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해고 사태:
코로나 확산과 경제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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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세계경제 위기 여파로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자, 해고와 무급 휴직 등이 급증할 조짐이다.
특히 3월 16일에 정부가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한 여행업·관광숙박업·관광운송업·공연업 등에서는 이미 해고와 무급휴직 등이 크게 늘었다.
예를 들어, 아시아나항공 사측은 모든 노동자들에게 다음 달에 15일 이상 무급휴직을 하라고 명령했다. 다음 달 임금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3월에도 10일 이상 무급휴직을 실시해 임금이 이미 33퍼센트 이상 줄었는데 말이다.
모든 노선의 운항을 중단한 이스타항공은 아예 직원 월급을 주지 못한다고 선언했다. 에어서울, 에어부산, 제주항공 등에서는 노동자의 50~90퍼센트가 무급휴직 중이다.
항공업계 하청·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타격은 더욱 크다. 민주노총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한국공항 등의 하청업체들은 무급휴직을 실시할 뿐 아니라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곳도 생겼다. 인천공항 인근에 위치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의 리무진 운전을 담당하는 도급업체 ‘서빅’은 일부 노동자들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병원 파견 간병노동자, 대학 청소노동자 등도 제대로 마스크를 공급받지 못하거나 일자리를 잃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확산과 경제 위기로 인한 고용 악화는 단지 여행업이나 관광운송업 등에만 그치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아직 널리 퍼지지 않았던 2월에도 무급휴직 등이 늘고 있었다.
통계청의 ‘2월 고용동향’을 보면, 이미 2월달에도 일시 휴직자가 61만 8000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4만 2000명(29.8퍼센트) 늘어 10년 만에 가장 많이 증가했다. 2월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도 10만 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만 7000명(33.8퍼센트) 늘었다. 이에 따라 2월 실업급여도 총 781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90억 원(32퍼센트)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넘어섰다.
정부 스스로도 인정하듯이, 해고와 무급휴직 등은 경제 위기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3월부터 더욱 급증할 것이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3월 첫 주에 해고 관련 제보가 21건이었는데 셋째 주에는 67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항공·여행뿐 아니라, 학원, 병원·복지시설, 판매, 숙박음식점 등에서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직장갑질’ 제보가 늘었다고 한다.
친기업 정책
이처럼 고용 위기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해고를 하지 않고 휴업수당을 지급하는 모든 중소기업에게 4~6월 동안 휴업수당의 90퍼센트를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여전히 구멍이 많고 효과는 제한적이다. 영세 사업장 소속 노동자나 특수고용 노동자처럼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노동자 1200만 명은 고용유지지원금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중소기업 고용주가 자신이 내놓아야 하는 휴업수당 지급분도 부담된다면서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기업 지원은 신속하고 대폭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기업을 반드시 지키겠다”며 긴급자금 100조 원 투입을 결정했다. 지난주보다 지원금을 50조 원이나 늘렸고, 지원 대상도 대기업으로까지 확대했다. 정부가 직접 노동자들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하고, 코로나19 확산 위기 동안 해고를 금지하고, 1인당 100만 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해 삶이 위태로워진 노동자들을 보호하자는 민주노총 등의 요구는 무시하면서 말이다.
고용노동부장관 이재갑은 개학 연기로 인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휴업은 정부 탓이 아니므로 휴업수당을 줄 책임이 없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니 기업들도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압박받을 리 만무하다.
이처럼 정부의 대책이 친기업에 맞춰 있다 보니, 경총은 ‘쉬운 해고’와 법인세·상속세 인하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박근혜 정부 때 시도했다가 실패한 노동 개악들을 이참에 다시 추진하라고 촉구한 것이다.(관련 기사 5면을 보시오.)
이처럼 정부와 기업주들은 노동자들에게 위기의 고통을 떠넘기려고 한다.
최근 ‘쉬운 해고’와 법인세·상속세 인하 등을 촉구한 경총은 지난 3월 6일 민주노총이 빠진 경사노위에서 ‘노동시간 단축과 휴직 등을 최대한 활용해 고용을 유지하도록 노력한다’는 ‘노사정 선언문’에 합의한 바 있다. 합의문에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쉬운 해고’를 요구하고 나선 것을 보면, 이들이 말하는 ‘고통 분담’의 실체를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며칠 전 정부는 대통령을 포함한 장·차관급 이상 공무원들의 월급 30퍼센트를 4개월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노동자들에게 ‘고통 분담’에 동참하라는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이런 식으로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해 왔다는 점을 이제는 상당수 노동자들도 안다. 1998년 IMF 위기 때에도 ‘국난 극복’ 운운하며 정리해고와 파견제를 입법화해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한 바 있다. 이번에도 기획재정부 관계자 입에서 내년 공무원 임금을 동결하려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사회적 대화가 아니라 투쟁을 조직해야
이런 점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경제주체 원탁회의에 참석하고, 향후 비상경제회의에도 참석할 뜻을 밝힌 것은 우려스럽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증세, 사회보험료 인상 등으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 마련에 노동자도 일부 양보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3월 24일 민주노총이 주최한 ‘코로나19 대응 정책 워크숍’에서도 노동자들이 고통 분담을 위해 소득세 인상에 합의해 주거나 대기업·정규직 노조들이 통상임금의 5퍼센트를 내서 ‘코로나 연대기금’을 결의하자는 제안들이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사용자들이 코로나 사태를 명분으로 ‘쉬운 해고’와 법인세·상속세 인하, 노동법 개악 등을 추진하는 마당에 노동자 양보를 시사하는 것은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투쟁조차 어렵게 만들 수 있다.
3월 26일에는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조대엽 위원장이 민주노총 지도부를 만날 것이라고 한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정부를 만나 무급휴직이나 해고 위협을 받는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려는 듯하다. 그러나 앞서 봤듯이 정부와 사용자들이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려는 상황에서 노동자·서민의 생계 위기를 사회적 대화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몽상이다.
친기업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정부에 맞서려면 노동자들의 위기 극복 대책을 강제할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