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노동자 수만 명이 상경 파업 집회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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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5월 16~17일 1박 2일 상경 파업에 돌입했다.
16일 오후 3만 50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파업 노동자들이 광화문 사거리부터 숭례문까지 서울 세종대로 일대를 가득 메우고 파업 집회를 열었다. 노동자들은 고 양회동 열사의 유지에 따라 ‘건설노조 탄압 중단, 강압수사 책임자 처벌, 윤석열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정권이 죽였다. 윤석열을 끝장내자!”
노동자들은 양회동 열사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윤석열 정권에 커다란 분노를 나타냈다. 노동자들은 집회 내내 높은 집중도를 보이며, 건설노조 공격을 지속하는 윤석열에 맞서 계속 싸우자고 결의와 투지를 다졌다.
집회 발언자들도 이 점을 강조했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이] 공갈, 협박, 횡령 등 죄명을 덧씌우며 노동조합의 피 어린 투쟁으로 쟁취한 소중한 성과들을 파괴하고 있다”며 “양회동 열사의 염원인 윤석열 퇴진과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을 투쟁으로 만들겠다” 하고 다짐했다.
윤석열은 취임 1년도 안 돼, 30퍼센트대의 낮은 지지율에 묶여 있다. 경제 위기의 고통을 떠넘기려고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서민층의 생계를 내팽개쳤기 때문이다. 임금 삭감, 노동시간 늘리는 노동개악 추진,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전세 사기 피해자 외면 등등.
그리고 이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불만과 저항을 억누르기 위해 ‘법과 질서’를 내세우며 대중 통제를 강화해 왔다.
건설노조 탄압도 이런 공격의 일환이었다. 특히 건설노조가 지난 수년 간 전투적 집단행동을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조직을 확대해 왔다는 점 때문에 사용자들은 눈엣가시로 여겨 왔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건설노조가 아니라] 전세 사기로 호의호식하는 자들을 벌하는 게 진정한 법치”라며 “건설노조를 지키려면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려야 한다. [국토교통부 장관] 원희룡을 무릎 꿇리고 [경찰청장] 윤희근을 사퇴시키자”고 발언했다.
양회동 열사는 원내 야 4당(민주당, 정의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대표들 앞으로 “윤석열 정권을 무너트려 주십시오”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바 있다.
원내 야 4당을 대표해 연단에 오른 박주민 민주당 국회의원(겸 을지로위원장), 이정미 정의당 대표,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 오준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는 모두 ‘윤석열 정권이 양회동 열사를 죽였다’고 규탄하고, 건설노조와 함께 싸우겠다고 약속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약속이 지켜지기를 바라며 박수를 보냈다. 노동계 야당들은 국회 차원의 대응만이 아니라 국회 밖 장외 대중 투쟁과 연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
양회동 열사가 소속됐던 건설노조 강원지역본부 이양섭 본부장은 발언 내내 끓어오르는 울분을 삭이며 절절하게 얘기했다. 그는 앞서 발언한 원내 야 4당의 의원들과 대표들에게 “말만 잘 하는 의원이 될 게 아니라 억울하게 죽는 국민 없는 올바른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양회동 열사가 한 일은 단결하고, 행동하고, 교섭하는 노동3권에 해당하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법을 공부했다는 대통령은 ‘건폭’이니 깡패니 하며 열사를 죽게 만들었습니다. 윤석열은 살인잡니다. 지금도 제2의 양회동을 찾아 총구를 겨누고 있습니다. 열사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맙시다. 어떤 탄압이 들어와도 이길 때까지 싸워 봅시다.”
정부와 자본의 야비한 해고 위협
한편, 철근·콘크리트 전문 건설사들이 오늘 파업 참가 노동자를 해고하겠다고 통보했다. 파업을 강행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협박도 했다. 여기에 국토교통부가 관여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매일노동뉴스〉의 보도를 보면, 건설노조와 통화한 한 건설업체 사장이 “문안은 국토부에서 준 것을 따른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녹취 파일도 있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건설 자본과 정부가 한통속이 돼 건설노조 파업을 방해·약화시키려 한 것이다.
강한수 건설노조 토목건축분과위원장은 이를 강하게 규탄했다. “건설 자본들은 전국철근콘크리트연합회 명의로 불법 파업 운운[하는 문건을 노조에 보내] 오늘 투쟁을 폄하하고 조합원들이 참가하지 못하게 겁박했습니다. 국토부가 문안까지 만들어 줬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가장 법을 지키지 않는 보수 정치인들이 감히 피땀 흘려 일하는 건설 노동자들에게 어디 감히 불법 운운합니까?”
경찰은 오후 5시가 넘어가자, 미신고 집회를 하고 있다며 해산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경찰은 노조의 정당한 집회신고를 퇴근 시간대 교통 체증을 이유로 불허했다. 이미 법원조차 교통 체증이 집회 권리를 제한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는 판결을 여러 차례 내린 바 있는데 말이다.
특히 경찰은 건설노조 수사에 1계급 특진을 내걸고 마구잡이 압수수색을 하고 조합원들을 폭력배 다루듯 취조해, 노동자들의 원성과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심지어 양회동 열사 수사에선 해당 건들이 ‘노사 합의’였다고 한 해당 건설업체의 처벌불원서조차 무시하며 구속영장 청구를 강행했다고 한다. 경찰이 어거지 구속영장으로 양회동 열사를 죽음으로 몰았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노동자들은 경찰의 위협에도 계속 자리를 지키며 저녁 7시부터는 ‘양회동 열사 추모, 10.29 이태원참사 200일 추모촛불문화제’까지 진행했다. 촛불 집회를 마친 파업 대오 중 일부는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행진했다.
정부의 계속되는 건설노조 공격과 건설 자본의 파업 참가자 해고 위협, 경찰의 집회 방해에도 1박 2일 상경 파업에 수만 명이 모여 윤석열 퇴진을 외친 것은 통쾌한 일이다.
특히 16일 낮부터 늦은 저녁까지 서울 도심 대로를 차지하고 대규모 대정부 항의 집회를 연 것은, 윤석열에 맞서 싸우려는 사람들의 자신감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저녁이 되자 퇴근길 노동자들이 관심을 갖고 건설노조 집회를 바라보기도 했다.
윤석열 반대 투쟁의 선두에 선 건설 노동자들을 적극 지지한다. 윤석열의 단호한 공격에 맞서려면 이런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
파업 이틀째인 내일(17일)은 (건설노조가 중심이 된) ‘윤석열 정권 퇴진!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서울 숭례문 앞 세종대로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