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트럼프의 마두로 납치는 미국 헤게모니 약화에 대한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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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습격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그의 부인을 납치, 구속한 것은 엄청난 사건이다. 베네수엘라 침공은 미국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마지막에 침공했던 두 나라(1983년 그레나다, 1989년 파나마) 때와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후자의 경우, 하나는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이 20세기 초 콜롬비아에서 도려낸 좁은 땅덩이다.
반면 베네수엘라는 라틴아메리카의 대국으로, 19세기 초 시몬 볼리바르(“해방자”)가 지도한 전(全) 대륙적이고 영웅적인 투쟁을 통해 스페인에서 독립했다. 베네수엘라는 처음에는 영국 제국주의, 이후에는 미국 제국주의에 예속돼 있다가 1960년 석유수출국기구(OPEC) 결성을 이끌었는데, 서방의 “세븐 시스터즈”[세계 7대 석유 대기업 — 역자]로부터 석유 생산 통제권을 되찾기 위한 것이었다. 1999~2012년 우고 차베스 집권기에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뜻을 거슬러 “21세기 사회주의”를 추구했다.
마두로는 차베스의 “볼리바르 혁명”을 내팽개쳤지만, 도널드 트럼프와 쿠바계 미국인인 국무장관 마코 루비오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제국주의에 맞섰던 저항의 역사를 일소해 버리려 한다. 1월 3일 토요일 베네수엘라 습격은 11월에 발표된 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NSS)을 매우 심각하게 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 준다.
NSS는, 트럼프가 토요일에 말했듯 “서반구에서 미국의 지배력이 다시는 도전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전략적 우선순위임을 분명히 했다. [NSS는 이렇게 쓰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서반구는 적대적인 외부세력이 진출하거나 핵심 자산을 소유하지 않는 서반구, 핵심적 공급 사슬을 뒷받침하는 서반구이다. 또한 우리는 주요 전략적 요충지에 계속해서 접근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다.” 미국은 세계 패권을 놓고 중국과 벌이는 제국주의 경쟁을 위해 이 지역을 원료와 공산품의 핵심 공급지로 삼으려 한다.
베네수엘라의 석유 매장량은 세계에서 가장 많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가 1976년 석유 산업을 국유화한 것을 되돌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의 석유 기업들, 세계에서 가장 큰 그 기업들이 거기서 활동하도록 할 것이다.” 분석가 아누사 퍼루키가 트위터에 올렸듯이 “방금 트럼프는 화석연료 질서를 수호하겠다고 단호하게 선언한 것이다.” 물론 트럼프는 또한 세간의 관심이 제프리 엡스틴 스캔들에서 멀어지는 것이라면 뭐든 반긴다.
마두로 납치는 라틴아메리카의 모든 정부를 위협하기 위한 것이다. 트럼프는 멕시코와 콜럼비아 대통령들을 직접 거명하며 위협했다. 내가 만약 쿠바 대통령 미겔 디아스카넬이라면, 지금 특히 불안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위협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유럽 지배자들[마크롱, 스타머, 메르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등 — 역자]이 마두로 축출을 반기면서도 우려를 표하기 위해 애쓰는 것만큼 유럽 제국주의의 비굴한 무력함이 드러난 적도 없다. 국제법 위반이 분명한데도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그것이 “복잡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유럽에게도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제 누가 미국의 그린란드 습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를 “운영할 것”이라는 트럼프의 장담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의 습격은 기술적으로 완성도 있게 진행됐다. 그러나 중무장한 베네수엘라 군대는 이번에 거의 저항에 나서지 않았던 듯하다. 의심할 바 없이 이 점은 마두로가 대중적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 준다. 트럼프 정부가 베네수엘라 정권 내의 일부 세력과 마두로를 제거하기로 사전에 합의했다는 단서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제 베네수엘라 정권은 부통령 델시 로드리게스가 이끌고 있다. 트럼프와 루비오 둘 다 그녀와 일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 왔다.
베네수엘라 정권을 남겨 두겠다는 선택은 나름 일리가 있다. 이라크를 점령한 미국이 사담 후세인의 군대를 해산하고 집권 바트당의 당원들을 전원 해고하기로 결정했던 것은 이라크가 내부로부터 무너지는 중대한 계기가 됐다. 그럼에도 마두로 제거를 위해 어떤 거래가 있었든, 트럼프가 베네수엘라의 자원에 “완전한 접근”을 요구하고 베네수엘라 내부의 정치적·사회적 갈등이 가하는 압력들 속에서 이는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미래의 일이다. 지금 우리는 다중 위기 속에 허우적거리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권력의 실제 작동 방식이 어떠한지 특별히 야만적인 방식으로 교훈을 얻고 있다. 〈르몽드〉 같은 자유주의 언론 매체는 지금 거의 마르크스주의적 용어를 써 가며 “포식성 미국 제국주의의 귀환”에 대해 불평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노골적인 무력에 기대는 것은 미국 헤게모니가 약화되고 있는 것에 대한 반응이다. 이는 더 많은 혼돈을 가져올 것이다. 유일한 해법은 아래로부터 생겨날 수 있다. 바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처럼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대규모 운동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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