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체를 전화에 휩싸이게 할 이란과의 전쟁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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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역을 전화에 휩싸이게 할 전쟁이 트럼프의 손아귀에 달려 있다.
1월 3일 미국은 이란 최고 사령관 솔레이마니를 살해했다. 이는 이란을 상대로 한 전쟁 행위에 해당한다. 뒤이어 미국은 이란의 반격에 대비한다며 B-52 전략폭격기, 상륙전 부대 등을 중동에 배치했다. 이란도 솔레이마니 살해에 대한 대응으로 8일 이라크 내 미군기지 두 곳에 미사일 이십여 발을 퍼부었다.
이란과의 전쟁은 엄청난 인명 피해를 낳을 것이다. 이란은 이라크보다 인구가 갑절 이상 되고, 지난해 미군 무인기 격추와 8일 이라크 공습에서 보듯 현대식 무기로 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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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트럼프가 자신이 공언한 대로 전쟁을 이란 본토로 확대하면 전쟁은 삽시간에 중동 전역으로 번질 수 있다.
이란은 본토가 공격당하면 아랍에미리트(UAE, 한국군 아크부대가 주둔하고 한전이 핵발전소를 짓고 있다)와 이스라엘을 공습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국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이란과의 대립을 주도해 왔고, 이란이 공격하면 응전에 나설 것이다.
레바논과 예멘도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 레바논(한국군 동명부대 주둔)은 대표적인 친이란 세력 헤즈볼라가 정부에 참여하고 있고, 이스라엘에 여러 번 침공당해 역사적 원한이 쌓여 있다. 예멘(청해부대가 인근 해역에 있다)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UAE와 이란 사이의 대리전이 수년째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이란과의 전쟁은 그 파장이 워낙 엄청난 까닭에 일각에서는 (“전망”이나 “예상’의 이름으로) 미국과 이란 지배자들이 자제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지배자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상황 논리 때문에 전쟁이 촉발될 수 있다. 그리고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이전까지 전쟁을 꺼리던 지배자들도 전쟁에서 이기려고 사활적이 될 수 있다. “중동에서 새로운 전쟁은 없다”고 공언하던 트럼프가 지금 이러고 있는 것만 봐도 미국이나 이란 지배자들의 자제력에 기대를 걸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이번 전쟁의 본질은 미국이 중동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려고 이란을 제압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란이 미국의 중동 패권이 흔들리는 상황을 이용해 중동의 강자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몇 년간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은 점차 상승하는 방향으로 전개됐다.
이런 점에서 2015년 핵합의와 비슷한 협상으로 갈등을 조정하자는 제안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2015년 핵합의는 당시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것을 우선시하면서도 중동에서 미국의 위신이 더 하락하는 것을 막으려고 이란을 회유한 땜질 처방이었다. 그때도 미국 지배계급의 만만찮은 일부는 격하게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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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중국 견제가 장기적으로는 더 중요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중동에서 패권을 다잡는 것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본다. 최근 러시아와 중국이 이란과 함께 호르무즈해협에서 합동 군사 훈련을 한 것은 미국 제국주의의 약화가 제국주의 경쟁국들의 기회가 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줬다.
미국의 패권이 흔들리지만 그 지배력을 놓지 않으려 하고 그 틈을 타 이란의 영향력이 커지는 이러한 상황은 오히려 중동을 더욱 불안정에 빠뜨리고 있다.
결국 미국이 중동에서 모든 주둔 군대를 철수시키는 것이 중동 평화의 전제 조건이다. 지난 몇 달 동안 중동에서 일어난 평범한 노동자·서민의 투쟁이 발전해 자국 지배자들을 타도하고 미군 철수를 강제할 때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 등 다른 제국주의 세력도 물리칠 수 있다.
이란과의 전쟁에 반대하고 미군의 중동 철군을 요구해야 한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한 국제 반전 운동은 이라크 등지에서 저항을 고무했고 미국의 군대 동원 능력을 제약했다. 이런 국제적 연대는 지난 몇 달 동안 잠재력을 입증한 중동 대중의 저항을 더 고무할 것이다.
1월 4일 하루에만 미국 수도 워싱턴, 뉴욕, 시애틀, 시카고, 덴버,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전역의 도시 70여 곳에서 이란과의 전쟁 반대 시위가 열렸다. 영국 런던과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서도 각각 미국 대사관 앞에서 이란을 상대로 한 미국의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한국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막고 이런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