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건폭” 비난이 부당한 이유를:
건설 노동자들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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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은 핑계일 뿐, 눈엣가시였던 건설노조를 솎아 내려는 것”
먼저, 정부가 공격하는 건설 현장의 관행들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노조 전임비 문제는, 건설노조 활동하면서 타임오프제 적용을 받고자 하면, 일반 사업장 기준으로는 가능하지가 않아요. 공정마다 계속 팀과 조합원이 바뀌니까요. 그래서 임단협을 통해서 공사에 투입되는 인원과 공사비 규모를 따져서 전임비를 얼마간으로 정하는 겁니다.
타워크레인 월례비 문제는 초과 노동과 작업 외의 일을 사측이 요구해서 생긴 거예요.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그 일을 안 해 주면 사측은 다른 장비를 불러 비용을 두배 이상 줘 가면서 작업해야 하니까, 타워크레인이 서 있는 김에 작업을 해 달라고 하는 거죠. 그에 대한 수당이 월례비입니다. 2~3년 전부터 명칭을 바꿨어요. 월례비라고 하면 ‘접대비’나 ‘급행료’ 같은 느낌이 들어서 성과급이라고요. 법원에서도 임금의 하나로 인정받았고요.
정부가 [월례비를 근거로] 탄압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도로 만들자고 할 일입니다. 우리가 잘못하고 있었다면, 20년 동안 안 잡아가고 뭐 했습니까?
그런데 노동조합이 교섭을 요구하면 “협박”이라고 하고, 집회를 하면 “공갈’이고, 임금 합의를 하면 “갈취”가 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한 현장에서 건설기계 사고가 났습니다. 합의를 거쳐 [사측에게서] 사고 합의금을 받았어요. 사고 합의금은 장비 수리비로 다 썼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그것조차 갈취라면서 조사하고 있어요.
노동조합 투쟁의 성과들
건설 현장의 노동조건이 열악하니 사람들이 안 들어왔었고, 그러다 보니 고령화가 심했어요. 울산 조합원 평균 나이도 56세입니다. 건설 현장에는 무게 나가는 것이 많은데, 당연히 30~40대만큼 힘을 못 쓰죠. 그래서 우리는 노동강도 등에 대한 요구를 많이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장 조건을 바꾸기 위한 노력도 많이 했어요. 그래야 청년·여성 노동자들이 들어올 수 있으니까요. 전에는 화장실이나 탈의실, 휴게실도 없어서 옷도 차에서 갈아입었어요. 이런 곳에 어떤 여성들이 일하러 오겠습니까. 돈도 박하게 주고, 체불되는 상황에서 젊은 노동자들이 들어오겠습니까.
그렇게 현장을 바꿔 왔습니다. 화장실, 탈의실, 식당, 샤워실, 휴게실도 만들었습니다. 호칭도 ‘야’, ‘어이’에서 ‘목수님’, ‘철근 팀장님’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최근 2~3년 전부터 청년·여성 노동자들도 건설 현장에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젊은 노동자들과 숙련된 연배 있는 선배들이 잘 맞춰 가며 일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노동 조건이 나빠지면, 청년·여성 노동자들이 건설 현장으로 들어오려고 하겠습니까.
정부의 대대적인 공격 이후
요즘 현장에서는 민주노총 조합원은 배제시키려고 합니다. 한 지부장은 현장에 가서 무릎꿇다시피 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당장 조합원들이 실업자가 돼 있으니, 그것을 보는 마음이 오죽하겠습니까.
양회동 열사도 그런 것 때문에 자존심 상하고, 실의에 빠져서 돌아가신 것 아닙니까. 양회동 열사는 자기는 하루밖에 일 못 하고 대출까지 해 가면서도 조합원 일자리 챙기려고 애썼던 분입니다.
사측이 교섭은 말할 것도 없고 노동조합을 아예 만나 주지도 않고, 현장에 들어오지 말라는 소리까지도 합니다.
노동조건도 많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건설·기계 부문에서는 현장에 중간업자가 있는데, 이자들이 중간에서 ‘알선료’, ‘소개료’ 명목으로 착복해 왔습니다. 예전에는 그나마 눈치를 봤는데, 지금은 눈치도 안 보고 대놓고 착복합니다.
건설 현장은 8시간 노동이 정착돼 왔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9시간 노동을 강요하기도 합니다. 임금 깎는 것도 다반사이고, 체불도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건설노조를 공격하는 목적은 ‘불법 행위’ 때문이 아니라, 눈엣가시였던 건설노조를 건설 현장에서 솎아 내려는 것입니다. 민주노총 집회에 건설노조가 대다수 참가해 왔고, 정권 입장에서는 건설노조를 그대로 내버려 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경찰 압수수색 영장이나, 검찰 기소장에는 무협지 소설에나 나올 법한 얘기들이 많이 나옵니다. 울산의 경우에는 ‘건설노조의 진원지였다’, ‘무소 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7월 총파업을 5월 말이나 6월 초로 앞당겨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의견이 많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조합원들이 배제되고 있고, 들어가 있던 현장에서 쫓겨나는 일도 일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후에 다른 현장이 생기더라도 조합원들이 못 들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면 [조합원들의] 실업 상태가 더 심각해질 겁니다.
노조의 생사가 걸린 문제이기도 하고요. 먹고살려면 좌고우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윤석열이 퇴진 안 하면 우리가 죽는 상황입니다.
장현수(건설노조 울산건설기계 지부장)
“임금, 안전 위해 싸우는 게 ‘폭력’이고 ‘협박’인가요?”
정부가 건설노조를 “공갈”, “협박”으로 공격하는 건 터무니없습니다. 예를 들어 토목건축 쪽은 공사 현장이 생기면 노동조합이 하청업체랑 단체교섭을 해서 일당이랑 수당을 정합니다. 그런데 교섭이 잘 안 풀리면 노동자들이 집회하고 파업하겠다고 하는 거잖아요. 이게 “공갈”이고 “협박’인가요? 그건 노동조합더러 집단행동 하지 말라는 거죠.
양회동 동지도 노조 활동을 공갈죄로 공격한 것에 모욕감을 느꼈던 거잖아요. 집시법이면 또 모를까. 자식들도 보는데 공갈죄라니요.
“건폭”이라고 해서 수사도 조폭 담당 형사들이 한다고 해요. 노동조합 활동한 것밖에 없는 노동자들을 깡패, 사기꾼 대하듯이 대한다고 해요. 얼마나 억울해요.
“건폭” 수사에서 구속시키면 1계급 특진시킨다고 하니까 형사들이 기를 쓰고 구속시키려고 하는 거예요. 전세 사기에 30명 특진 배정했다는데 건설노조 수사에 50명 배정이라니, 이게 대체 뭡니까.
그동안 노동조합이 투쟁해서 노동자들 일당도 올리고, 안전 관리도 강화했어요. 5~6년 전만 해도 일당이 17만 원 정도밖에 안 됐는데, 노동조합 활동으로 25만 원까지 올린 거에요. 안전도 더 좋아졌어요. 10년 전만 해도 산재로 1년에 700명 넘게 죽었는데 요즘은 그나마 600명대로 떨어졌습니다. 노동조합이 생기면서 안전 관리도 한 덕분이죠. 안전 관리가 “폭력”, “협박”인가요?
이렇게 건설 노동자들이 싸워서 따내니까 정부가 건설노조를 때려잡으려고 하는 거예요. 화물노조 때려잡고, 그 다음 타깃이 된 거죠. 건설기계 부문은 부산·울산 쪽이 조직이 잘 돼 있고, 토목·건축 부문은 수도권 쪽이 조직이 잘 돼 있는데, 그런 쪽에 공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만 봐도 [정부의 탄압 의도를] 알 수 있죠. 부산·울산 건설 노동자들은 화물연대 파업 때 연대 파업도 했었고요.
지금 [정부 공격 때문에] 현장이 많이 위축돼 있는 게 사실이에요. 그럼에도 5월 16~17일 1박 2일 상경 파업은 해 보자는 분위기입니다. 동료 조합원이 분신해서 죽었잖아요.
이전에도 조합원들 사이에서 왜 윤석열 퇴진 촛불 집회에 노동조합이 안 가느냐는 얘기가 나왔었어요. 지금은 그런 얘기가 더 많이 나옵니다.
박재순(건설노조 서울경기건설기계지부 사무국장)
“연장근무 강요하는 윤석열이야말로 공갈협박범”
건설노조의 조합원 채용 요구는 노동자 단결에 효과적인지 토론해 볼 여지는 있지만 건설 현장의 고용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맥락에서 봐야 합니다. 정부가 고용 불안정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면서 조합원 고용 문제를 해결하려 해 온 노조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죠.
‘노조 전임비’도 노동조합법에 따라 타임오프제를 적용받는 것인데, 이게 왜 불법인가요? 강요가 있었던 게 아니라 건설 현장마다 노조가 단협을 맺고 법 규정대로 인원에 따른 한도 내에서 적용받는 것인데, 정부는 마치 [노동자들이 사용자를] 잡아 놓고 돈을 뜯어 간 것처럼 호도하고 있어요.
월례비도 일종의 성과급입니다. 원청과 전문건설업체는 공사 기간이 단축될수록 이득이 많이 남아요. 그래서 타워크레인 기사한테 점심시간이나 근무시간 끝난 이후에도 좀 더 작업해 달라고 하고, 바람이 부는 등 좀 위험할 때도 작업을 요청하면서 지급한 돈이에요.
정부는 건설노조를 조직 폭력배인 것처럼 매도합니다. 대부분은 교섭으로 해결되지만, 교섭으로 해결이 안 되면 집회를 하고, 이걸로도 안 될 때는 물리력을 동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게 강요죄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정부의 건설노조 공격 이후에, 노동자들이 노조를 통해서 일을 구하지 못하니까 알음알음 일을 구해 공사 현장에 들어가고 있어요. 노조를 통해서 현장에 들어가면 일당이 2만~3만 원 높아요. 단협을 체결하기 때문에 주휴수당, 토요일 근무 시 할증 등 근로기준법이 어느 정도 지켜져요. 그런데 노조를 통하지 못하면 근로기준법이 다 무력화되고 항의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임금이 월 100만~130만 원 정도 줄어들었어요.
건설노조가 타워크레인 월례비를 받지 않고 주 52시간만 일하겠다고 하자, 이번에 정부는 [태업이라며] 그렇게 일하면 면허를 취소하겠다고 합니다. 일은 기존대로 시키면서 월례비만 주지 않으니 사실상 임금을 반토막 낸 것입니다. 윤석열이야말로 공갈협박범 아닙니까? 왜 연장근무를 강요합니까?
임금이 삭감되는 등 공격받는 상황인데도, 여전히 조합원들이 노조에 남아 있고 지난 노동절 집회에 많이 참가한 것을 보고 고무적이었습니다. 노조를 통해 자신의 노동조건과 임금을 나아지게 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겁니다.
사회를 바꾸고 열악한 건설 현장도 바꿔 왔다는 자부심이 있는데, 정부가 조폭·깡패 집단으로 몰고 주변에서 마치 그런 것처럼 말하니 자존심이 상하고 용납하기 힘든 것이죠. 양회동 열사도 윤석열은 안 되겠다고, 너무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김승섭(건설노조 경기도건설지부 조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