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해지는 실업 사태:
기업보다 일자리에 먼저 투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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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경제 위기가 심화하면서 대규모 실업의 고통이 엄습하고 있다.
4월 14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3월 고용행정자료 통계를 보면, 3월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15만 6000명으로 지난해 3월보다 3만 1000명(24.5퍼센트) 증가했다. 금융 위기 때인 2009년 3월 이후 11년 만에 최대 증가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도 898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6397억 원)보다 2585억 원(40.4퍼센트)이나 증가했다.
반면, 지난달에 일자리를 구해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25만 3000명 증가에 그쳐, 지난해 3월보다 52퍼센트나 줄었다. 감소 폭이 19년 만에 가장 컸다.
국내 취업자 2700만 명 가운데 자영업자, 영세 사업장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등처럼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1200만 명은 실직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따라서 노동부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경제 위기로 자영업자나 특수고용 노동자 등이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는 더 많을 것이다.
게다가 정부도 인정하듯이 코로나19 확산과 경제 위기 심화에 따른 피해는 올해 2사분기부터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4월 15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세계 경제성장률은 -3퍼센트, 미국과 중국의 성장률도 -5.9퍼센트와 1.2퍼센트로 대폭 낮췄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도 2.2퍼센트에서 -1.2퍼센트로 하향했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1980년(-1.6퍼센트)과 외환 위기 때인 1998년(-5.1퍼센트) 두 차례뿐이다. 세계 금융 위기 때인 2009년에도 한국 경제는 0.8퍼센트 성장해 마이너스로 추락하지는 않았다.
1998년과 2009년에 일자리 수십만 개가 사라졌던 것을 보면, 앞으로 대규모 실업이 발생할 공산이 큰 것이다. 이미 항공업, 관광업, 숙박업, 제조업 등에서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고용유지지원금
이처럼 고용 위기 상황이 계속 심각해지자, 문재인 정부는 고용을 유지하려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예컨대, 해고하지 않고 휴업수당을 지급하는 기업에게 휴업수당의 최대 90퍼센트를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지원하는 방안 등을 내놓았다. 4월 21일 열리는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는 고용유지 대책을 추가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최근까지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기업 지원 예산은 160조 원이나 되지만, 일자리 보호 대책으로 증액된 예산은 고작 1조 6000억 원밖에 안 된다. 긴급재난지원금도 소득 하위 70퍼센트 가구에 7조 6000억 원 정도만 지급하는 계획을 고집하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 1인당 100만 원씩 52조 원을 지급하라는 노동운동의 요구는 무시하면서 말이다.
게다가 기업 지원은 대폭, 신속하게 하는 것과 달리 일자리 유지를 위한 지원금은 구멍이 많고 효과가 제한적이다. 자영업자나 영세 사업장 노동자, 하청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처럼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노동자 1200만 명은 고용유지지원금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4월 13일까지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자 47만 명 중 지원금을 받은 사람은 2만~3만 명밖에 안 되고, 지원금도 총 200억 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말로는 ‘신속한 지원’을 얘기하지만, 지원 대상이 제한적이고, 지원 대상을 가려내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두산중공업을 지원하면서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것을 보더라도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보호가 아니라 ‘기업 살리기’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실업 방지를 위해 노동자 지원을 강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고용유지지원금을 대폭 확대해 고용보험 미가입자들도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긴급실업수당’ 제도를 시행해 모든 실직자·휴직자를 보호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한편, 민주노총은 “기업 지원과 ‘해고 금지’ 연계”도 강조해서 요구하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은 해고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미국 정부의 사례를 검토하면서 이와 비슷한 대책을 고려하고 있다.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기업이 노동자를 해고하지 않고 고용을 유지해야만 대출 원금이나 이자 상환을 면제받는 일명 ‘일자리지킴대출’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민주노총이 “기업 지원과 ‘해고 금지’ 연계”를 요구하는 것은 막대한 지원을 받고도 노동자를 해고하는 기업들을 규제하라는 좋은 취지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 요구는 고용 유지가 기업주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약점이 있다. 예컨대, 쌍용차처럼 대주주가 사업을 아예 포기하려고 하거나, 고용주가 자신이 내놓아야 하는 휴업수당 지급분도 부담된다고 하면서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자리를 지키려면 더 강력한 해고 규제가 필요하다. 또 파산하는 기업은 국유화를 해 국가가 일자리를 지키라고 요구해야 한다. 경제 위기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정부와 기업주에 맞서, 모든 해고 중단을 위해 노동자들의 투쟁이 강화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