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 대전 한화 무기 공장에서 로켓 폭발 사고가 발생해 노동자 3명이 사망했다. 이 공장에서는 지난해 5월에도 대형 폭발 사고로 5명이 사망했다.
한화 대전공장은 화약 등 위험 물질을 다루는 데다 대형 사고가 빈번한데도, 방산 공장이라는 이유로 접근이 제한돼 있다.
방위산업체 점검 권한을 가진 국방부(방사청)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점검 결과를 대부분 비밀에 부치고 있다. 지난해 5월 사고 이후 시행했다는 특별 근로감독과 소방청의 점검 결과도 공개하지 않았다. 방산 공장들은 정부가 대형 사고 때마다 내세운 ‘국가 안전 대진단’에서도 제외됐다.
방산 계열사 5곳을 거느린 한화 그룹은 국내 1위, 세계 19위의 글로벌 방산 기업이다. 한화는 북한 미사일 타격 능력 증진을 목표로 하는 2019년 국방 예산(방위력 개선비) 증액의 최대 수혜자이기도 하다. 한화는 국내산 다연장로켓 ‘천무’ 등 유도·대공 무기를 생산한다.
지난해 10월에는 사상 최초로 순수 국내 기술만 이용해 쏘아 올렸다는 누리호 엔진 시험발사체를 만든 기업이기도 하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이를 떠들썩하게 환영했다.
정부는 이런 방산 공장들에서 한반도의 불안정과 위험을 더한층 악화시킬 무기를 생산하는 한편, 그 공장에서 다치고 죽어 가는 노동자들 그리고 인근 주민들의 안전은 외면하고 있다. 대체 누구를 위한 ‘안보’인가?
이번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들은 모두 20~30대 청년이었다. 이 중 한 명은 입사한 지 한 달 된 인턴이었고, 6개월 후 정규직으로 전환될 예정이었다.
2월 22일 유가족들은 “25살 청년, 또 죽어야 합니까?”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방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가족들은 방사청이 사고 이후 일주일 넘게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5월 사고 이후 대책만 제대로 세웠어도 살 수 있었을 거라고 절규했다.
문재인이 고 김용균 씨의 부모님을 만나 “용균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한 지 고작 나흘 뒤였다.
2월 19~20일 당진에서는 연달아 산재 사고가 발생했다. 엔아이스틸 공장에서 29세 노동자가 철재에 깔려 사망했고, ‘죽음의 공장’이라 불리는 현대제철 공장에서 51세 외주업체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했다.
이렇게 매일 끊임없이 또 다른 ‘김용균’이 나온다. 2020년까지 산재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약속은 온데간데없이 산재는 매년 늘고 있다.
보잘것없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과 아쉬움이 큰 김용균 사망 대책 합의안이 통과됐지만, 고 김용균의 희생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는 결코 끝나지 않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