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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경제 위기:
기업주보다 노동자·서민 살려라

각국 정부들이 2008년 위기 때 이상의 금융·재정 부양책을 쏟아내며 주식 시장을 떠받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침체는 이제부터라는 관측들이 많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2분기 미국의 GDP가 전분기보다 30퍼센트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가 가장 큰 하락폭을 제시했지만, 다른 금융기관들도 상당한 축소를 예상하기는 마찬가지이다. JP모건은 -14퍼센트,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2퍼센트, 골드만삭스는 -24퍼센트를 예상했다.

다른 지역들은 더욱 심각하다. JP모건은 유로존의 올해 2분기 성장률이 -22퍼센트, 영국은 -30퍼센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올해 1분기 -40.8퍼센트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 올림픽이 연기된 일본의 경제가 더욱 수축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기업을 반드시 살리겠다”며 100조 원 투입을 결정한 문재인 정부 재난기본소득 요구는 외면하고 있다 ⓒ이미진

물론 금융기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마비 상태가 끝나면 곧장 경제가 반등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런 낙관적인 전망에 따르더라도 올해 경제가 수축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올해 미국과 유럽의 성장률을 각각 -2.8퍼센트, -4.7퍼센트로 전망했다.

그러니 부실한 기업들이 파산할 수 있다는 우려들이 상당하다. 이미 이번 위기가 닥치기 전에도 세계적으로 기업 5곳 중 한 곳은 빌린 돈의 이자도 벌지 못하는 ‘좀비 기업’들이었다. 2018년 기준 한국은 그 비율이 35퍼센트가 넘었다. 기업들은 수익률이 낮은 상태에서 값싼 이자로 겨우 연명해 왔던 것이다.

경제 위기의 충격은 신흥국 경제일수록 더욱 심할 것이다. 선진국에서 위기가 벌어지자 신흥국에서는 급격하게 달러가 유출됐다. 게다가 신흥국은 선진국 정부·중앙은행에 비해 위기에 대처할 정책적 수단도 제한돼 있어 위기 상황에 더욱 취약하다. 신흥국들에서는 2008년 이후 부채가 크게 증가했는데, 이는 외환위기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파생상품

이미 멕시코, 아르헨티나, 남아공의 경제는 침체 상태이다. 레바논은 최근 외환위기를 겪고 있고, 채무불이행(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인도에서 4번째로 큰 은행인 예스뱅크가 3월 초에 모라토리엄을 선언해, 인도 중앙은행이 구제에 나선 상태이다.

한국은 대외 의존도와 외환시장의 개방 수준이 높은 만큼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 취약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래서 경제학자 장하준은 “IMF 때보다 심각”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근래에 금융권에서는 부실기업들의 고위험 회사채를 상대적으로 저위험인 금융상품들과 묶어서 파는 파생금융상품(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시장이 급성장했다. 자본가와 부자들은 최근의 경제 부진 속에서 이런 고수익고위험 투자로 큰 수익을 누려 왔다. 이는 2008년 금융 위기의 방아쇠 구실을 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와 꼭 닮았다. 기회였던 것이 위기의 블랙홀으로 바뀐 것이다.

그래서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들은 기업 부실 사태가 은행과 나머지 기업들의 파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중앙은행들은 금리 인하뿐 아니라 기업 어음과 회사채를 대량으로 사들이는 정책들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가 비상경제회의를 열어 “기업을 반드시 지키겠다”며 긴급자금 100조 원 투입을 결정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주 50조 원의 대책을 발표한 이후 이번 주 100조 원으로 그 규모를 늘리면서 지원 대상을 대기업에게로 확대했다.

100조 원 중 58조 원은 기업들에 대출·보증을 위해 공급되고, 나머지 42조 원은 회사채와 기업 어음, 주식시장 부양을 위해 지원된다. 기업과 은행, 주식시장을 보호해서 얻는 효과는 투자자·채권자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정부는 1인당 100만 원 재난기본소득에는 50조 원이 들어간다고 외면하면서 기업들을 위해서는 막대한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

정말이지 주류 경제학자들은 양심이 있다면 자신들의 경제 이론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의 자유시장 이데올로기는 허구에 불과하다. 이익은 소수 부자들의 호주머니에 들어가고 손실은 사회가 부담한다. 이익의 사유화와 손실의 사회화야말로 자본주의의 정신이다.

물론 더 정확히 말하면 손실은 노동계급에게 전가되고 있다. 이제까지 이윤을 누려 오던 자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반면, 노동자들은 대량 해고 위험과 임금 삭감 압박을 받고 있다.

세계노동기구(ILO)는 이번 위기로 인해 전 세계에서 실업자가 최대 2500만 명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2008년 위기 때의 2200만 명보다 많은 수이다. 불완전 고용과 임금 삭감도 증가해 노동자들의 임금 손실은 3조 4000억 달러(4200조 원)에 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계급에게 떠넘기려는 시도에 맞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의 위기는 이윤율이 장기적으로 저하해 온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에서 비롯한 것이고, 노동계급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

고장 난 자본주의를 살린다는 관점이 아니라 기본적인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노동계급의 삶을 지킨다는 관점에서 국가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해고와 임금 삭감을 하려는 기업들을 규제하고, 파산하는 기업들은 국유화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 진보진영의 여러 단체들이 요구하듯 보편적 재난수당을 모두에게 100만 원씩 지급한다면 당장의 생계 위험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는 재정적자를 피해야 한다지만, 정부가 기업들에게 앞뒤 재지 않고 막대한 지원을 하는 상황에서 재정을 더 쓸 것이냐 아니냐는 진정한 쟁점이 아니다. 진정한 쟁점은 누구를 위해 쓸 것이냐다. 기업과 부자들이 부담해 노동계급을 살려야 한다. 그러려면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코로나19의 공포 속에서도 폐휴지를 주워야 하는 노인들 ⓒ이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