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이란·레바논:
저항이 다시금 중동 정치의 주요 변수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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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세 나라에서 시위가 번져 한 달 새 총리 두 명을 퇴진시킨 것은 나쁘지 않은 성과다.
레바논, 이라크, 이란에서 대중 운동이 벌어져 다시금 저항이 중동 정치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
이라크에서는 유혈낭자한 진압에도 굴하지 않는 시위가 몇 개월이나 이어진 끝에, 11월 말 총리 아델 압둘 마흐디가 퇴진했다.
정확히 한 달 전 레바논에서도 비슷한 대중 운동으로 사드 하리리가 총리직을 사임해야 했다.
한편 이란에서는 11~12월에 100곳이 넘는 마을과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각 운동에는 고유의 구체적인 불만과 특징이 있다. 하지만 운동의 원인은 본질에서 같다. 여러 해 계속된 빈곤과 실업에 대한 분노, 부패한 지배계급에 대한 불신과 증오다.
이란과 레바논에서는 물가·세금 인상이 촉발한 시위가 금세 더 큰 변화를 요구하게 됐다.
이라크에서는 정치 엘리트들이 나라의 석유 수익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인식이 시위를 추동한다.
시위대는 “정권 타도”를 원한다.
파업
세 나라의 대중운동 모두 몇 달이나 몇 년 동안 벌어진 작은 시위나 파업에서 성장했다.
시위대는 고위층에게만 득이 되는 ‘심각한’ 종파 갈등을 넘어 단결했다. 이라크와 레바논 사람들은 정당과 종파를 불문하고 모든 정치인에게 분노를 표했다.
이란 통치자들은 중동 지역의 모든 시위에 가장 불안해 하며 이를 숨기지 않는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이란 보안군은 이란에서 최소한 시위대 200명을 살해했다.
이란 지배자들은 서방(특히 미국)이 시위의 배후에 있다고 비난한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이런 비난에 매우 기뻐할 것이다.
트럼프는 이란의 운동이 중동에서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이란 정권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길 기대한다.
그래서 그는 시위를 지지하는 체하며 시위를 친서방 운동으로 포장하려 한다.
이라크와 레바논 상황은 더 복잡하지만, 이란 정권은 그곳 운동에도 격렬히 반대한다.
총리 압둘 마흐디 사임 이후 12월 5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이란 지원을 받는 무장 집단이 칼로 시위대를 공격했다고 한다.
이라크 시위대가 정치권의 부패를 이란과 분명하게 연결짓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란 정권은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와의 전쟁뿐만 아니라 종파로 나뉜 이라크 정치 체제를 이용해 이라크 정부와 이라크 경제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려 해 왔다.
이제 이란 정권은 시위와 새 정부 수립으로 영향력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다.
레바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란 정권과 가까운 정당 헤즈볼라는 레바논 정부의 주요한 일부이며 대중 시위에서 위협을 느낀다.
위협
미국이 이란 시위를 지지하는 체할 수는 있어도, 이라크와 레바논 시위까지 지지하는 체하지는 못한다. 두 시위가 미국 패권도 위협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라크와 레바논 정부에 지분이 있다. 두 나라에서는 친(親)서방 정치인과 친(親)이란 정치인들이 불안정한 연정을 맺고 불편한 균형을 이뤄오고 있었다.
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침략한 이후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부패하고 종파적인 정부 체제를 이라크에 강요했다는 것을 이라크 시위대는 안다.
미국은 이라크 지배층의 혼란에서 득을 보길 기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은 진정한 아래로부터의 반란이 일으킬 수 있는 사태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이라크와 레바논에서 새 정부가 수립되기까지는 매우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도 변화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시위대가 계속 거리에 남아 더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부패한 정치인들을 모두 쓸어버리고 새로운 정치 체제를 만들고 싶어한다.
이러한 요구는 중동의 모든 지배자들과, 그들을 지원하는 제국주의 체제를 위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