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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내란 청산과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베네수엘라: 트럼프의 침략과 미국 제국주의에 맞선 새로운 투쟁

이 기사는 1월 9일 노동자연대 서울 지역 모임들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한 발표문을 약간 수정한 것이다. 노동자연대TV에서 발표를 영상으로 볼 수 있다(영상 보기).

마두로 납치는 세계가 더 적나라한 힘의 논리를 따르는 위험한 곳이 됐음을 보여 준다

2026년에도 새해 벽두부터 큰 사건이 벌어졌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해 니콜라스 마두로 현직 대통령과 영부인을 납치했다. 베네수엘라인들의 자결권을 짓밟는 적나라한 침략 행위다. 마두로 부부는 즉각 석방돼야 한다.

이제 트럼프는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하겠다고 말하며 베네수엘라 정부를 계속 압박하는 한편, (쿠바나 콜롬비아 같은) 베네수엘라 너머에 대한 공격도 노리고 있다.

이번 사건은 36년 전 미국의 파나마 침공과 흔히 비교된다. 1990년 1월 3일 미국은 파나마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를 납치했다.

그러나 이번 베네수엘라 침공은 당시 미국의 파나마 침공과 차원이 다른 사건이다. 파나마는 미국이 20세기 초 콜롬비아에서 도려낸 소국이지만, 베네수엘라는 19세기 남미 대륙 전체의 독립 운동을 주도하며 건설된 대국이다.

또, 노리에가는 실제로 마약 카르텔에 연루돼 있었지만, 마두로에 대한 ‘마약과의 전쟁’은 거짓말이다. 미국은 노리에가의 카르텔 배경을 속속들이 알면서도 1983년 그가 독재자가 되도록 지원했다. 이후 파나마 운하 통제권 문제로 사이가 틀어져 그를 납치한 것이다.

반면 마두로에 씌워진 혐의는 근거가 전혀 없다. 분석가들은 베네수엘라가 주된 마약 유통 경로가 아니고, 미국이 베네수엘라 마약 조직으로 지목한 카르텔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정작 미국 국무장관 마코 루비오 자신이 코카인 가문의 일원이고, 마두로 체포에 투입된 델타포스는 미국 내에서 마약 밀매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파나마 침공과 이번 침공의 또 다른 차이로, 트럼프는 이번 침공이 이권을 노린 것임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그것을 민주주의니 인도적 개입이니 하며 포장하지도 않았다.

대신 트럼프는 세계 최대 규모의 베네수엘라 유전을 “우리 석유”라고 불렀다. 또,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직접 운영”할 것이고, “미국 석유 기업들이 베네수엘라에서 활동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뻔뻔함에 일각에서는 “제국주의 부활”을 개탄한다. 여기에는 제국주의를 강대국에 의한 침탈과 식민 지배 정도로 이해하는 견해가 깔려 있다. 제국주의를 그렇게 협소하게 보는 사람들은 제국주의가 양차 세계대전 이후 시대착오적인 것이 됐다고 보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미국은 20세기 내내 라틴아메리카를 자신의 뒷마당으로 여기며 제멋대로 헤집고 다녔다. 그 시기에 미국이 라틴아메리카에서 반미 좌파 정권을 친미 우익 정권으로 갈아치우려 한 사례는 최소 41건에 이른다.

제국주의를 식민 지배나 약탈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마르크스주의적 제국주의론은 제국주의가 자본주의 강대국들이 서로 경제적·지정학적 경쟁을 벌이는 세계 시스템임을 강조한다.

트럼프의 제국주의적 목표 ─ 중국에게 미국 패권 재각인시킴

지금 트럼프가 노리는 것은 단지 석유만이 아니다. 그것은 중국의 부상에 대응해 미국의 라틴아메리카 지배력을 재각인시키는 것이다.

지난달 트럼프의 새 국가안보전략(NSS)이 발표됐을 때 일각에서는 이를 미국이 중국과의 대결에서 서반구(특히 아메리카 대륙)로 후퇴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서반구 강조를 그저 지리적인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중국은 이제 세계 곳곳에서 미국과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 때 미국이 선언한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은 실패했다. 중국을 아시아에 묶어 둔다는 전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게 된 것이다. 트럼프의 서반구 강조는 이런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20세기에 미국은 라틴아메리카의 최대 교역국이었고 그곳 정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 사이에 중국이 제조업을 발전시키며 라틴아메리카 주요 나라들의 최대 교역국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곳의 핵심 자원과 교역로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했다.

이제 트럼프는 미국의 세력권으로 간주되는 곳에서 중국이 미국의 패권을 잠식하는 것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것이 요즘 회자되는 “트럼프판 먼로 독트린”의 진정한 의미다.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침공은 이에 정확히 부합한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20여 년간 중국이 라틴아메리카에 진출하는 교두보 구실을 해 왔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 트럼프 정부는 베네수엘라에 중국·러시아와 단교를 압박하고 있다.

이번 침공은 베네수엘라뿐 아니라 다른 모든 라틴아메리카 지도자들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 것이다. 이미 전부터 트럼프는 아르헨티나의 밀레이와 칠레의 카스트 같은 극우 친미 동맹자들을 지원하고 브라질의 룰라 등을 압박해 왔는데, 이제 베네수엘라에서 성공하면 쿠바나 콜롬비아 등이 다음 차례라고 조준하고 있다.

특히 그린란드는 트럼프의 서반구 지배의 다음 조준 대상이다. 트럼프는 자원과 교역로에 중요한 이곳을 점령하겠다고 취임 전부터 말해 왔는데, 실제로 그럴 위험이 훨씬 커진 것이다.

트럼프의 계획은 성공할 것인가?

마두로 납치 후 트럼프는 베네수엘라를 “직접 운영”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트럼프는 한편으로 해상 봉쇄를 유지하며 2차 공격을 위협하고 다른 한편으로 델시 로드리게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 협조를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가 마두로 정권 전체를 무너뜨리지는 않고 있는데, 이는 지난 일들에서 미국이 겪은 실패를 의식한 것이다.

하나는 이라크 사례다. 2003년 이라크를 점령한 후 미국은 사담 후세인의 군대를 해산하고 집권당 당원들을 전원 해고했다. 이는 이라크 국가가 무너지는 중대한 계기가 됐다. 미국은 괴뢰 정권을 세우고 점령과 학살로 그 정권을 지원했지만, 국가기구 밖에서 조직된 맹렬한 무장 저항이 벌어졌다. 결국 미국은 소득 없이 물러나야 했고, 그 파장은 중동과 그 너머로 뻗쳤다.

트럼프는,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코리나 마차도가 이끄는 베네수엘라 친미 극우의 국내 기반이 너무 취약하다는 것도 염두에 뒀다. 그래서 이번에 마차도를 제쳐 둔 것이다.

이는 트럼프가 2019년의 경험에서 배운 것이다. 당시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의 친미 극우 후안 과이도의 쿠데타를 지원했지만, 그 쿠데타는 국내 지지 부족으로 실패했다. 마차도는 그 쿠데타의 배후 조직자 중 하나였다.

그래서 트럼프는 일단은 로드리게스 정부가 베네수엘라 내부를 통제하며 미국의 갈취 요구에 응하게끔 압박하고 있다. 한편, 로드리게스 정부는 마두로 납치 하루 만에 미국에 꼬리를 내리고 미국과 거래를 시도하는 한편, 미국 - 베네수엘라 군부 - 베네수엘라 민중의 분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전략이 성공할지는 보장돼 있지 않다. 트럼프와 로드리게스 정부가 어떤 합의를 맺든, 그 합의는 미국의 압박과 대중의 분노라는 상충하는 압력 속에서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

한편, 로드리게스 정부의 핵심부가 안위를 보장받는 대가로 트럼프와 거래했다는 증거가 점점 늘고 있다. 마두로 납치 과정에서 미군과 베네수엘라군의 충돌이 없었던 것이 이런 의혹을 방증한다. 이번 침공 과정에서 사망한 군 병력은 모두 마두로를 경호하던 쿠바 군인들이었다.

마두로 정부 내부에 매수된 자가 소수 있을지 몰라도 핵심부는 굳건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로드리게스가 먼저 트럼프에 손을 내밀고 군부와 사법부와 국가 관료 핵심부가 모두 그 결정을 지지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미국의 해상 봉쇄가 조금도 완화되지 않고 계속되는 중이라는 것이다. 물자 교류가 틀어막혀 있고,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던 베네수엘라 서민들이 계속 끔찍한 처지에 빠져 있다.

‘볼리바르 혁명’의 흥망성쇠

지금 트럼프와 ‘악마의 거래’ 중인 로드리게스 정부에는, 고(故) 우고 차베스가 이끌었고 2000년대에 전 세계 좌파들에게 커다란 영감을 줬던 ‘볼리바르 혁명’의 급진적 희망은 이제 희미한 그림자만 남아 있다. 당시 차베스가 이끌던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 제국주의에 유린되는 피해자가 아니라 저항의 선두에 밝혀진 횃불로 여겨졌다.

2000년대 초 우고 차베스의 베네수엘라는 세계 좌파들에 많은 영감을 줬다 ⓒ출처 베네수엘라 정부

그 변화를 이해하려면, 차베스가 이끌었던 그 운동을 살펴봐야 한다.

차베스가 처음 국제적으로 주목받은 것은 2002년 4월 11일이었다. 그날 베네수엘라 군부와 자본가들은, 석유 산업에 대한 차베스의 작은 개혁 조처에 격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차베스는 외딴 섬으로 끌려가 처형당할 터였다.

하지만 그때 베네수엘라 대중이 나섰다. 도시 빈민을 이루는 미조직·불안정 노동 대중 50만 명이 누구도 예상치 못한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쿠데타 세력과 충돌했고, 우익을 정치적으로 꺾어 버렸다. 차베스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노동자들은 그해 말 자본가들의 2차 쿠데타, 즉 석유 산업 마비 시도도 저지했다. 노동자들은 직접 공장을 운영하고 생필품을 배급했다. 3개월에 걸친 이 투쟁이 이후 세력관계를 결정지었다.

차베스의 특수성은 그가 이 운동과 직접 교감하며 좌경화했다는 데에 있다. 그는 석유 산업 재국유화를 단행하고, 석유 수출 수입(收入)을 재원 삼아 사회 복지, 경제 다각화, 지방자치 강화를 도모하는 야심찬 개혁 정책을 추진했다. 그리고 이를 ‘21세기 사회주의’라고 불렀다. 스탈린 치하 소련과는 다른 대안을 추구한다는 좋은 취지였다.

차베스의 개혁은 국제 유가가 매우 높았던 덕을 보았다. 가난한 노동 대중의 삶이 일정하게 개선됐다.

하지만 차베스의 ‘볼리바르 혁명’ 전략에 혁명은 없었다.

‘21세기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의 틀에 도전하지 않았다. 착취와 시장은 보전됐고, 석유 부문을 제외하면 자본가들의 경제 권력은 유지됐다. 민간 자본의 부는 차베스하에서 오히려 늘었고, 전체 경제는 압도적으로 원자재 수출과 외자 유치에 의존했다.

자본주의 국가는 차베스를 중심으로 재편됐을 뿐 해체되지 않았다. 오히려 차베스는 국정 안정을 위해 쿠데타 주모자들을 사면 복권시켰다.

베네수엘라 국가기구는 재편과 개혁 추진 와중에 기존의 네 배나 커졌다. 관료 계층이 크게 강화됐고, 이권을 노리고 국가기구와 유착했다. 그 과정에서 부와 특권을 얻은 자들을 ‘볼리부르헤스’, 즉 볼리바르식 부르주아지라고 부른다.

고유가로 재정이 충분하던 2000년대 중반까지는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모순이 심화되고 있었다.

쿠데타를 거듭 물리치고 지방자치를 직접 수행하는 노동 대중의 자신감은 높아졌다. 그러면서, 대중 운동이 변화를 전진시키려 하면 자본주의 국가기구가 그 염원을 단속하고 한계짓는 일이 잦아졌다.

차베스는 이 문제를 우회하려고 베네수엘라통합사회주의당 PSUV을 창당했다. 인구의 20퍼센트에 해당하는 500만 명이 입당했다.

PSUV는 의심할 여지없이 대중 정당이었지만, 동시에 ‘볼리바르 혁명’의 모순과 단층선이 그대로 반영돼 있었다. 노동자 조직들도 PSUV에 입당했지만, ‘볼리부르헤스’와 군부도 대거 입당했다. 차베스가 국가기구를 통해 개혁을 추진하려는 전략을 고수하면서, PSUV는 갈수록 국가 관료와 군부가 차베스의 정책 명령을 하달하는 조직이 됐다.

차베스가 사망한 2013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 유가가 급락했다. 베네수엘라 경제는 차베스 이전보다 석유 의존도가 더 높았고(산업 다각화 시도는 처참히 실패했다), 그래서 세계 자본주의 변동에 매우 취약했다.

경기가 추락하며 복지 재원의 원천이 마르자 대중의 생활수준과 자신감이 하락했다.

차베스가 지명한 후계자 마두로는 본래 좌파 출신이었지만 국정 운영을 위해 국가 관료 및 군부와의 협력을 중시한 인물이었다. 대통령이 된 후 마두로는 관료와 군부 등에 이권을 나눠 주며 그들의 협조를 이끌어 냈다. 그 과정에서 군부가 국가의 자원과 공기업을 장악하게 됐다.

같은 시기 PSUV 안에서는 대대적 숙정이 벌어졌다. 2014~2015년 국가 관료와 군부는 ‘혁명의 배신자’, ‘양키 첩자’ 색출을 명분으로 정부 비판적 좌파들을 맹렬히 공격했다. 언론에서 ‘반미 강경파’로 보도되는 내무장관 디오스다도 카베요는 이때 당내 밀고를 조직하고 정치 깡패를 동원하며 좌파 공격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결국 가장 급진적인 세력들은 당을 떠나야 했다. 그 과정에서 PSUV는 대중 정당에서 권력층 정당으로 탈바꿈했다. 현재 당 규모는 창당기의 15퍼센트에 불과하다.

마두로 정부는 베네수엘라 자본주의를 보전하기 위해 복지를 삭감하는 긴축 정책을 폈다. 대중의 빈곤은 더 심해졌고, 소수 권력층과 대중 사이의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현 로드리게스 대통령 권한대행은 당시의 긴축 정책을 설계하고 시행한 인사 중 하나였다.

마두로 정부가 노동 대중의 환멸을 사자, 자본가·우파들은 10여 년 만에 반격에 나섰다. 그들은 마차도 같은 인종차별적 극우와 합심해 폭동을 일으키고 생필품과 석유를 국외로 빼돌렸다. 베네수엘라를 통치 불능 상태로 만들려 애쓴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가뜩이나 국내 기반이 변변찮던 우익들은 대중의 지탄을 더 받았다.

미국이 경제 제재를 부과해 베네수엘라의 곤궁을 키운 것은 그 과정 전체를 강화하는 보조적 구실을 했다.

위기가 심화되며 물가가 수백 퍼센트씩 폭등했고, 인구의 4분의 1 정도가 먹고살기 위해 나라를 떠나야 했다. 마두로는 권위주의적 강압과 책략에 점점 더 기대어 통치하게 됐다. 군경의 탄압은 우익도 공격했지만, 급진 좌파들과 노동조합도 심하게 탄압받았다. 파업이나 시위 같은 민주적 권리들이 제약당하고 금지되기 일쑤였다.

마두로가 이끌던 정부는 ‘볼리바르 혁명’의 계승자를 자처했지만, 실은 대중의 희망을 배신한 것이다.

그리고 그 배신을 주도한 자들이 지금 트럼프와 ‘악마의 거래’를 하고 있다.

로드리게스 정부는 현재 계엄 상태를 이용해 집회·시위를 금지하고 통금을 실시해 대중을 단속하는 동시에, 미국의 석유 갈취나 중국·러시아와의 단교 요구 등에 대해서는 “그 실현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협상하고 있다. 따라서 로드리게스 정부는 미국에게 일관되게 맞서지 않을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저항이 중요하다

우리는 강도 같은 트럼프의 패배를 바라고, 베네수엘라인들의 자결권을 단호하게 옹호한다. 어떻게 그것을 쟁취할 것인가?

일부 좌파는 트럼프가 주권 존중이라는 국제 규범을 어긴 것을 문제 삼으며, 국제법과 국제 규범을 통해 트럼프를 제지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무망한 해법이다. 이는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이 2년 넘게 계속되는 과정에서 뚜렷이 드러났다.

마두로 납치를 놓고 어떤 정부들은 말로는 미국을 규탄했지만 실질적 조처를 취한 국가는 하나도 없다. 이재명 정부는 규탄의 말조차 하지 않았다. “국민주권정부”를 자처하는 정부가 미국의 적나라한 주권 유린에 “조속한 안정을 바란다”는 하나 마나 한 말이나 주워섬겼다.

이전에도 한국의 민주당 정부는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 시도에 반대하지 않았다. 2019년 당시 문재인 정부는 베네수엘라 극우 쿠데타 두 달 전에 쿠데타 주모자 과이도 지지를 선언했다.

그럴진대, 미국의 패권 전략에 협력해 온 이재명 정부가 미국 제국주의를 비판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공격에 대한 유일하게 효과적인 대응은 베네수엘라 노동 대중에 의해 이뤄질 수 있다. 먼저, 베네수엘라 노동 대중이 2002년에 보였던 가능성을 다시 보이고 더 나아가야 한다.

베네수엘라 노동 대중은 스스로 무장하고 시민군을 조직해야 한다. 그 시민군으로 대중은 미국의 공격에 맞서고 갈취를 저지하기 위해 주요 생산 시설과 나라의 부를 방어해야 한다. 물론 그 시민군은 이제껏 노동운동을 탄압하던 정부군의 통제를 받는 게 아니라 정부와 독립적으로 조직되고, 독자적으로 싸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노동자 자기 무장은, 나라를 지키는 동시에 미국 축출 후 권력을 노동자가 장악할 기초를 놓는 과정이 될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 무장한 사람들 속에서 혁명가들은 ‘미국 침략 반대’, ‘노동자 굶기는 정부 정책 반대’를 슬로건으로 걸고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그런 투쟁으로 베네수엘라 노동자들은 미국의 침략에 맞서는 동시에, 부패와 억압을 일소하고 사회를 노동자들의 필요에 맞게 운영할 노동자 정부를 수립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베네수엘라 노동계급이 그런 독자적 세력으로 일어설 것을 우리는 진심으로 갈망한다.

베네수엘라 대중의 투쟁을 지지하는 국제 연대 운동이 그 과정에 기여할 수 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가하는 제국주의적 압박은 베네수엘라 내에서 현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저항이 성장할 여지를 좁힌다. 지금 줄타기 중인 로드리게스 정부가 미국의 압박을 핑계로 국내 저항을 억누르기 유리해진다.

따라서 ‘미국은 베네수엘라와 라틴아메리카에서 손 떼라’, ‘베네수엘라 민중의 투쟁을 지지한다’는 슬로건하에 국제 연대 운동이 건설돼야 한다.

그런 운동은 라틴아메리카와 미국에서, 트럼프와 그에 협조하고 베네수엘라를 방관하는 자국 지배자들을 규탄하며 대중적으로 건설될 수 있다. 한국의 우리도 그런 국제 연대 운동에 함께 나서자.

1월 10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에서 손 떼라’ 집회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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