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처럼 자본가 이윤 늘리는 ‘누구나집’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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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들어 급등한 집값이 상승세를 멈추지 않는 가운데 정부와 여당이 ‘누구나집’ 정책을 내놨다.
누구나집은 민주당 대표 송영길이 주도하고,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무주택 서민을 위한 혁신적인 공급 방안”이라며 발표한 대책이다.
누구나집은 정부가 조성한 공공 택지를 민간 사업자에게 분양하고, 민간 사업자가 주택을 공급한다. 입주자는 집값의 10퍼센트를 보증금으로 미리 내고 10년간 월세로 거주하면 분양권을 얻을 수 있다.
이미 실행된 바 있는 ‘10년 임대 후 분양 전환 주택’이나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뉴스테이와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일부 언론들은 ‘집값의 10퍼센트 보증금’을 부각해서, “집값의 10퍼센트만 내고 10년 거주”하는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인 것처럼 포장하기도 했다.
정부와 여당도 누구나집의 월세를 주변 시세의 85~95퍼센트로 책정하기로 했다며, 저렴한 주택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집값의 10퍼센트를 보증금으로 내고, 나머지 집값은 월세로 내야 하기 때문에 결코 저렴하지 않다.
예컨대, 누구나집과 비슷한 사업인 서울 대림동 뉴스테이는 전용면적 26~38제곱미터의 소형 주택도 월세가 98만 원(보증금 7000만 원)이나 돼, 제때 입주자를 찾지 못하기도 했다. 즉, 누구나집에서 10년 동안 거주하려면 월세로만 최소 1억 원 넘게 써야 한다.
민간 건설업자에게 이윤을 보장해 줘야 하기 때문에 월세를 낮출 수 없는 것이다.
한편, 정부와 여당은 누구나집의 분양가 상한을 공모 시점의 시세에 매년 가격 상승률 1.5퍼센트를 적용해 결정하기로 한 것도 장점으로 내세운다. 즉, 10년 후에도 현재 시세의 20퍼센트 정도 상승(복리 1.5퍼센트)한 가격으로만 팔 테니 그 이상 집값이 오르면 주택 구입자가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 또한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셈이다. 이미 집값이 대폭 오른 상황에서 앞으로도 매년 1.5퍼센트 이상 오르지 않는다면 누구나집을 구입하는 게 오히려 손해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우파 언론들은 민간 사업자가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0년 후에 집값이 떨어져 거주자가 분양을 포기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민간 사업자에게 돌아간다며 말이다.
뉴스테이 사업을 시작할 때도 건설업계는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트린 바 있다. 그러나 뉴스테이 민간 투자자의 평균 수익률은 7.67퍼센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 시세와 큰 차이 없는 월세 수입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민간 사업자들은 공공 택지를 싸게 공급받기 때문에 현재 시세보다 조금 가격이 떨어져도 충분히 이윤을 확보할 수 있다.
국토부도 민간 사업자가 5퍼센트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누구나집 사업을 설계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누구나집 민간 사업자 공모를 시작하자 90여 업체가 참여 의향서를 냈다고 한다.
결국 누구나집은 민간 사업자들에게 각종 특혜를 줘 주택을 공급하게 하고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정책일 뿐, 서민 주거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오마이뉴스〉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LH와 인천도시공사도 공공 택지를 민간에 판매해 약 3000억 원가량의 이득을 챙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애써 조성한 공공 택지에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대거 건설하기는커녕 민간 사업자들을 배 불리는 대책을 또다시 내놓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주택을 시장의 수요 공급에 내맡기면서 거듭 부동산 투기와 집값 상승 문제를 발생시켰다.
누구나집 같은 민간 공급 확대 정책이 아니라 저렴한 영구 공공임대주택 증설을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