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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사망한 양회동 열사의 유언:
“윤석열 정권 무너트려 주십시오”

5월 2일 오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건설노조가 촛불을 들고 노조 탄압에 항거하며 산화한 건설 노동자를 추모하고 있다 ⓒ이미진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공격이 한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 갔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허망하게 가족과 동지를 잃은 유족과 동료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5월 1일 세계 노동절 아침,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항의의 표시로 분신한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이 다음 날 안타깝게도 숨을 거뒀다.

노동개악 추진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속죄양 삼기가 고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고인은 정부가 정당한 노조 활동을 치졸한 공갈범 취급하는 모욕을 도저히 견딜 수 없다며 자신의 몸에 불을 댕겼다.

“죄 없이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 방해 및 공갈이랍니다. 제 자존심이 허락되지가 않네요.”(분신 전 고인이 노조 SNS에 올린 유서)

“먹고살려고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억울하고 창피합니다.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한 것뿐인데, 윤석열 검사독재정치에 제물이 되어 ... 많은 사람이 죽어야 하고, 또 죄 없이 구속되어야 하고 ...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아 무고한 국민들이 희생되야 하겠습니까. 제발 윤석열 정권 무너트려 주십시오.”(야 4당 대표들 앞으로 남긴 유서)

고인은 노동조합 동료들에게도 절절한 호소를 남겼다.

“꼭 승리하여야만 합니다. 윤석열의 검찰 독재 정치, 노동자를 자기 앞길에 걸림돌로 생각하는 못된 놈 꼭 퇴진 시키고,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꼭 만들어 주세요.”

고인이 분신 전 유서 형식으로 남긴 편지
“노동자를 자기 앞길 걸림돌로 생각하는 못된 놈 꼭 퇴진시켜 달라”며 고인이 노동조합에 남긴 글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말 건설노조에 대한 “200일 전쟁”을 선언하고 대대적인 공격에 나섰다. 당시 화물연대 파업을 강경하게 탄압한 정부는 곧바로 건설노조를 표적으로 삼았다.

뒤이어 정부는 임금 억제, 노동시간 유연화, 쟁의권 제약을 골자로 하는 노동개악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는 “법과 질서”를 앞세워 건설노조 등을 ‘기득권’, ‘불법’ 세력으로 몰아가고 있다. 노동자 투쟁을 고립·위축시켜 경제 위기 고통 전가 공격에 대한 저항을 약화키려는 책략이다.

윤석열은 앞장서 건설노조를 ‘건폭’이라고 비난했다. 국토교통부 장관 원희룡은 “없는 제도를 만들어서라도 불법적인 관행을 뿌리 뽑겠다”고 지껄였다.

경찰은 1계급 특진을 내걸고 마구잡이 수사를 벌였다. 지금까지 민주노총 건설노조 사무실 14곳을 압수수색했고, 16명을 구속하고 조합원 1000여 명을 소환조사했다.

경찰은 올해 특진 예정 인원 510명 중 50명을 건설노조 단속 수사 분야에 배정했다(전세 사기 30명, 보이스 피싱 25명). 전세 사기 피해자가 3명째 자살하는 동안 건설노조 탄압에 더 힘을 실은 것이다.

고인도 3월 9일 지부 압수수색 과정에서 개인 휴대폰을 압수수색 당하며 ‘피의자’가 됐고, 이후 경찰 수사에 시달림을 받았다고 한다.

속죄양

정부가 문제삼는 “[노동자들이 저지른] 부당노동행위”는 건설노조가 공사 현장 점거, 작업 거부, 출입 통제 등 정당한 저항 수단들과 이를 통해 쟁취한 성과들이다.

윤석열 정부는 불경기에 들어간 건설 자본가들의 이윤을 보호하려고 노조를 탄압하고 투쟁 수단들을 제약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공격과 비난에 맞서 건설노조 노동자들은 저항해 왔다.

조합원 4만여 명이 2월 28일 하루 파업을 하고 서울 도심에 모여 대정부 항의 집회와 행진을 진행했다. 전국에서 분산돼 열린 노동절 집회들에도 합쳐서 수만 명이 참가했다.

고인 사망 후 윤석열 정부는 탄압 중단은커녕 “이런 불행한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고 해 사람들을 더 열 받게 했다. 죄 없는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고는 책임 인정은커녕 죽지는 말라고 훈계한 것이다.

윤석열은 노동개악도, 건설노조 탄압도 중단할 생각이 없다.

윤석열은 고인이 분신한 당일에도 “노사 법치주의 확립” 운운하는 협박을 노동절 메시지랍시고 발표했고, 여당은 노조의 채용 요구 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법원은 고인이 돌아가신 날 석현수 건설노조 부산울산경남건설지부장을 구속했다. 5월 3일에도 경찰은 건설노조 경기도건설지부 용인수원지대 사무실과 간부들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초상집에 사죄와 조문이 아니라 경찰을 보낸 것이다.

계속되는 구속과 압수수색

사망 당일 긴급히 개최된 용산 대통령실 앞 추모 촛불 문화제에서 건설노조 조직쟁의실장은 “오늘을 시작으로 윤석열 퇴진 투쟁”에 나선다고 공표했다. 건설노조 경인건설지부 사무국장은 “건설노조 중앙이 결정한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투쟁”할 각오가 돼 있다고 발언했다.

건설노조는 5월 4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5000여 명이 모여 윤석열 정권 퇴진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파업으로 대정부 투쟁에 나서는 것이 가장 분명하게 고인을 추모하는 길이다 5월 4일 건설노조 결의대회 ⓒ유병규

당일 집회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당한 노조 활동을 파렴치범으로 몬 윤석열 정권이 양회동 동지를 죽였다”고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5월 10일 전국 단위노조 대표자 결의대회, 5월 17일 윤석열 퇴진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유가족들은 고인의 유지를 따르기로 결심하고 건설노조와 함께 5월 4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했다. 장례식장 앞에서 매일 저녁 7시 촛불집회를 연다.

“장례식장에 오면서 (가족끼리) ‘적어도 우리가 물러서진 말자, 앞으로 갈 수 없겠으나 뒤로 물러서진 말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건설노조는 5월 16~17일 이틀간 전 조합원 상경 파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온몸을 불사르며 “윤석열 정권을 무너트려 달라”고 호소한 고인의 뜻을 기리고, 건설노조 공격과 노동개악에 맞서려면 (7월이 아니라) 즉각 파업 같은 집단적·대규모 저항이 필요하다.

진보 정당들도 원내 대응에 머물지 말고 장외 투쟁에 함께 나서야 한다.

고인의 사망 책임은 건설노조 탄압과 노동개악을 진두지휘한 윤석열에게 있다. 서민층의 삶이 악화되면서 윤석열에 대한 분노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와중에 호전적인 친미·친일 외교가 성과를 못 내고 있다.

우리 편 분노는 커지고 있고, 윤석열은 위기를 겪고 있다.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된다. 노동자 분신 사망 후에도 건설노조 조합원 구속과 압수수색을 벌이는 데서 보듯, 윤석열이 자리를 지키는 한 노동자 공격은 계속될 것이다.

파업으로 대정부 투쟁에 나서는 것이 가장 분명하게 고인을 추모하는 길이다.


고 양회동 열사의 생전 활동 사진 ⓒ제공 건설노조

고인이 공개를 원한 유서 내용 일부

저는 … 입니다.

하지만 바르게 살려고 노력했지만 그러지 못했나 봅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하면 본인은 돌에 맞아 죽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먹고살려고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억울하고 창피합니다.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한 것뿐인데, 윤석열 검사독재정치에 제물이 되어 자기 지지율 숫자 올리는 데 많은 사람이 죽어야 하고, 또 죄 없이 구속되어야 하고 대한민국 국민들입니다.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아 무고한 국민들이 희생되야 하겠습니까. 제발 윤석열 정권 무너트려 주십시오.

[민주당·정의당·진보당·기본소득당] 당대표님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무고하게 구속되신 분들 제발 풀어주세요.

진짜 나쁜 짓 하는 놈들 많잖아요.

그놈들 잡아들이고 대한민국을 바로 세워 주세요.

저에 하찮은 목숨으로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아마 많은 국민들도 저와 같은 생각이라 듭니다.

야당 대표님, 그리고 의원님들, 하루빨리 저의 희망이 이루어지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