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 핵발전 활성화하자는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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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1위 대선주자 윤석열이 지난주 연일 탈핵 정책을 비판했다.
7월 5일에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을 비판해 온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만났고, 그 이튿날에는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전공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었다.
이 만남들에서 윤석열은 핵발전이 “[‘판도라’ 같은] 영화처럼 위험천만한 것이 아니”며, 에너지 효율성과 산업 경쟁력을 키우려면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을 폐기하고 핵발전소 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침 올해는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벌어진 지 10년, 소련(우크라이나)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지 35년이 되는 해다. 참사의 비극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걸 모두가 목도하고 있다. 오늘날 탈핵을 반대하는 것은 거짓에 기초할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거짓은 문재인 정부의 어떤 점을 비판하느냐 하는 문제다. 문재인의 ‘탈핵’은 그저 무책임한 말잔치였을 뿐이다. 폐쇄된 핵발전소는 기껏 월성 1호기 하나였고 새로 짓는 게 더 많았다. 정부는 핵발전소 수출 사업도 적극 지원·추진했다.
그러므로 탈핵이 문제라며 문재인을 비판하는 것도 엉터리 비판에 불과하다. 민주당을 좌익 정부라고 비난하는 헛소리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위선적인 탈핵 약속 배신은 개혁을 바랐던 대중에게 실망과 혼란을 안겨 준 한편, 우파에게는 자신감을 줬다. 우파들이 탈핵을 반대하며 정부를 비판해도 정부·여당이 제대로 반발하거나 반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윤석열이 대선에 출마하자마자 탈핵 정책을 정부 비판의 주요 소재로 삼은 것은 이런 점을 계산해서일 것이다.
특히 우파는 문재인 정부가 월성 1호기를 폐쇄하려고 경제성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크게 부각했다. 관련 문서 조작 사건은 감사원의 적발로 윤석열 검찰이 수사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월성 핵발전 관련 경제성 조작 의혹은 문재인 정부의 약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일을 해야 했던 것은 경제성 아니면 우파와 자본가들에게 월성 폐쇄를 설득할 명분이 없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월성 건을 처음 제기한 감사원장 최재형은 국민의힘 후보로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윤석열도 최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이 건에 대한 수사를 지휘한 것이 청와대와 갈등 끝에 완전 결별로 간 결정적 계기였다고 밝혔다.
감사원 등이 월성 건을 문제삼는 행위가 처음부터 우파의 핵개발 염원에 조응하고 있다는 본지 지적이 옳았던 이유다. 문재인 관료들의 어설픈 탈법 행위는 우파에게 명분이 됐을 뿐이다.
거짓 신화
핵발전이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라는 주장은 각국 지배자들의 퍼트리는 거짓 신화일 뿐이다.
핵분열을 원리로 하는 핵발전소는 ‘꺼지지 않는 불’을 안고 있어서 냉각 장치 등에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초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수십만 년간 방사능을 띠는 핵발전 폐기물도 관리해야 한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보여 줬듯이, 아무리 선진국이라도 기계적 오류, 인간의 실수, 자연 환경의 영향 등 작은 요소가 순식간에 끔찍한 재난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없애지 못한다. 결국 현실에서 핵발전은 비용은 비용대로 드는데 안전하지도 않은 비효율적인 에너지다.
각국 지배자들은 어마어마한 돈을 핵 산업 지원에 퍼부으면서, 친환경 재생 에너지에 투입해야 할 재원을 낭비하고 있다.
지배자들이 비싸고 위험한 핵발전에 뛰어드는 진정한 목적은 핵무기(기술) 보유에 있다. 핵무기 개발을 대놓고 정당화할 수 없으니 “핵의 평화적 사용”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핵에너지 개발을 포장하는 것이다.
역대 한국 정부들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의 반대 때문에 독자 핵무기 개발까지는 억제됐지만) 핵 기술과 기반 시설을 최대한 확보하려 애써 왔다. 핵발전소 수출이라는 돈벌이만 목표가 아니었던 것이다. 과거 민주당 정부들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현 정부의 ‘탈핵’ 약속이 처음부터 보잘것없었고 임기 말로 갈수록 시늉조차 사라져 버렸던 이유다.
핵발전을 반대하려면, 자본주의와 제국주의를 일관되게 반대해야 한다. 윤석열과 우파는 문재인 정부의 위선에서 득을 얻어 우파 결집용으로 이 쟁점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문재인은 그저 배신 프레임으로만 윤석열을 비난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