겪었어요.
“연료비 때문에 노란 조끼 시위도 벌였습니다. 그때 상황이 바뀔 거라고 들었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난방비 낼 돈이 없어 겨울에 추위에 떨고 있습니다.”
볼테르고등학교 노동자들도 이번 주 파업에 나섰다. 노동자들은 11월 5일 이른 아침부터 피켓라인[대체인력 투입 저지] 행동을 하고, 인근 카페에서 모임을 가진 뒤 학생들과 함께 행진해 본대오에 합류했다.
파리 곳곳의 파업 노동자들은 개인적으로 시위에 참가할지, 일터에서 동료들과 집단적으로 피켓라인 행동을 할지 사이에서 택일했다.
자연사박물관 노동자들은 아침부터 피켓라인 행동을 했다. 노동총동맹(CGT) 조합원인 마리 씨는 이곳에서 6개월째 쟁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도서관은 매주 토요일마다 파업 때문에 문을 닫는다고 설명했다.
마리 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임금 문제로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파업하면서 우리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눴고, 작업 배치 방식과 운영 관행에 대해서도 요구할 게 있음을 깨달았어요. 함께 이야기하다 보니 우리 모두가 똑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오늘은 전국적 행동의 날입니다. 오늘이 특별한 점은 우리가 학생들, 대학 노동자들, 다른 박물관 노동자들과 힘을 합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리 씨는 혼자서 행진에 참가하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으므로 같은 일터의 노동자들이 함께 대열을 이뤄 시위에 참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역시 파업에 참가한 박물관 노동자인 카이나 씨는 노동자들이 150명이 참가한 총회에서 표결해 스스로 피켓라인 행동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카이나 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피켓라인 행동은 다른 동료들과 만나는 기회입니다. 또 박물관 관람객들에게 우리의 존재를 보여 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관람객 대부분은 이곳에 이렇게 많은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모르거든요.”
이만큼 자신감이 높지는 않은 파업 노동자들도 있다. 한 컨설팅 기업 노동자는 동료들에게 파업 동참을 설득하려 했지만 아직까지는 설득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했다.
엔지오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삼 씨는 “좋은 일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구실로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과중한 노동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삼 씨는 자기 일터에서 조합원들이 매주 총회를 열고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가 파업에 관해 대화하는 방식으로 조직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이번 운동은 10대 학생들이 시작했다. 어떤 사람들은 학생들의 요구가 더 부각돼야 한다면서, 노동자들이 자기 문제를 앞세워 운동을 “가로채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많은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학생들이 제기한 요구와 똑같다고 말한다.
삼 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학생들을 ‘돕고’ ‘보호한다’는 담론을 넘어, 우리 자신의 파업으로 학생들과 연대하는 것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학생들을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도 그들의 투쟁에 동참하고 우리 자신의 힘을 키우는 것입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운동의 잠재력을 제약하려는 노동조합 관료층에 맞서 스스로 조직해야 한다. 노조 지도부가 구상하는 수준을 넘어 아래로부터 조직과 행동을 밀어붙여야 한다.
목요일 총파업에서 노동자들과 학생들은 마크롱 정부와, 운동을 억누르려는 경찰에 맞서 놀라운 위력을 과시했다. 소피 비네 CGT 위원장은 운동을 “다음 단계”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실현시키고 마크롱의 예산안을 좌절시키려면, 노동자들이 스스로 조직하고 모든 일터에 파업 운동의 뿌리를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