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전쟁의 진정한 배경: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중동 패권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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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의 내용과 박스 해설은 〈노동자 연대〉 편집부가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넣은 것이다.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 위기로 향하기 시작한 때는 길게는 197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그 속도가 빨라졌다.
1월 3일 미국의 이란 장군 가셈 솔레이마니 암살을 옹호하는 이들은 이란이 중동에서 공격적으로 확장 정책을 펼친 탓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란이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전부 미국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해야겠다.
미국은 [결과적으로] 자국의 중동 최대 라이벌[이란]에게 힘과 영향력을 키울 기회를 줬고, 심지어 그 과정을 일부 돕기까지 했다. 지금 미국이 전쟁을 무릅쓰는 것은 이란의 위상을 다시 낮추기 위해서다.
이번 충돌의 큰 아이러니는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이 이라크에서 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란과 불안한 동맹을 맺고 그 영향력과 병력에 의존했다는 것이다.
이슬람주의 집단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 이하 아이시스)가 2014년에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 동부의 광활한 지역을 장악하자, 중동에서 미국의 지배력이 흔들렸다.
버락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뒀던 미국의 지배계급은 아이시스 격퇴를 도울 수 있는 세력을 필사적으로 찾고 있었다. 이라크 북부에서는 이란이 무장시키고 훈련하고 자금을 지원한 시아파 무슬림 민병대가 그 세력이었다.
미국의 전투기가 하늘에서 아이시스를 폭격하는 동안, 이란의 지원을 받는 지상 병력이 그 영토를 장악했다.
이런 묘한 동역학 속에서 이란은 이라크에서 전례 없는 영향력을 얻었다.
솔레이마니를 필두로 이란은 이라크와 시리아 내전을 이용해 중동에서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해졌다.
솔레이마니가 이끈 이란 혁명수비대는 2012년 시리아 내전에 참전해 시리아의 독재자 바사르 알아사드를 지원했다.
이란은 아이시스하고만 싸운 게 아니라 아사드가 2011년 시리아 혁명을 분쇄하려 했을 때 그에 맞서 발전한 여러 무장단체들과도 싸웠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란은 중동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이스라엘의 국경 근처에까지 군사기지를 구축했고, 시리아에서도 더 많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지리적으로 시리아는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있다.]
그래서 이란이 후원하는 민병대가 이라크에서 아이시스를 격퇴한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었을 때, 이란은 이전에 갖지 못했던 수준의 영향력을 갖게 됐다. 이는 갑작스러운 전개는 아니었다.
이전부터 이란은 이라크 정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 후에 수립한 정치 체제 덕택이었다.
원래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중동에서 미국의 지배적 입지를 재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지역에서 미국에 도전했던 [이라크] 정권을 제거하고, 무엇보다도 이라크에 매장된 방대한 석유를 장악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전쟁 때문에 미국과 영국은 훨씬 취약해졌고, 커다란 굴욕을 맛봤다.
이라크 정권 교체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미국이 이라크 침공 다음에 무엇을 할지 계획하지 않았던 탓에 모든 것이 틀어졌다고 주장하곤 한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미국이 계획이 없었던 게 아니다. 기존 이라크 국가를 해체하고 미국이 구상한 중동 자본주의에 걸맞는 국가로 대체하는 것이 그 계획의 일환이었다.
“시장화”라는 미명 하에 미국 기업들은 이라크의 석유 산업뿐 아니라 경제 전체를 약탈할 수 있었다.
전쟁 때문에 이라크의 기반시설이 대부분 파괴돼 식량, 깨끗한 물, 에너지가 부족해졌다. 반면 미국 기업들은 “재건” 계획과 민영화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의 융자는 이라크의 시장화를 소위 “지원”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이라크를 빚을 더 큰 빚으로 갚는 악순환에 빠뜨렸다. 그래서 평범한 이라크인들은 가난해졌지만, 미국 기업들과 일부 부유한 이라크 엘리트들은 부자가 됐다.
이라크에 도입된 정부 체제에서는 부패와 종파 갈등이 서로 맞물려 있었다.
이라크 사회에서 수니파와 시아파 무슬림 사이의 분열은 결코 서방이 묘사하는 것만큼 뚜렷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미국은 직위와 부처가 소속 종파에 따라 배분되는 형태의 정부를 수립했다.
특히 미국은 이런 조처를 통해 미국과 미국의 점령에 충성하는 시아파 지배 엘리트들이 이라크를 운영하기를 희망했다.*
여기에 전쟁으로 더 가난해지고, 점령에 맞서 단결했던 모든 형태의 저항이 잔혹하게 분쇄되자 종파 간 폭력과 아이시스가 성장하는 발판이 놓였다.
한편 이란의 시아파 지배계급은 이라크의 새 지배층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래서 이란은 이라크의 정치와 경제에서 영향력이 훨씬 커졌지만, 반면 미국은 끝내 이라크에서 굴욕적으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여전히 중동에서 단연코 가장 강력한 세력이지만, 다른 국가들은 미국의 패배에 뒤이은 쇠퇴를 이용해 영향력을 키울 수 있었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이 이란과 핵협정을 체결한 것은 이처럼 변한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은 1979년 이후부터 줄곧 이란 정권을 제거하길 원했다. 1979년 이란 혁명이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 중 하나였던 이란의 샤[국왕]를 날려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1980년대 이라크와 이란 사이의 파괴적인 전쟁에 돈을 댔고, 평범한 이란인들을 괴롭히는 경제 제재를 오랫동안 가해 왔다.
그러나 2015년 오바마는 “이란 핵 협정”을 타결했고 성과로 치켜세웠다. 그에 따르면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 중단을 조건으로 경제 제재를 끝내고 궁극적으로는 이란이 미국의 중동 자본주의 구상에 적응하는 것을 막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이라크에서의 패배 후 더 이상의 전쟁과 갈등을 피하고자 했던 미국 지배계급 일부와 서방 지배계급 다수의 이해관계에 어느 정도 들어맞는 일이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하에서 상황은 훨씬 더 혼란스럽고 위험해졌다.
미국 지배계급 중에는 이란을 중동에서 성장하는 강국으로 용인할 생각도, 1979년 혁명에 대해 이란 정권을 용서한 적도 없는 축도 있다.
트럼프도 그들의 편인 듯하다. 트럼프는 2018년에 핵 협정을 걷어차 버리고는 이란과의 군사적 갈등을 위협하는 방향으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트럼프는 중동에서 모든 미군을 철수시키고 동맹들이 이란을 상대하도록 넘기길 바라는 듯 행동하기도 하며 오락가락한다.
지난 한 해 동안 미국은 이란과의 전쟁에 나설 듯하다가도 양측 모두 물러서기를 거듭했다.
그때마다 미국과 이란은 실제 전쟁에 가까워졌고, 솔레이마니 암살은 상황을 아주 첨예한 수준으로 몰고 갔다.
이것이 현 상황이 위험한 이유 중 하나다. 트럼프가 잘못 판단해 도박을 벌이면 자신과 이란 어느 쪽도 진정으로 원하지 않는 대규모 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획책한 전쟁 위협이 이라크와 이란에서 대중 운동을 질식시킬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위험이다. 2019년 10월, 가난과 형편없는 공공 서비스에 맞선 거리 운동이 이라크 남부와 중부를 중심으로 분출했다.
이라크가 석유로 막대한 부를 얻었지만 평범한 이라크인들의 삶은 2003년 이후 개선되지 않았다.
이 운동은 침공 이후의 이라크에서 자란 젊은이들이 주도하고 있다. 그들이 자라면서 본 것이라곤 전쟁, 만연한 실업, 기본도 안 된 사회 서비스뿐이다.
그들은 상층의 부패한 엘리트들에게 분노하고 있고,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훔쳐가고 있다고 옳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이란 지배자들이 이라크 정부와 매우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에, 분노의 상당 부분은 이란 지배자들을 향하고 있다.
2019년 11월에 시위대는 이라크 나자프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불태웠다.
그러나 이러한 시위들이 벌어진 원인은 미국의 2003년 침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본질에서 이 항쟁은 부패한 체제, 즉 미국이 강요했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유지하기를 원하는 바로 그 체제에 도전한다.
2011년, 2015년, 2018년에도 비슷한 시위 물결이 있었고, 지금의 운동은 이 시위들에 뒤이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운동은 이전보다 규모가 더 크고 기반도 훨씬 광범하다.
시위대는 몇 달 동안 수도 바그다드 중심부의 타흐리르 광장을 점거했고, 바스라 같은 도시들의 항구도 봉쇄해 석유 수출을 방해했다.
정부는 운동을 잔혹하게 탄압했지만(10월 이후 적어도 600명이 살해됐다고 시위대는 말한다) 운동을 분쇄할 수 없었다. 이라크 총리 아델 압둘 마흐디는 지난해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시위대 일부는 미국의 공격을 이용해 친이란 민병대가 운동을 파괴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트럼프의 위협에 직면해 압력받은 활동가들이 반정부 시위를 연기할 수 있다. 더 적은 수의 사람들은 심지어 미국을 지지할 수도 있다. 이란에서도 마찬가지로 정부에 맞선 항쟁이 미국에 대한 대중의 분노에 가려졌다.
이란이 영향력을 공세적으로 키워 왔지만 여전히 중동에서 가장 큰 제국주의 강국은 미국이다. 이 지역에서 모든 폭력과 전쟁의 근원이기도 하다.
우리는 미국과 [한국 문재인 정부를 포함한] 그 동맹국 정부들이 침략과 파병을 정당화하는 모든 시도에 반대해야 한다.
오직 평범한 사람들만이 그들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고, 수십 년 동안 그들의 삶을 망가뜨린 전쟁을 야기한 제국주의 체제를 없앨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