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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회복? 친서민? ─ 거품과 함께 서민 고통만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다. 주가와 부동산은 이미 지난해 위기 전의 가격을 회복했다.

이에 따라 일부는 이제 올해 안에 출구 전략을 써야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경기가 회복되는데, 유동성 공급이 지속되면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전 경제부총리 김진표는 “회복 국면으로 보이는 것은 일종의 착시 현상”이라 지적한다. 실업률이 오르고 수출이 줄어드는 추세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 경기 회복은 정부 재정 지출에 의존하는 매우 불안정하고 일시적인 것이다.

예를 들어, 올해 완성차 판매 회복은 5월부터 시행된 정부 지원책(차량 교체시 세금 감면) 덕택이다. 5~7월 총판매량은 증가했지만 월별 판매량은 7월부터 다시 하락하고 있다.

7월 기계 수주액이나 건설 수주액 역시 공공부문의 발주가 늘어 다시 증가할 수 있었다. 민간부문의 발주는 큰 폭으로 줄었다.

그 결과, 지금 정부는 올해 쓸 수 있는 예산의 3분의 2에 달하는 1백85조 원을 7월까지 다 소진했다.

무역수지 흑자 역시 올 상반기까지 지속된 고환율, 저유가 덕분이었다. 환율이 1천2백 원대로 내려오고 유가가 다시 상승하면서 이 효과들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지배자들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적자 재정으로 거품만 키우니까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커져간다. 그렇다고 출구 전략을 개시해 거품이 터지면 지난해처럼 추락할 위험이 있다.

이명박 정부의 부자 감세도 딜레마다. 정부 지출은 늘었는데 수입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기득권을 유지하며 이런 딜레마들을 돌파하는 길은 평범한 다수에게 위기의 대가를 전가하는 길 뿐이다.

지난해부터 이명박 정부는 종부세 완화, 버블세븐 해제,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DTI) 제한 완화 등 각종 부동산 규제를 대거 해제했다. 이는 초저금리와 맞물려 부동산 거품이 다시 커지는 걸로 나타났다.

이것이 전월세 대란의 주범이다. 집값이 뛰니 전월세 임대료도 뛰었다. 아파트는 물론이고 서민 밀집 지구의 오래된 다세대 주택들조차 전세가가 1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물가는 오르고, 소득은 줄고, 빚은 늘고

뉴타운 동시 재개발도 영향을 미쳤다. 세입자들의 전월세 수요가 대거 늘어났다. 뉴타운으로 지정된 지역은 대학가 자취방도 월세 보증금과 사글세가 갑절 가까이 뛰었다.

집 없는 서민들은 이제 1층에서 반지하로, 3층에서 옥탑방으로 옮겨야 한다. 그도 아니면 아예 직장과 학교에서 더 먼 도심 외곽으로 떠나야 한다.

더구나 계란, 두부, 닭고기, 유제품, 어묵 등 서민 식품의 가격이 날개를 달았다. 요샌 반찬거리 두세 개 사면 만 원에서 동전 몇 푼 겨우 남는다. 올해 식료품의 소비자가격 상승률이 평균 9.5퍼센트로 지난해의 갑절이다.

물가와 전월세가 올라도 소득이 함께 오르면 버텨 볼 용기라도 낼 텐데. 문제는 소득마저 줄고 있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은 5백2조여 원인 반면, 가계대출 총규모는 6백97조 원이 넘는다. 소득 증가율은 사상 최저이고 부채 증가율은 사상 최고다. 돈이 없다고 안 먹고 안 쓸 순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를 물가 인상률에도 못 미치게 올려 실질적으론 삭감해 버렸다.

반면, 강부자 정권답게 종합부동산세를 무력화하고 다주택 보유자의 양도소득세와 상속세, 특별소비세를 모두 인하했다.

요컨대 경기 회복은 멀었고 그나마 정부의 재정 투자도 부자와 대기업에 몰리고 있다. 경제 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친부자 정책은 서민의 삶을 나락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따라서 이런 상황을 역전시키려면 경제 위기에 대한 좌파적 대안이 절실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정부의 빈곤 대책이 단순히 현금 지급식이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득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현금 지급식 복지는 오히려 더 늘어야 한다. 조건 없는 전 국민 기본소득제를 도입하고, 최저 임금과 최저 생계비를 대폭 인상해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안전판을 제공해야 한다. 기업 규제를 강화해 물가를 통제해야 한다.

강력한 부동산 보유 규제로 주거권을 보장하고 저렴하고 질 좋은 영구 임대 주택을 충분히 보급해야 한다. (〈레프트21〉이 제시한 “더 나은 삶을 위한 주요 요구들”)

자본주의의 위기 시대에 더 나은 삶을 실현하려면 대중적인 저항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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