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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친서민’ 위장전입

이명박 정부는 각종 선거를 앞두고 ‘친서민’을 내세워 대중의 지지를 얻으려 한다.

그런데 대학 등록금 후불제와 서민 대상 무담보 저리 대출제, 장기임대주택 공급 등 ‘친서민’ 정책들은 애초 진보 단체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것들이다. 이명박은 진보 단체들의 요구 중 가장 덜 급진적인 것만 골라 그 껍데기만 베껴갔다.

물론 단기적으로 이런 정책은 숨막히는 서민의 삶에 잠시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

그러나 당장 한숨 돌리는 것 이상의 효과는 없어 보인다. 서민 경제의 위기가 워낙 심각해 이 정도 ‘돈 빌려 주는’ 수준의 정책들로는 서민의 고통을 해결할 수 없다.

올해 생활 물가 상승률과 체감 실업률을 합산해 산출하는 ‘생활경제고통지수’는 통계 발표를 시작한 1995년 이후 최대치다. 반면, 소득증가율은 최저다. 그래서 빚을 내 가계를 꾸려가다 보니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사상 최고인 65.1퍼센트다.

그래서 한국대학생연합 등 대학생 단체들은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도입은 환영하나, 연간 1천만 원이 넘어가는 등록금 자체를 깎아야 한다’고 요구한다. ‘대학 자율성 확대’라는 이름으로 등록금 폭등을 조장하면서 돈만 꿔 주면 뭐하냐는 것이다.

빚쟁이

다수 청년들에게 빚쟁이인 채로 사회에 나가야 하는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제도 시행을 이유로 5백75억 원이나 되는 근로장학금 예산이 삭감되고,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 지원하던 무상 장학금도 없어진다.

심지어 교육과학부는 대출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졸업 후 배우자에게 회수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한다. 더구나 등록금 후불제가 등록금 인상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될 거라는 우려도 크다.

대선 공약이었던 이동통신비 20퍼센트 인하를 이행하겠다는 계획도 조삼모사일 뿐이다. 이동통신사들의 영업초과이익만 10조 원을 넘겼는데 이윤은 건드리지 않고 기존의 다른 혜택을 줄여 통신비를 인하하겠다는 것이다.

보금자리주택 정책의 경우, ‘서민 복지’보다는 ‘건설 경기 부양’에 주목적이 있다.

정부는 공급 목표치인 1백50만 호 중 60만 호를 정부 임기 안에 그린벨트를 해제해서라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중 32만 호가 ‘분양’주택이다.

또 이런 대규모 개발은 지난겨울 용산처럼 철거민 문제 등을 야기할 것이다. 게다가 지금 주택난 자체가 뉴타운 등 동시 재개발로 대규모 주택 철거가 일어나 벌어진 일이다.

분양가도 별로 싸지 않다. 서초구 ‘보금자리’ 아파트는 분양가가 3.3제곱미터(1평)당 1천1백50만 원이나 된다.

또 이명박은 미소금융중앙재단(이하 미소재단)을 설립하고 대기업과 은행에서 2조 원을 모아 서민 저리 대출을 하겠다고 한다.

정부의 부담 비용은 없고, 오히려 기부 기업들에게 법인세 절반을 감면하는 혜택을 준다. 반면, 서민들은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소수만이 1인당 1천만 원으로 한정된 저금리 대출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와 마찬가지로 저소득·실업·빈곤 같은 원인은 그대로 둔 채 돈만 꿔 주는 것이다.

그나마 박원순 씨의 폭로에 따르면 이미 희망제작소가 하나은행과 진행하고 있던 사업을 강제로 빼앗아 실시하는 것이다. 일종의 저작권 침해다.

이처럼 ‘친서민’ 정책은 과대포장된 반면, 반서민 정책은 거침 없이 추진되고 있다.

막대한 부자 감세 정책과 4대강 예산 때문에 기초생활보장 예산, 비정규직·청년실업자·장애인·공공의료 관련 예산들이 줄줄이 삭감되고 있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실질적으로 삭감했고, 공공 부문 비정규직 해고에 앞장서고 있다.

비정규직 관련 법을 개악하려 하고, 고용 유연화로 대량 해고 정책을 확산시키려 한다. 공기업 선진화는 공공서비스의 사기업화와 공공요금 인상, 대량 해고의 두려움을 키우고 있다.

따라서 더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

올 상반기 주요 사교육 업체의 당기순익은 평균 13.6퍼센트나 증가했다. 사립대 77퍼센트가 법정전입금마저 내지 않고 있다. 이런 돈을 환수해 등록금 인하와 무상교육에 써야 한다.

용산에서 삼성과 포스코의 예상 개발 이익은 5조 원에 달했다. 이런 개발이익과 투기이익을 환수해 현재 15만 호가 넘는 미분양 주택들을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데 써야 한다.

돈만 꿔 주지 말고 부자 감세나 4대강 사업에 들어갈 돈으로 빈곤·실업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런 진정한 친서민 정책들을 기업주 등 부자들에 기반한 이명박 정부가 수용할 순 없을 것이다. 진보진영은 10·28 재선거 등에서 이명박 ‘친서민’ 정책의 허구를 폭로하고 이런 급진적 대안들을 효과적으로 선전하며 이런 요구를 가능케 할 대중운동 건설의 발판을 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