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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저항의 배경, 전개, 전망

이 글은 10월 22일(목) 노동자연대 서울 지역 모임들이 주최한 같은 제목의 토론회에서 드니 고다르가 한 발제와 청중 발언·질문, 그리고 그에 대한 고다르의 토론 정리를 글로 옮긴 것이다.

드니 고다르는 프랑스 인종차별 반대 연대체 ‘연대의 행진’의 조직자이자 프랑스 혁명적 좌파 단체 ‘계급 독립성’의 지도적 회원이다.

발제 중인 프랑스 혁명적 사회주의자 드니 고다르 ⓒ제공 Joan BELEC

지금 프랑스 상황이 주는 영감을 전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경험에서 제기되는 여러 문제들에 관해서도 얘기하고자 합니다. 지금은 이론적 문제들이 구체적 현실 문제가 되고 있는 시기입니다.

프랑스의 민중 항쟁 상황

지난 토요일인 10월 17일, 프랑스 전역의 도시들에서 벌어진 일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날 벌어진 일은 민중 항쟁이라고 부를 만했습니다. 다들, 그리고 언론도 폭력, 약탈, 소요, 바리케이드만 집중 조명하고 있지요. 하지만 저는 그것이 그날의 주된 측면이 아니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런 일들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핵심은 아니었습니다.

첫째,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참여했습니다. 그날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나왔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제대로 계획된 시위가 없었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적어도 100만 명이 거리로 나왔고, 어쩌면 200만 명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둘째, 계급 전체가 들고일어선 것이었습니다. 교외의 서민 동네에 사는 연령대와 인종을 불문한 사람들이 가족·친구들과 함께 도심 거리에 나와 시위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계급의 온갖 다양한 행동 방식이 나타났습니다.

소요도 있었고, 바리케이드도 있었고, 관공서 건물이 불타기도 했습니다. 지금 우리 계급이 얼마나 단호하고 분노에 차 있는지 보여 주는 일이었지요. 약탈도 있었습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시위에 나선 이유 하나를 보여 줬습니다. 바로 빈곤입니다. 임금이 깎이고, 연금과 각종 복지 수당이 공격받아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상황이지요.

하지만 주된 모습은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거리를 점거하고 춤추고, 구호를 외치고, 토론하고, 걸어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한 가지 사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프랑스 동부의 독일 접경지에 있는 도시 스트라스부르의 사례입니다.

토요일 이른 오후 약 2만 2,000명이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그곳 동지들에 따르면 시위는 평화롭게 시작됐습니다. 사람들은 그저 차도를 따라 걷고 있었어요.

그런데 시위 시작 불과 한 시간 만에 경찰이 시위대를 공격했습니다. 그러자 어떻게 됐을까요? 시위하던 사람들이 도시 곳곳으로 흩어져 밤까지 도시 전체를 점거했습니다.

우리 계급의 수많은 사람들이 항쟁에 나서서 거리를 차지한 것, 이것이 프랑스에서 10월 17일이 갖는 핵심 의미입니다.

프랑스 상황은 세계적 추세의 일부다

프랑스 상황이 현재 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추세의 한 단면이라는 점을 잠깐 설명드리겠습니다.

이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은 양극화입니다. 정치적으로 좌경화 흐름과 우경화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지요.

프랑스와 전 세계에서 자본주의가 위기에 빠지면서 정부와 지배계급은 대대적인 긴축 정책을 밀어붙이고, 국가 탄압과 인종차별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양극화는 우리 편의 거대한 저항 운동으로 나타났습니다.

2023년에는 수개월 동안 파업과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연금에 대한 공격에 반대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거듭 프랑스 거리로 나왔습니다.

1년 전에도 광범한 분노가 있었는데, 특히 의회에 예산안이 상정될 때마다 예산 문제를 둘러싸고 분노가 터져 나왔습니다. 하루 동안 “모든 것을 봉쇄하자”는 행동이 SNS에서 제안됐습니다. 어떤 기성 조직의 도움 없이도 이 호소가 퍼져 나가자 정부는 겁에 질려, 행동의 날이 오기도 전에 총리가 사퇴했습니다.

지금 벌어지는 일도 이런 좌경화의 표현입니다.

4주 전 파리 교외의 한 학교에서 시작된 항의 행동이 아주 빠르게 확산돼 천여 곳의 학교가 참여하는 전국적 운동이 됐습니다. 중고등학생들이 봉쇄와 시위를 이끌었습니다.

지난주에는 대학으로도 행동이 번졌습니다. 대학생들이 중고등학생들의 운동에 가세하며 대학의 90퍼센트가 봉쇄되고 문을 닫았습니다.

지금 중고등학교는 보름 동안의 방학이 시작됐지만, 대학은 방학이 아니어서 대학생들의 대학을 점거 봉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양극화의 한 측면이자, 현재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측면입니다.

극우의 성장

하지만 양극화에는 다른 측면도 있습니다. 정치 양극화가 극우를 키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프랑스에서 양극화는 국민연합(RN)이라는 진정한 파시스트 정당을 키우고 있습니다.

몇 달 뒤 프랑스에서는 총선과 대선이 열립니다. 국민연합 대선 후보인 마린 르펜이 여론 조사에서 큰 격차로 앞서고 있습니다. 모든 여론 조사에서 르펜은 1차 투표에서든 결선 투표에서든, 좌우파 막론하고 다른 모든 후보를 크게 앞질러 당선할 것으로 나옵니다.

이것이 전체 그림입니다. 거리에서는 운동과 민중 항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파시즘의 위험도 있습니다.

전략적 쟁점 1: 파시즘에 맞선 투쟁

대중 운동은 전략적 문제들을 제기할 뿐 아니라 그 문제들을 해결할 기회도 줍니다.

그 첫 번째로, 파시즘과 파시즘에 맞선 투쟁이라는 문제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운동 안에서도 논쟁이 되는 문제인데요. 급진적이고 좌파적인 대중 운동이 있다고 해서 파시스트들의 세가 제풀에 약해질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운동이 몇 주 동안 이어지고, 청년들, 중고등학생들까지 반(反)파시즘 구호를 외치고 있는데도 여론 조사에서 국민연합 후보 마린 르펜의 지지율은 여전합니다.

10월 17일 집회 이후에도 그렇습니다. 국민연합과 마린 르펜은 이 운동을 저지할 유일한 세력이자 “질서의 정당”을 자처했습니다.

이런 상황에는 좋은 점도 있는데, 바로 파시즘의 본질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준다는 것입니다. 파시즘의 본질은 운동을 분쇄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저항과 노동계급의 조직들을 분쇄하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운동에 과제를 제기합니다. 운동의 힘으로 파시스트들을 물리치지 않으면, 파시스트들이 우리를 물리칠 것입니다.

이것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파시즘에 어떻게 맞서 싸울 것인지를 두고 프랑스뿐 아니라 곳곳에서, 그러나 특히 프랑스 좌파 안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입장은 역사적으로 민중전선 전략으로 불리는 것입니다. 요컨대 이런 주장입니다. ‘온건해지자. 급진적 요구는 내세우지 말고, 온건한 자본가들과 동맹을 맺어서 파시스트들의 전진을 막자.’ 프랑스 좌파의 다수 경향이 오랫동안 따라 온 노선입니다.

그 결과 현재 파시스트가 대선에서 승리하고 집권할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와는 다른 — 그러나 실천에서는 같은 — 입장도 있습니다. 특히 운동이 벌어지는 시기에, 지금 프랑스에서 나오는 주장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데, 뭐 하러 파시스트들에 신경 써야 합니까? 혁명이면 충분합니다.’

지금으로부터 이틀 뒤인 10월 24일 토요일, 파리에서 200킬로미터 떨어진 작은 도시 오를레앙에서 국민연합의 당대회가 열립니다.

우리는 이번 토요일 그 당대회에 맞서는 대규모 시위가 필요하다고 노조 지도부 및 다수 좌파를 강하게 압박하고 논쟁해야 했습니다.

우리가 워낙 강하게 나오고 우리 주장에 호응하는 사람도 많아서, 그들도 말로는 우리 주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컨대 주요 노총인 노동총동맹(CGT)은 오를레앙 시위를 다른 단체들과 공동 조직하기를 거부했지만, 10월 24일 파리에서 오를레앙으로 가는 버스 한 대는 마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고작 한 대요! CGT가 동참을 거부했기에, 우리 연대체[드니가 조직자로 있는 ‘연대의 행진’을 가리키는 듯하다 — 역자]는 별도로 파리에서 오를레앙으로 가는 버스 열두 대를 마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0월 17일 토요일에 이어 10월 24일 토요일에도 파리에서 반정부 시위가 열리게 되자, CGT 지도부는 그것을 핑계로 버스 대절을 취소했습니다.

이처럼 이 논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경찰조차 이번 토요일에 소도시 오를레앙에서 적어도 1만 5,000명이 반파시즘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전술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국민연합은 우리의 운동과 거리의 저항, 좌파를 막을 유일한 세력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 의회에서 마린 르펜은 이번 주말 자신들의 당대회를 열 수 있도록 해 달라며 공개적으로 경찰에 보호를 요청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거리가 우리의 것이고, 대중 운동의 전통도 우리의 것이며, 다수가 인종차별과 파시즘에 반대한다는 것을 보여 줬습니다. 국민연합은 자신들을 직접 겨냥한 이 시위에 직면해 입지가 좁아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첫 번째 쟁점입니다. 파시즘과 어떻게 싸울 것인가를 놓고 운동 안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죠.

전략적 쟁점 2: 노동계급의 동참

운동의 두 번째 전략적 쟁점은 노동계급 문제입니다.

민중 항쟁은 훌륭하고 대단한 일입니다. 하지만 혁명은 어느 시점에서는 국가를 분쇄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려면 우리에게는 민중 항쟁을 넘어서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 계급의 힘을 가늠하고 조직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파업과 작업장 점거를 통해 우리 계급의 권력을 구축해야 합니다.

중고등학생들의 투쟁은 훌륭합니다. 학생들의 호소에 응해 노동자들이 학생들을 대거 지지합니다. 하지만 주로 노동자로서가 아니라 부모로서 지지하고 있습니다. 경찰 탄압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요구를 지지하러 시위에 나오는 것이지요. 이처럼 부모로서 지지하는 것은 우리 계급의 힘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그렇고 지난 몇 주 동안에도 운동 안에서 파업은 거의 없었습니다. 운동이 벌어지는 동안 중고등학생들은 학교를 봉쇄했고, 대학생들은 대학을 봉쇄했고 지금은 점거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수많은 노조 활동가들이 중고등학생들을 지지하러 매주 시위에 나왔지만, 파업은 아주 드물었습니다.

중고등학생들과 노동자들, 노조 활동가들 사이에 아무런 연결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폴란드 출신의 혁명적 사회주의자 로자 룩셈부르크가 대중 파업이라고 부른 과정의 멋진 면모가 드러납니다. 중고등학생들은 운동 초기에 노조의 파업일을 활용해 운동을 확산시켰습니다.

사회 분위기 때문에 노조는 9월 29일 공공·서비스 부문 파업을 하기로 이미 여름에 정해 둔 상태였습니다. 그 파업은 아주 관료적인 방식의 하루 파업이었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중고등학생들의 운동이 시작되면서, 학생들은 이날을 잘 활용해 전국적 학교 봉쇄와 시위를 호소했습니다.

이렇게 중고등학생 투쟁의 분출과 확산이 노조의 파업일과 맞물렸습니다. 그러면서 중고등학생들의 투쟁이 학교 천여 곳으로 확산됐습니다.

하지만 장애물도 있었습니다. 노조 활동가들, 파업 노동자들과 중고등학생 운동이 직접 연결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노조 관료들은 이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중고등학생들의 압력으로 통제력을 잃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 압력을 받고 있었기에 뭐라도 호소하기는 해야 했던 노조 지도부는 다음 전국 파업일을 11월 5일로 잡았습니다. 11월 5일은 9월 28일에서 무려 5주 뒤였습니다.

그런데 중고등학생들의 압력 때문에 노조 지도부는 10월 6일과 13일의 시위와 봉쇄도 지지해야 했습니다.

10월 17일 행동도 원래 중고등학생 투쟁이 시작되기 전인 9월 초에 SNS를 통해 계획된 것이었고, 당시에는 거의 호응이 없었습니다. 아무도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중고등학생들은 이 날짜를 아주 잘 활용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날 거리로 나와 거리를 점거합시다. 중고등학생뿐 아니라 노동자도, 모두 함께 정부의 긴축과 파시즘에 맞서 나섭시다.”

이번에도 노조 지도부는 움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10월 17일을 불과 이틀 앞두고서야 그날 시위에 나오라고 호소하기로 했습니다. 불과 이틀 앞두고서요.

그리고 이제 프랑스의 모든 노조가 파업일로 잡은 11월 5일이 투쟁의 역동성과 연결되면서 실질적 중요성을 띠게 됐습니다.

노조 지도부가 운동의 기세를 다른 데로 돌리고 통제력을 되찾으려고 잡은 11월 5일 파업이, 이제는 운동을 확산시키고 노동계급의 행동을 중고등학생·대학생들과 연결할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일터와 중고등학생 운동 안에서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날 행동과 파업을 조직하자. 수동적 파업이나 시위 참가에 그치지 말고, 모든 지역과 일터에서 사람들을 조직하자. 일터를 점거할 전망을 가지고 조직하자.”

전략적 쟁점 3: 혁명적 조직의 필요성

마지막 세 번째 전략적 문제인 혁명적 조직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파시즘을 어떻게 물리칠 것인가, 노동계급과 학생들의 운동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하는 두 문제가 앞으로 프랑스에서 핵심적일 것이라는 제 얘기가 여러분께 설득력 있게 들렸기를 바랍니다. 저는 세계 어디서나 그런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각각의 문제에 관해 이론적 토론과 논쟁을 벌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론적 문제처럼 보이던 것들이 지금 프랑스에서는 운동 내의 구체적 쟁점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론적 주장을 현실과 경험, 능동적인 실천과 결합해서 명료하게 제시해야 합니다.

혁명가로서 우리는 파시스트에 맞선 특별한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로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과 결합합니다. 물론 운동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을 설득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상황 덕분에,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오를레앙의 반파시스트 행동으로 모을 수 있습니다.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에게 우리는 노동자들과 관계 맺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학교 주변, 대학 주변의 병원과 우체국 등을 찾아가 노동자들을 설득하고 파업에 나서도록 북돋자는 것이죠. 제가 사는 지역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일입니다.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파리의 저희 동지들은 10월 17일 파리 북부에서 팻말 시위를 조직했습니다.

17일 토요일 늦은 아침에 200명이 모였습니다. 지역 노동자들과 노조 활동가들, 중고등학생들, 대학생들이 한데 모여 도심으로 출발할 준비를 했습니다.

이렇게 노동자와 학생 300명이 ‘비공인 시위’라고 불리는 불법 시위를 벌였습니다. 파리 북부에서 출발해 거리와 골목을 누비다 도심을 점거했습니다. 도심에 도착했을 때 그 대열은 3,000명으로 불어나 있었습니다.

17일 토요일 시위에서는 많은 사람이 개별적으로 움직였는데, 이 사례는 지역의 단결과 조직적 기반, 일반 조합원 기반이 어떻게 사람들을 집결시키고 시위에 집단적 힘을 부여할 수 있는지를 실천적으로 보여 줬습니다.

그날 3,000명을 모아 낸 핵심 300명은 이제 자기 지역으로 돌아가 11월 5일 파업을 함께 조직할 수 있습니다.

혁명적 주장과 전략, 그리고 혁명적 조직을 통해 주도력을 발휘하는 것이 운동에 영향을 미치고 전망을 제시한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프랑스에서 우리 ‘계급 독립성’(A2C)은 작은 조직입니다. 우리 주장에 호응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만큼, 조직을 더 크게 미리 건설해 뒀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이라도 조직을 건설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조직을 건설할 기회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며 발제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몇 달 전만 해도 우리는 격월간지를 냈고 한 호당 200부 정도 판매했습니다. 이번 투쟁이 시작되기 전인 9월 초,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월간지를 내기로 했습니다. 이틀 뒤인 10월 24일 토요일 오를레앙의 반파시스트 시위에서 우리는 300부를 판매할 계획입니다. 예전에는 두 달 동안 팔던 분량을 하루만에 팔려는 것입니다.

이제 마무리하겠습니다. 지금 프랑스에서 엄청난 규모의 투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상황을 보면, 이런 일이 형태를 달리해서 어디서나 벌어질 것입니다. 시간을 허비하지 마십시오. 이것이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입니다. 최대한 빨리 혁명적 조직을 건설하십시오.

지금 상황과 이 모든 논쟁에는 혁명가들이 필요합니다. 운동 안에서 주장을 펴고, 혁명적 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실제 변화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러시아 혁명가 레닌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가 혁명적 사회주의자로서 혁명에서 많은 것을 배우리라는 점은 명백하다. 문제는 우리가 혁명에 무언가를 가르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혁명적 사회주의자로서 운동으로부터 배우려면 이런 모임과 토론이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핵심은 우리가 혁명적 사회주의자로서 이 운동에 무언가를 가르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파시스트를 물리치고 혁명으로 나아가 자본주의 체제를 끝장낼 수 있도록 말입니다.

청중 발언과 질문

① “좌파는 박탈당한 대중에게 점잖게 행동하라고 설교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유럽 당국들의 경찰 폭력은 1980~1990년대 한국을 보는 것 같습니다. 14살, 16살 학생들이 눈에 최루탄을 맞아 실명하고 머리가 깨지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10월 24일 국민연합(RN) 당대회에 맞서는 집회를 진압하려고 군대를 투입하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무수한 희생자를 낳을 수도 있는 재앙이 펼쳐질 것이고, 프랑스 ‘자유민주주의’의 밑바닥을 드러내는 일이 될 것입니다.

얼마 전 한국의 몇몇 개혁주의자들이 ‘트럼프에 맞서 프랑스 같은 국가와 ‘중견국 연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지금 프랑스 경찰이 청소년들에게 가하는 폭력이 과연 트럼프의 ICE가 자행하는 폭력보다 낫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탈리아에서도 정부가 밀라노에 군 병력을 500명을 추가 배치하고 의회는 시위대를 더 탄압하는 법들을 통과시키고 있습니다. 덴마크에서는 군중 통제 경찰이 신설됐다고 하는데, 사실상 무제한의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 경찰이라고 합니다. “국가의 본질은 지배 계급의 무장한 특수 집단”이라는 레닌의 말이 우리 눈앞에서 고스란히 들어맞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에서도 10월 17일 이후 시위대에 대한 비난이 커졌습니다. 극우는 말할 것도 없고, 자유주의 언론들과 개혁주의자들도 프랑스 청년들의 폭동과 약탈을 비난합니다.

노동당의 지식인인 박노자 씨는 〈노동자 연대〉 신문 1면(“폭동과 약탈은 부자와 인종차별에 맞선 저항이다”)에 매우 분노하면서 ‘혁명가들이 도덕도 없다’는 식으로 비난했습니다. 며칠 전 〈한겨레〉 뉴스레터는 제목에서 “프랑스의 초좌파” 운운하면서 시위대 내에 폭력 집단 초좌파가 있다고 했습니다. 반면 같은 날 〈노동자 연대〉 뉴스레터는 ‘폭력과 폭동과 약탈은 억압받던 이들의 목소리’라는 내용을 전했죠.

좌파는 박탈당한 대중에게 점잖게 행동하라고 설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대중의 분노 폭발의 양상들을 비난하는 것은 마크롱과 극우에게 탄압의 빌미를 주는 것입니다.

역사상 많은 투쟁들이 폭동으로 시작됐습니다. 예컨대 1969년 성소수자들의 스톤월 항쟁도 사흘 동안 전투를 치르면서 벌어졌던 일입니다.

우리는 약탈과 폭동이 ‘점잖지 않다’고 비난하는 게 아니라 그것이 더 강력한 노동자의 힘과 결합돼야 한다고 주장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가능성을 한국에서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 프랑스는 한국 극우들도 걱정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 시위에서 이민자들, 또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걱정합니다. 극우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위력을 두려워하고, 이민자들이 한국에 있는 운동과 결합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보여 줍니다.

여기서 이끌어내야 할 결론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오늘날 시대 정신의 하나가 됐다든 것, 또 그 운동을 더 발전시켜 더 많은 이민자들과 함께 더 글로벌한 ‘인티파다’(항쟁)를 한국에서도 벌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② “프랑스 정부는 판돈이 크기 때문에 악독하게 굴고 있습니다”

저는 대학생입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왔다가 지금은 프랑스로 돌아가 현지 투쟁에 참가하고 있는 친구와 최근 나눈 대화를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 주 월요일(10월 19일) 아침, 내가 다니는 대학에서 학생들이 시작한 봉쇄가 연좌 농성으로 이어졌다. 경찰이 학생들을 해산시키고 연행했다. 진압 과정에서 경찰은 학생 1명의 어깨를 탈구시키고 다른 1명의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또 다른 한 명을 구속시켰다.

“캠퍼스는 그날 오후 다시 개방됐지만, 경찰이 도로를 통제하고 학생들을 검문 검색하고 팻말과 유인물을 압수했다. 학생들이 병원에 실려갔거나 연행된 동료 학생들과 연대하는 뜻에서 학교 건물 하나를 점거하고 농성하고 있었는데, 사복 경찰들이 학교로 숨어 들어와 그 학생들을 감시했다.

“정부와 극우 정치인들, 그리고 심지어 좌파를 자처하는 정치인들 일부도 ‘불복종 프랑스’와 멜랑숑을 비난한다. 한 권위 있는 탐사 보도 매체는 정부가 ‘불복종 프랑스’를 시위와 약탈의 배후로 지목하라고 경찰 정보 기구에 명시적으로 지시했음을 폭로한 바 있다.”

프랑스 정부가 지금 이렇게 악독하게 나오는 이유는 투쟁에 걸린 판돈이 커지고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위기가 점점 심화하면서 지배자들은 ‘사람들의 삶이 곤궁해질 때 국가가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지우고 싶어합니다. 국가 부채가 재정을 조이는 지금, 연금 같은 사회보장제도가 교육이나 또 다른 복지와 충돌한다고 이간질합니다.

한국의 보수 언론들도 이런 주장을 받아쓰고 있습니다. 최근 〈중앙일보〉는 프랑스 상황을 다룬 기사에 ‘10년 뒤 한국의 미래다... 불타는 프랑스가 보낸 경고장’이라고 제목을 달았습니다. 그 기사의 핵심 주장은, 국가 부채가 있으면 경제 성장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긴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기업의 수익성을 보장하려면 긴축이 불가피하다는 압력에 타협하지 말고 노동계급의 필요를 더 우선하는 주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삶을 희생하는 대가로 자본주의의 수익성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긴축에 반대하고, 연금·교육·복지 또는 노인·청년·이주민·내국인이 서로 반목하고 대립할 문제가 아니라 노동력 재생산 비용이라는 똑같은 문제이자 사회적 임금의 문제임을 주장해야 합니다.

자본주의는 착취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자신이 생산한 가치 일부를 착취당한 것을 되찾으려 싸움에 나설 때 그것을 흠뻑 지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비슷한 투쟁들이 일어날 수 있게끔 고무해야 합니다.

③ “국가가 복지가 아니라 군비를 우선하는 것은 프랑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앞선 발언자(②)가 말한 〈중앙일보〉뿐 아니라 〈조선일보〉 같은 여러 친기업 우파 언론들도 사설에서 10월 17일의 시위를 비난했습니다. 핵심 내용은 ‘프랑스가 복지를 퍼 줬기 때문에 재정 적자가 났다, 한국도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미리 복지를 줄여야 한다’는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폭로되는 프랑스의 교육 여건이나 상황을 보면 ‘프랑스가 복지를 퍼 주는 나라가 맞나? 학교에서 쥐가 나오는 나라가 어떻게 복지를 퍼주는 나라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프랑스는 군비를 엄청 많이 늘리고 있다는데, 그것을 보면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우선순위가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프랑스는 계속 재정이 적자였지만 부유층 감세는 꾸준히 했지요.

그런데 한국의 복지는 프랑스보다 더 형편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청년들의 상황도 절망적이지요. 그래서 한국 지배자들이 프랑스 시위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의힘 대표인 극우 정치인 장동혁도 프랑스를 두고 ‘남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한국은 정신 차려야 한다’ 하고 말했습니다.

사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 같은 문제가 있고, 그래서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알바니아, 인도, 튀니지 등에서 투쟁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본주의가 위기에 빠지며 보통 사람들에게 고통을 전가하기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보통 사람들이 같은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제국주의 전쟁이 계속되고, 그 때문에 생계비 위기가 벌어지고, 극우가 성장하는 등 이 모든 것에 맞서고자 하는 사람들의 투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공통점이 있기에 한국의 지배자들도 우려를 표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한국에서도 우리 몫을 지키는 싸움에 나서야 하고, 좌파는 그 싸움이 우리 모두의 고통을 낳는 체제에 맞서는 투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프랑스의 투쟁이 더 전진해서 우리에게 더 많은 영감을 주기를 바랍니다.

④ “우리는 자본주의에 맞선 반란을 보고 있습니다”

지금 프랑스 투쟁이 가장 앞서 나가고 있지만, 지금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일이 다른 유럽 나라들에서도 시작되고 있음을 봐야 합니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알바니아, 독일, 벨기에 곳곳에서 투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꼭 유럽 대륙에 한정된 것도 아닙니다. 아르헨티나에서도 극우 밀레이 정부에 맞선 투쟁이 벌어지고 있고, 인도에서도 극우 정부에 맞선 투쟁이 벌어지고 있고, 아프리카 튀니지 등지에서도 투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즉, 특정 나라 특정 정부의 부패에 국한된 투쟁이 아니라 자본주의 정부들의 무능에 맞선 반란이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자본주의에 맞선 반란을 보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둘째, 프랑스 투쟁에서 벌어진 약탈과 방화를 한국 언론들도 집중 조명하면서 비난하고 있습니다. 마크롱을 편들어 주는 거죠. 마크롱도 ‘합법 시위와 파괴자는 분리해야 한다’는 식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합니다. 우리는 그 약탈과 방화가 가난한 청년들의 정당한 분노임을 분명히 하고, 규탄이 아니라 옹호해야 할 대상임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여기에 덧붙여, 청년들이 그런 저항 방식을 선택한 것은 그간 개혁주의 운동 지도자들이 너무 우경화해 청년들의 분노를 외면해 온 책임이 분명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짚어야 합니다.

셋째, 현재 프랑스 지배자들이 채택한 대응 방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어마무시한 국가 탄압입니다. 한국의 우리도 프랑스 국가의 탄압에 반대하고 운동을 지지하는 행동을 해야 합니다. 내일(10월 23일) 긴급 행동에도 적극 참여합시다.[프랑스 대사관 앞 긴급 행동의 취재기는 여기서 볼 수 있다.]

지금 마크롱은 채권 시장 투기꾼들과 시위대의 바리케이트 사이에 끼어 있는 셈입니다. 그 상황에서 마크롱은 채권 시장 투기꾼들을 확실하게 편들어서 운동을 물리적으로 분쇄하겠다고 작정한 것입니다.

다른 한 대응은 지금 극우의 정상화와 관련있습니다. 내년 프랑스 대선에서 파시스트 마린 르펜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보는 프랑스 자본들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마크롱 정부 자신도 시위 대책 회의에 르펜의 정당 국민연합을 포함시켜 함께 대응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국민연합은 근래 들어 처음으로 대중 운동에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편에 서 있습니다. 2019년 노란 조끼 운동, 2023년 국민연금 개악 반대 운동 때 국민연합은 마치 억압받는 사람들의 편인 양 행세했는데, 이번에는 워낙 대립이 첨예한 상황이다 보니 본색을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 지도자들이 문제를 회피하고 조합원들을 동원하지 않는 것은 굉장히 커다란 실책이 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맞서는 투쟁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⑤ “신민중전선이 등장한 프랑스에서 어떻게 르펜이 지지를 키우게 됐나요?”

뜨거운 연설 감사드립니다. 질문이 있어서 나왔습니다.

지금 마크롱 정부는 ‘불복종 프랑스’가 실질적으로 마크롱을 지지하면서, 그러한 신인민전선을 통해서 구성된 정부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의 프랑스 상황을 자세히 몰라서, 르펜이 어떻게 지지를 더 많이 얻게 되고 중도 정부보다 훨씬 큰 지지를 얻게 됐는지 궁금합니다.[‘불복종프랑스가 마크롱을 지지해서 구성된 정부’라는 질문자의 주장을 바로잡는다. 2024년 총선 때 ‘불복종 프랑스’ 등의 급진 좌파가 사회당 등의 중도좌파와 결성한 선거 연합인 신민중전선은 마크롱을 지지하기 위해 결성된 선거 연합이 아니었다. 물론, 선거를 통한 사회 개혁으로 파시즘에 맞선다는 노선은 당시 결선 투표에서 마크롱의 후보들을 지지하는 것으로 이어져 마크롱과 중도 우파를 회생시키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정작 마크롱은 신민중전선을 정부 구성에서 배제했다.(관련 기사 보기) — 〈노동자 연대〉 편집부]

⑥ “이재명 정부는 한국에서 극우의 압박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여러 발언자가 10월 17일 이후 한국의 우익·극우가 프랑스 시위를 한국 상황과 연결해서 비난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가 그런 우익들의 압박을 수용하고 있다는 점도 봐야 합니다.

우익이 복지 문제와 이민자를 연결시킨다는 점은 많은 분들이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쯤 우익 언론들이 어느 중국 동포의 국민연금 119개월 추납 사실을 일제히 보도하고 나서, 이재명 정부가 전수 조사를 했습니다. 그 조사 결과 아무 문제도 없었는데, 정부는 중국계 동포들의 국민연금 조건을 개악하는 메뉴얼을 발표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경기도지사 추미애가 경기도의 이주민 지원 센터를 폐쇄하겠다고 했습니다.

극우가 정상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압력과 주장을 이재명 정부가 실행하고 있다는 것도 봐야 하는 것입니다.

한편, 지금 프랑스 투쟁은 과거 한국의 투쟁들을 연상시킵니다.

하나는 1971년 광주 대단지 사건입니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지금은 성남이 된 그 지역에 대규모 게토를 조성해 뒀습니다. 약 10만 명이 상하수도 시설, 대중교통, 화장실도 없는 곳에 모여 살았습니다. 대중교통이 부실하니 출근도 마음대로 못 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의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그들은 경찰서 출장소에 불을 지르고 빵 수송 차량을 탈취해 빵을 나눠 먹었습니다. 제대로 된 매점도 없는 곳이었거든요. 그 사람들이 그런 방법을 선택한 게 잘못입니까? 그들이 할 수 있는 방법 아닙니까?

박노자 씨 같은 사람이 ‘도덕성’ 운운하는 것을 보면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가 《그들의 윤리, 우리의 윤리》라는 책에서 지적한 중간계급 지식인들에 관한 내용이 떠오릅니다. 그들은 지배계급도 이해하지 못하고 노동계급의 투쟁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오락가락 하면서 양비론적 입장이나 취하곤 하는 것입니다. 그런 주장에 단호하게 맞서고 지금 프랑스 저항을 지지하는 것이 바로 마르크스주의적 윤리·도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연상되는 투쟁은 2008년 촛불 항쟁입니다. 차이점도 굉장히 많지만 분명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청소년들이 앞장서서 운동을 발의했다는 점입니다.

아까 발제자는 프랑스의 노동자들이 학부모로서 운동에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008년 한국에서도 민주노총 지도부가 조합원들에게 노조 조끼를 입지 말고 시민으로 용해돼서 운동에 참가하라는 식으로 지시했습니다. 노동계급의 독자성과 그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제약하는 구실을 했던 것입니다.

2008년 한국에서도 2달 가까이 매일 대규모 거리 시위가 벌어졌어요. 그 절정은 6월 10일 화요일이었는데, 평일 저녁에 서울 도심에 100만 명이 모여서 굉장히 큰 시위를 벌였습니다. 하지만 그 투쟁은 패배했습니다. 거기에 빠져 있던 결정적 고리가 바로 조직 노동자들의 독자적 행동과 투쟁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그 운동의 약점과, 그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혁명적 조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지금 프랑스에서도 상황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바로 혁명적 조직에서 나올 수 있음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⑦ “지난 국제적 투쟁들의 경험을 돌아봐야 합니다”

며칠 전 알자지라에서 ‘유럽의 봄이 오는가?’ 하는 제목의 기사를 냈습니다. 2011년 ‘아랍의 봄’을 연상시키는, 설레고 기분 좋아지는 제목이었는데요. 저는 ‘2011년 아랍의 봄처럼 되면 좋겠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그때와는 좀 달라야 된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1년에 튀니지에서 한 가난한 청년이 먹고살기 너무 고통스러워서 자신의 몸에 불을 질렀고, 그 일을 계기로 아랍 전역으로 혁명이 번졌습니다. 아랍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월가 점거 운동이, 스페인에서도 광장 점거 운동이 벌어지는 등 그야말로 국제적 저항 물결이 일었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무슨 일이 있었길래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프랑스에서는 르펜 같은 자가 부상하고, 독일에서는 파시스트 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이 주(州)정부를 잡게 됐는지, 마치 오답 노트를 보듯 꼼꼼하게 돌아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얘기를 할 수 있겠지만 저는 ‘개혁이냐 혁명이냐’의 문제, 특히 국가를 믿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또 민중전선에 관해 지적하고 싶습니다. 지금 프랑스 청년·학생·노동자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이유 하나가 그와 관계있습니다.

르펜 같은 파시스트의 승리를 막겠다고 신민중전선이 결성됐고, 지금 프랑스 정부는 그 신민전선이 많이 득표한 총선 이후에 출범한 정부입니다. 그런데 그 정부하에서 르펜이 세가 불고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것이 어처구니없고 분노스럽습니다. 지금 프랑스 시위에서는 ‘우리 모두 반(反)파시스트다’ 구호가 널리 외쳐지고 ‘국민전선(국민연합의 원래 이름) 꺼져라’ 같은 구호가 나올 정도로 반파시즘 정서가 굉장히 강한데도, 선거에서는 파시스트 집권이 실제로 가능해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이재명 정부도 내란 청산 하겠다고 집권한 정부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윤석열은 지금 감옥에서 기세가 올라 있을 것입니다. 극우들이 여기저기서 성장하고 있고, 장동혁은 여유가 넘치고, 국힘이 부상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지금 많은 사람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을 것입니다.

드니 고다르 동지가 연설에서 노동조합 관료들의 문제를 지적하셨습니다. 그것을 들으면서 떠오른 경험을 전하며 발언을 마치겠습니다.

저는 계엄이 터진 12월 3일에 국회 앞에 갔어요. 그 자리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이렇게 연설한 것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윤석열 정권이 퇴진하는 날까지 무기한 총파업하겠다.” 그래서 저는 다음 날 아침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에서 시민 발언을 신청해서 ‘파업 꼭 하라’고 발언했습니다.

그런데 파업을 안 했어요. 당시 3~4개월 동안 아슬아슬하고 첨예한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2차 계엄 가능성에 잠을 못 이루고, 서부지법에서 극우들이 난동을 부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윤석열 탄핵 집회보다 극우 집회가 더 커졌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민주노총 관료들은 파업을 하지 않았습니다.

⑧ “지금 상황은 혁명의 현실성을 보여 줍니다”

지금 약탈과 폭동을 비난하는 사람들, 예컨대 박노자 씨 같은 분들을 보면 ‘저 사람은 1987년에 6월 항쟁 때 뭘 했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프랑스에서 펼쳐지는 장면, 화염병 던지고 돌 던지고 경찰하고 전투를 벌이는 모습은 영락없이 1987년 6월 항쟁의 모습입니다. 당시 어느 누구도 감히 그것을 폭동이니 폭력이니 하는 말로 비난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저는 지금 폭동 운운하는 비난은 다루고 싶지도 않고 다룰 가치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약탈에 관해서 말해 보겠습니다. 약탈을 비난하는 어느 TV 보도에서 — 윤석열에 강하게 반대했던 언론인 JTBC의 보도로 기억합니다 — 프랑스 시위대가 약탈하는 장면을 소상히 보여 주더군요. 그런데 굉장히 합리적이에요. 배고프고 빈털터리인 사람들이 편의점 같은 가게에서 생필품을 가져가더군요.

그러니 그런 행동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너는 누구 편이니?’(Which side are you on?) 하고 묻고 싶습니다.

혁명이라는 것을, 혁명이 아니어도 운동이라는 것을, 한편에는 도덕적으로 흠결 없는 사람들이 서 있고 맞은편에는 도덕적으로 파탄 난 사람들이 서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평생 혁명을 구경도 못할 것이고, 오히려 반동의 편에 서기 십상일 것입니다.

지금 프랑스 상황을 1968년과 비교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점에서 지금은 잠재력이 더 큽니다.

1968년에는 대학생들이 낭테르에서 투쟁을 시작해 파리대학교와 소르본대학교 등의 학생들이 시위로 이어지고, 그것이 당시로서는 사상 최대 규모였던 1,000만 명 규모의 조직 노동자 행동, 총파업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노동조합 지도부와 그 지도부에 기반을 둔 공산당이 운동을 통제했고, 그 덕분에 [저항을 피해 도망쳤던] 당시 프랑스 대통령 드골이 해외에서 돌아와서 상황을 혁명적 위험이 덜한 쪽으로 점점 몰고 갈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고등학생들과 대학생들이 싸우고 있고, 노동자들도 조직된 노동계급이 아닌 사람들이 먼저 싸우고 있습니다.

이것이 꼭 나쁜 일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더 나은 점도 있어요. 세계의 많은 진정한 혁명들이 처음 시작할 때도 조직되지 않은 부분이 먼저 치고 나오는 일이 많았습니다.

러시아 혁명도 그랬죠. 당시 러시아는 원체 조직 노동조합이 비교적 약했으니까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 다음 해에 일어난 독일 혁명도 그랬습니다. 당시 처음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독일의 노동조합들이나 사회민주당이 아니라 그 바깥에 있던 조직되지 않은 청년들과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심지어 매우 온건하다고 여겨지던 가톨릭중앙노동조합과 가톨릭 계열 정당의 당원들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상황을 너무 우려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잠재력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마치 지난해 이탈리아에서도 기존 노조로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이 팔레스타인 연대 총파업을 이끌어 내는 데서 선두 주자를 이루고,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이 팔레스타인 연대 파업을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오히려 그런 부분들이 잠재력을 보여 주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이 투쟁은 루카치가 레닌에 관해 말하면서 말한 “혁명의 현실성”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연장을 가득 메운 청중이 열띤 토론을 나눴다 ⓒ제공 Joan BELEC

토론 정리

정말 감사합니다. 훌륭한 토론을 해 주셨습니다. 여러분에게서 많이 배웠습니다.

폭동과 약탈

세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는 폭동과 약탈 문제입니다. 제가 10월 17일의 대중적 성격, 민중 항쟁 성격을 강조하다가 그쪽으로 너무 치우쳤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것을 강조한 것은 주류 언론들과 주류 정치인들이 10월 17일을 폭동과 약탈의 날로만 묘사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공격하려는 것이지요. 물론 우리는 그날이 온갖 행동이 벌어진 민중 항쟁의 날이었다고 말해야 합니다.

이 세상의 진짜 “약탈자”, 진짜 “폭도”는 인류와 지구를 유린하는 지배계급과 그들의 국가입니다.

우리 계급이 이에 맞서 자신감을 얻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배계급에 맞서 싸우는 것은 지극히 정당합니다.

10월 17일 시위의 훌륭한 점을 다시 말씀드리자면, 앞서 스트라스부르 이야기를 했지만 저는 파리에서 벌어진 일을 더 잘 압니다.

노조 지도부가 시위 불과 이틀 전에 동참을 호소하기로 했다고 말씀드렸지요. 노조 지도부는 경찰과의 합의로 그날 유일하게 합법 집회를 잡았습니다. 그 시위대는 파리 중심부의 큰 광장인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출발할 예정이었습니다.

실제로는 사람들은 여러 곳에서 출발해 도심으로 향했습니다. 일부 급진적 자율주의 경향들은 파리의 네 주요 역 앞에 집결해 대통령궁으로 가서 그곳을 공격하기로 했습니다.

경찰은 공식 집회를 몇 시간이나 앞둔 시점부터 도심 광장을 선제 공격했습니다.

파리뿐 아니라 다른 도시들에서도 경찰은 선제 공격했죠. 그래서 제가 스트라스부르 사례를 말씀드린 것입니다.

경찰은 우리가 처음부터 겁먹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사람들을 잔뜩 겁먹게 하면 시위에도 안 나오고 거리에도 나서지 않으리라고 기대한 것이죠.

하지만 다시 말씀드리자면, 이것은 매우 중요한 교훈인데, 물론 사람들은 맹렬한 탄압에 겁을 먹었지만 그럼에도 거리에 남았습니다. 거리에 나온 사람이 너무 많고, 너무 많은 곳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어서 시위는 오히려 더 확산됐습니다. 경찰은 아주 잔혹했지만 시위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폭동과 약탈, 바리케이드보다 그날의 거대한 규모와 계급적 성격을 더 강조한 것입니다.

여기에 교훈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탱크는 사람들을 죽이고 겁줄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다수이고 운동이 대규모라면 탱크로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이집트 혁명 당시 타흐리르 광장 점거 시위의 교훈이죠.

그러나 머릿수로 경찰과 군대에 맞서는 것은 첫날에만 효과가 있습니다. 첫날 하루 동안만 그렇습니다. 그 날이 지나면 머릿수 이상의 것이 필요합니다.

결국 국가도, 국가의 억압 기구도 노동자들을 필요로 합니다. 노동자들은 모든 것을 생산합니다. 서비스와 재화뿐 아니라 국가와 경찰이 작동하는 데 필요한 것들도 생산합니다. 가스, 전기, 그 밖의 모든 것 말입니다.

신민중전선

이제 토론에서 제기된 두 가지 문제에 관해 아주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지난 2년 동안 신민중전선과 불복종프랑스 등이 있었는데도, 르펜과 국민연합이 여론 조사와 선거에서 계속 승승장구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파시즘이 두 가지에서 비롯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하나는 자본주의의 위기입니다. 자본주의와 그 위기에 맞서 싸우지 않으면, 그 위기는 파시스트들이 이용해서 성장할 토양이 될 뿐입니다.

이렇듯 위기라는 토양을 이용해 상황을 변화시키려 하는 파시즘 조직, 파시스트 정당을 물리쳐야 합니다.

위대한 혁명가 토니 클리프는 파시즘이라는 쥐를 퇴치하려면 쥐를 잡는 동시에 쥐가 번식하는 시궁창도 청소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신민중전선의 전략은 두 측면 모두에서 정반대였습니다. 신민중전선은 ‘너무 거칠게 나가지 말고, 인종차별과 자본주의에 맞서 너무 급진적으로 싸우지 말라’고 했습니다. 또 ‘파시스트 정당과 직접 대결하지 말고, 그들과 충돌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런 정책은 곧장 파시스트 정당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모두에게 중대한 경고입니다.

세계적 투쟁

마지막으로, 세계적 투쟁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한 동지가 잘 강조했습니다. 프랑스 상황은 물론 특수성도 일부 있지만, 프랑스 고유의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인도, 모로코, 알바니아를 비롯한 발칸 지역, 조지아, 튀니지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스페인과 미국에서 벌어진 일도 있습니다. 지난 국제 노동자의 날 때 미국에서는 트럼프에 맞서 역사상 최대 규모의 대중 행동이 벌어졌습니다. 이런 상황, 자본주의의 위기와 대중 운동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경험을 나누는 이런 토론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거기에서 교훈을 얻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지, 우리에게 어떤 기회가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체제는 위기에 빠져 있고, 자본주의는 우리를 재앙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 운동이 있습니다. 대중 운동이 희망이고 미래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로자 룩셈부르크는 우리가 ‘사회주의냐 야만이냐’ 하는 선택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1919년 독일의 혁명 과정에서 군경에게 살해됐습니다. 그녀는 홀로코스트도 파시즘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녀가 살던 시대에는 아직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핵폭탄도, 환경 재앙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직면한 선택이 무엇인지 잘 알았던 것입니다.

부탁드립니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무슨 대단한 진리를 갖고 있다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가 오늘 한 토론은 매우 중요한 토론입니다. 이런 토론은 실천에 영향을 미칩니다. 인류의 미래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어디에나 혁명적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것은 세계적 투쟁이므로, 세계적인 혁명적 세력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이 아직 한국의 노동자연대 회원으로 함께 활동하고 있지 않다면, 부탁드립니다. 그곳의 동지들과 진지하게 대화해 보시고, 가입해서 활동하는 것을 생각해 보십시오. 각 나라에서 사회주의 혁명을 위해 싸우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자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번역: 이원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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