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
조삼모사 식 기만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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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1세기 판 사사오입 사건인 언론법 날치기 처리와 쌍용차 노동자들에 대한 살인 진압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지고 역풍이 일 기미가 보이자 이명박 정부는 긴급 브리핑을 통해 등록금 문제 개선안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7월 30일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를 발표하며 이명박 정부는 마치 등록금 문제를 다 해결한 듯 큰소리를 치고 있지만 내용을 따져 보면 또다시 서민들을 속이는 기만적인 안이다.
1천만 원에 육박하는 살인적 등록금 때문에 많은 학생들과 노동자·서민이 고통 받고 있다. 학자금 대출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는 학생들이 2006년 6백70명, 2007년 3천7백26명, 2009년 6월까지 1만 3천8백4명으로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왔다.
1백만 청년실업 시대에 이 상태로 갔다가는 몇 년 내 수만, 수십만 명이 학자금 신용불량자가 될 것이 눈에 뻔히 보이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등록금을 인하하라는 요구를 해 왔다. 실제로 각 대학들이 적립금을 쌓기 위해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만 규제해도 등록금의 15퍼센트는 삭감할 수 있다. 대학 등록금 총액이 10조 원인데 대운하 삽질예산 22조 원의 절반만 써도 무상 등록금을 실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대책은 등록금 전체 액수를 규제하는 내용은 없이 해마다 이자가 붙어 눈덩이처럼 불어날 등록금을 졸업 후 일정한 소득이 생기면 갚도록 하는 안이다. 물론 대학을 다니면서부터 이자 납부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고 졸업 후 바로 원리금을 상환해야 해 학생들을 신용불량자로 만드는 현행 학자금 대출제보다는 낫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이 안을 발표하면서 기초생활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게 지원해 오던 장학금을 폐지해 버린 것이다. 소득분위 7분위에게까지 차등을 둬 지급해 왔던 학자금 대출 금리 지원도 중단해 버렸다.
결과적으로 졸업 이후로 고통이 연기됐을 뿐 가난한 학생들이 부담해야 하는 등록금 총액은 더 늘어났다.
단기간에 대량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문제는 없어진다 하더라도 많은 학생들의 입에서 “청년실업이 심각한데 언제 벌어서 갚나” 하는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는 “내가 벌어서 내가 갚는다”며 “학생들이 자립심을 키울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권영길 의원실에서 발표한 것처럼 “이제 자녀 대학등록금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라는 정부의 말은 “대학 등록금은 이제 학생들이 평생 부담지어 나가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일 뿐이다.
생색내기용이 아니라 정부가 실질적으로 재정 지원을 확대해서 등록금을 인하하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