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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악 종합선물세트 요구하는 경총 탐욕
문재인 정부는 선물을 줄 태세가 돼 있다

3월 23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40개 노동개악 입법 요구안을 발표하고 국회에 제출했다. 여기에는 이제까지 기업주들이 요구해 온 온갖 노동개악들이 총망라돼 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2퍼센트로 인하하고, 상속세 최고세율도 현재 50퍼센트에서 25퍼센트로 인하해 “경영의 영속성”을 보장해 달라고 한다.

노동자를 더 쥐어짤 궁리만 하는 소시오패스들 ⓒ이미진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 요구들은 더욱 가관이다.

경총은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악하라고 주문했다. 파견 업종을 대폭 확대하고, 기간제 사용 기한도 현행 2년에서 대폭 연장해 비정규직을 쉽게 쓸 수 있게 하라고 했다. 탄력근로시간제도 등 노동유연성을 확대하고 근로 계약과 취업규칙을 사용자 마음대로 바꿀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다. 직무성과급제 도입, 최저임금 제도 개악 요구도 빠지지 않았다.

노동자들의 저항을 약화시킬 요구들도 포함됐다. 사업장 점거 금지, 파업 때 대체근로 금지 규정 삭제, 직장폐쇄 요건을 완화하라는 것과 함께 사용자들이 불법을 저질렀을 때 처벌을 완화하라고도 했다.

안전과 환경 규제도 완화하라고 했다. 고(故) 김용균 씨와 같은 산재 사고가 여전히 끊이지 않지만 산업안전보건법을 원청의 책임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더욱 개악하라고 했다. 가습기살균제 사고 이후 제정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화평법)’도 “산업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신규 화학물질 등록 기준을 완화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경총의 요구는 박근혜 때 추진하려다 실패했던 노동개악을 고스란히 꺼내 든 것이자 경제 공황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계급에게 전가하려는 포석이다. 경총은 코로나 위기로 노동운동이 행동을 자제하고, 국민적 단합으로 코로나·경제 위기를 돌파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을 고통전가의 기회로 삼겠다는 계산이다.

이에 발 맞춰 문재인 정부는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더욱 심각해진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기업 살리기를 우선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던지고 있다. 민주당도 이번 총선 공약에서 소득주도성장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인 “혁신 성장” 정책을 전면에 부각했다.(자세한 내용은 ‘코로나19와 경제 공황: 기업이 아니라 노동자·서민 살려라’를 참고하시오.)

이래서 민주노총이 마침 고통 분담을 위한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은 부적절했다.

총선 직후부터는 더 노골적으로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국회에서 노동개악을 시도할 것이다. 1997년 IMF 위기 때 노동운동이 김대중 정부를 믿고 사회적 대화에 참가했다가 파견법과 정리해고법에 합의해 주는 실수를 저지른 일을 기억해야 한다.

이미 문재인 정부는 고위 공직자 보수를 삭감하며 공공부문을 거쳐 민간부문으로 임금 삭감 공격을 확대할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경제부총리 홍남기는 이미 3월 초에 4~6급 공무원에게 직무급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경총이 제시한 직무성과급제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경총이 요구안을 발표한 직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부가 친기업 경제 살리기 기조를 거듭 분명히 하고 경총이 선전포고를 한 만큼, 실질적인 노동개악 저지 투쟁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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