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코로나19 사태에 이윤만 걱정하는 지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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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치로 드러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암울한 파장.” 지난주 〈파이낸셜 타임스〉에 실린 한 기사 제목이었다. 가슴이 철렁했다. 불안에 떨며 기사를 훑어봤더니 코로나19 확산이나 그로 인한 죽음에 대한 내용이 아니었다.
핵심 논점은 이런 것이었다. “심각한 경기 후퇴에 따라 지난 2월 홍콩과 중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호주·일본 등지의 구매관리자지수는 더 급격한 경기 둔화를 시사했다.”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은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 때문에 불안에 떨고 각자의 소중한 사람들을 어떻게 지킬지 걱정하지만, 세계 각국 지배계급은 코로나19의 경제적 파장을 더 걱정한다.
도널드 트럼프는 이 점에 있어 특히 노골적이다. 트럼프는 코로나19 사태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둘러대 왔다. 그나마 괜찮은 경제 상황에 기대 11월 대선에서 재선하려 하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이라 할 수 있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지난주 0.5퍼센트포인트 긴급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2008년 금융 위기가 한창일 때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다. 세계 주식 시장도 폭락했다.
이런 경제적 공포에는 근거가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중국은 세계 최대 제조국이자 수출국이다. 중국 정부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으려고 엄청난 수의 주민에게 이동 제한을 걸고,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다국적 생산망에서 필수적인 물류를 차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그러면서 〈파이낸셜 타임스〉를 우울하게 한 “암울한 수치”가 나온 것이다. 1~2월 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17.2퍼센트 떨어졌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중국 노동력의 약 80퍼센트를 고용하는 중소기업 중 3분의 1 이하만이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함께 세계 나머지 지역에서도 코로나19 확산이 비슷한 효과를 낸다면, 이는 전 세계적 불황을 야기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중국과 한국에 이어 이탈리아에서도 이미 제조업이 위축되고 있다.
둔화
둘째, 그러나 코로나19 발병 전부터 세계경제는 형편없는 상태였다. 2008~2009년 대공황 이후 미국과 유럽은 주류 경제학자들조차 ‘장기 침체’(만성적인 저성장)라고 일컬은 상태에 빠져 있었다.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제3세계의 이른바 “신흥 시장 경제”도 둔화하고 있었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양적완화, 초저금리,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 유지 같은 “이단적인” 통화 정책을 펴 세계경제가 계속 굴러가게 하려고 애썼다. 이는 주식시장 거품을 키웠고 덕분에 이미 억만장자인 자들이 더 불경스러우리만치 부유해졌다.
어떤 주류 경제학자들은 2주 전 주가 폭락이 기저의 경제 환경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며 어리둥절해 했다. 그러나 주가가 폭락한 이유는 꽤나 분명해 보인다. 중앙은행이 값싼 신용으로 부풀려 온 주식 시장 거품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실상 터트린 것이다.
3월 9일 세계 주식 시장은 다시 한 번 폭락했다. 유가가 30퍼센트 폭락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1991년 걸프전 이후로 사상 최대 유가 하락폭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은 코로나19 위기가 러시아에게 유가 전쟁을 걸 적기라고 판단했다.
폭락 이후 이른바 “안전자산선호” 현상이 나타났다. 즉, 투자자들이 미국 재무부 채권이나 금 같은 아주 안전한 자산들을 사재기하는 것이다. 2월 말 금값은 지난 7년 이래 최고치에 이르렀다.
코로나19 사태 한참 전에 중앙은행들은 2008년 위기부터 계속해서 돈을 푸는 정책을 편 까닭에, 큰 경기 후퇴가 다시 닥치면 꺼내 쓸 무기가 별로 없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는 산업화된 영농법의 산물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코로나19는 체제에 가해진 “외부” 충격이 아니다. 코로나19는 이미 노쇠한 자본주의를 더욱 병들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