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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재난생계소득 요구하다:
코로나19 피해를 노동자에게 전가하지 말라

서울 구로동 콜센터에서 벌어진 집단감염은 정부의 방역 대책에 큰 허점이 있다는 경고가 옳았음을 보여 준다. 정부 여당이 애먼 신천지 비난에 열을 올리는 동안 바이러스는 노동자들의 일터로 흘러들었다.

콜센터 기업주들은 노동자의 건강이나 안전은 안중에도 없이 비용 절감을 위해 많은 노동자들을 좁은 공간에 욱여넣고 혹사한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매년 독감이 유행할 때마다 사무실의 절반이 걸린다고 호소한다.

‘다닥다닥 붙어서’, ‘마스크도 안 쓰고’ 일하는 환경은 비단 콜센터 노동자들만의 일이 아니다. 아파도 쉬지 못하고, 유급병가는 엄두도 못 내는 하청 노동자들의 처지는 기업주와 바이러스 모두에게 매우 ‘생산적인’ 환경이다. 정규직 노동자들도 ‘열이 나서 오늘 쉬겠다’고 쉽게 말하지 못 한다. 자본주의가 감염병 재난을 키우는 이유다.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아프다고 느끼는 첫날부터 걱정없이 쉴 수 있도록’ 유급병가를 지급하면, 감염병 확산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이런 사실은 경험적으로도 증명됐다. 최근 〈워싱턴 포스트〉는 일부 연구를 인용해 미국 일부 주에서 시행된 유급병가가 인플루엔자 발생률을 낮추는 효과를 냈음을 보여 줬다.(그림 1)

유급병가를 준 때(빨간줄)를 기준으로 전과 후 인플루엔자 발병률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점선이 평균치를 뜻한다. ⓒ그림 출처 http://www.nber.org/papers/w22530

감염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들, 무급휴직 등으로 생계를 위협받는 노동자들이 연이어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도 3월 10일 기자회견을 열어서 코로나19로 인한 노동자들의 피해 사례들을 보고하고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다.

이 요구안에 담긴 것들은 모두 지금 당장 필요한 것들이다.

유급병가

먼저 민주노총은 개학 연기로 임금을 못 받게 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해 휴업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노동자들에게 정부가 직접 휴업수당을 지원하라고 요구했다. 건설일용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 등도 그 대상이다.

개학은 미뤄지는데 부모는 직장에 나가야 해서 아이들이 방치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유급 가족돌봄휴가를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이미 해당 제도가 있는 공무원 등 노동자들에게는 그 요건을 완화하고 적용 범위도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코로나19를 핑계로 한 특별 연장근로 남용 방지, 병원·학교·돌봄 노동자들의 감염을 막기 위한 안전 대책과 공공의료 확충,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률 개정 등도 모두 시급히 필요한 조처다.

민주노총은 코로나19로 줄어든 소득을 벌충하기 위해 모든 국민에게 재난생계소득을 100만 원씩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향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때 노동자들을 지원하도록 재난 기본소득제도(재난 긴급생계자금 지원제도)를 법률로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노동자들의 압도다수가 이를 흠뻑 지지할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피해를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고용주를 더 강력하게 감시하고 단속하라고 요구했는데 매우 적절한 요구다. 문재인 정부는 고용주를 규제하기보다 고용유지지원금 등 고용주에게 혜택을 줌으로써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 해 왔고 지금도 그런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노동자들의 소득과 일자리를 지키는 데에 효과적인 방식이 아니다. 해당 재원의 지급시기와 액수 등을 노동자 자신의 필요가 아니라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 위기 속에서 노동자의 안전보다 기업주의 이윤을 더 걱정해 온 문재인 정부가 이런 방향을 쉽게 바꿀 것 같지는 않다. 지금은 총선을 앞두고 있어 눈치를 보지만 말이다.

김경수, 이재명 등 여당 정치인들 일부가 제안한 ‘재난기본소득’은 그 실제 내용은 기본소득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아니다. 일부 저소득층만을 대상으로 하거나, 일시적으로 현금수당을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청와대는 이마저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 하고 일축했다.

3월 10일 민주노총 코로나19 특별요구안 발표 기자회견 ⓒ출처 〈공무원U신문〉

재난기본소득

한편,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이번 사태가 새로운 경제 위기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증시가 급등락하고 트럼프가 대규모 감세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만 봐도 지배자들이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몰라도 세계 지배자들은 감염병 사태로 인한 피해도, 그 여파 때문에 벌어진 경제 위기의 책임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 할 것이다. 추경 등으로 지출된 재정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많은 정부들이 그랬듯이 일부 복지 혜택을 삭감하거나 세금·사회보험료 인상 등으로 노동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려 할 가능성이 크다.

또, 한국에서도 한 달 뒤 총선이 지나면 여야가 함께 노동개악을 밀어붙이려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사실 총선 등에 대한 고려로 미뤄졌을 뿐 문재인 정부는 지난 연말부터 노동개악을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었다.

민주노총은 대정부요구 발표와 함께 “정부와 경영계, 노동계가 함께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비상 협의’”를 제안했다. 이런 협의가 실제로 열린다면 정부와 기업주들은 노동자들에게 ‘고통 분담’(사실은 고통 전가)을 요구하려 할 것이 뻔하다.

이미 경사노위는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자 대규모 집회를 자제하고 단체교섭 등을(즉 쟁의를) 미루라고 촉구했었다. 그것도 문중원 열사 추모 농성장을 강제 철거한 직후에 그랬다. 민주노총은 경사노위의 ‘노사정 선언’에 대해 “그저 노동자들은 ‘가만히 잠자코 있으라는 것과 같다”고 옳게 비판한 바 있다.

민주노총의 요구들을 실현하려면 그것을 강제할 힘이 필요하다. 기업주들이 사활적으로 고통 전가를 추진할 것이므로 노동자들도 자신의 힘을 행사해 이윤에 타격을 입힐 태세를 보여 줘야 한다. 민주노총은 이를 위한 투쟁 태세를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