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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에 생계 위기를 겪는 노동자들

올해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3.6퍼센트 올랐다. 10년 만에 4개월 연속 3퍼센트대 상승한 것이다.

이런 수치도 노동자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부담을 제대로 보여 주지는 못한다. 실생활과 관련 있는 물가는 더 큰 폭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구입 빈도가 높은 품목을 대상으로 조사한 생활물가지수는 4개월 연속 4퍼센트가 넘게 올랐다. 채소, 고기 등 신선식품지수는 6퍼센트대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를 키우는 장미순 씨는 이렇게 말했다.

“식비가 엄청 올라서 다른 지출을 많이 줄여야 돼요. 채소값이 올라서 예전에는 김치도 직접 담가 먹고 했는데 그런 걸 많이 줄이게 되죠. 경제적으로 어려우니까 여성들이 일을 더 많이 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아이들에게 결국 값싼 패스트푸드를 더 많이 먹이게 돼요.

“우리 애 영어 학원비는 월 5만 원 정도 올랐어요. 공과금에 건강보험료도 오르니 삶이 너무 팍팍해요.”

편의점에서 일하는 오동환 씨도 오르는 물가를 체감하고 있다.

“200밀리리터 우유는 900원대에서 1000원으로 올랐고요, 소주는 1800원에서 곧 1950원으로 올라요. 한 달에 한 번씩 가격표를 교체하는데, 최근 몇 달간은 두 번, 세 번 인상되는 상품들이 있었어요. 야금야금 올리는 거죠.”

2월 21일 서울시 용산구의 한 주유소 ⓒ이미진

이번 물가 상승에는 유가 상승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1월 석유류 가격이 전년 대비 16퍼센트 넘게 올랐다. 특히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로 유가는 더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화물 운송 노동자, 택배 노동자 등은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울산 지역에서 트럭 운전을 하는 박점환 씨는 이렇게 말했다.

“경유가 1400원대에서 최근에 1500원대 중반으로 올랐어요. 기름값이 한 달에 한 300만 원 들었는데, 유가가 10퍼센트만 올라도 30만 원이 더 드는 거예요. 그런데 정부가 화물차 운전사들에게 지급하는 유가 보조금은 오히려 줄었어요.”

지난해 유류세가 인하되면서 이에 따라 유가 보조금은 줄었다. 유가가 치솟는 상황에서도 화물 노동자들은 유류세 인하의 혜택을 전혀 못 본 것이다.

“화물 운송으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운송 단가는 떨어졌고, 저만 해도 요즘 소득이 많이 줄었어요. 옛날에는 회사에서 장거리 운송을 주고 해서 한 달에 가져가는 돈이 300만 원대는 됐는데, 지금은 단거리 운송만 주고 있어서 버는 돈이 200만 원대밖에 안 돼요.”

경기도에서 트럭 운전을 하는 최혁열 씨는 자신들이 정부 지원에서도 배제돼 있다고 했다.

“최근에 정부가 자영업자들에게 지원금을 주는데, 저희는 영업 제한을 안 한다며 지원금도 안 줘요. 경기가 안 좋고 저희도 소득이 감소했는데 정부 지원에서는 배제돼 있어요.”

최근 물가가 상승하는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곳곳에서 공급 차질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팬데믹 초기에 위축된 수요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공급 차질이 심해졌다.

석유수출국기구 오펙이 공급을 충분히 늘리지 않고 고유가를 유지하는 이유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줄어든 이윤을 보상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이 오른 기업들은 상품 가격을 올려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이윤을 위해 평범한 사람들에게 비용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다.

임금 올리고 공공요금 인상 중단하라

노동자 등 서민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마땅히 생필품 가격 인상을 규제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 최근에 정부가 아이스크림 가격을 담합한 기업들에 과징금을 부과했다지만, 여전히 많은 상품의 가격이 오르는 데서 보듯 진정으로 필요한 조처는 시행하지 않고 있다.

유류세 인하 같은 정책도 강화돼야 한다.

오히려 정부는 앞장서서 공공요금을 인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건강보험료는 연평균 2.7퍼센트 올랐다. 인상률이 그 전 5년에 비해 두 배로 오른 것이다. 고용보험료율도 1.4퍼센트에서 1.8퍼센트로 임기 동안 두 차례나 올렸다.

이것도 모자라 올해 4월부터 전기와 도시가스 요금을 각각 10.6퍼센트, 16.2퍼센트 인상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은 억제하고 있다. 올해 공무원 임금은 1.4퍼센트 인상에 그쳤다. 물가 상승에 턱없이 모자라 공무원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삭감된 것이다.

최저임금도 고작 5퍼센트 올라,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상승률도 겨우 생활물가 인상 수준에 그친다.

은행 콜센터 노동자인 박한솔 씨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격일로 근무하는데 기본급이 지난해에 127만 원에서 올해 132만 원으로 5만 원밖에 안 올랐어요.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본급이 오르니까 사측이 수당을 깎는 식으로 해서 인상 폭을 줄였어요. 식비, 배달료, 채소값도 다 올랐는데 5만 원 인상으로는 임금 인상이라 할 수가 없어요.”

고용부가 지난해 12월 사업체노동력을 조사한 것을 보면, 실질임금 인상률은 지난해 10월부터 2개월 연속 0퍼센트대로 정체하고 있다. 공식 통계보다 체감 물가 상승률이 더 크다는 것을 감안하면 노동자 임금은 삭감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물가 상승으로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기초노령연금과 장애인연금은 올해 겨우 7500원 올랐다. 지난해 물가 인상률 2.5퍼센트를 반영했다고 하지만 현재의 물가 인상을 따라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실업급여는 2019년 이후 하루 최저 6만 120원, 최대 6만 6000원으로 동결된 상태다. 실업자들의 생활수준은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석유 가격 상승으로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등 정유사들은 지난해 7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수출 대기업들도 막대한 이익을 거둬 500대 대기업의 영업이익은 200조 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물가 인상으로 인한 고통이 노동자 등 서민층에 전가돼선 안 된다. 임금이 대폭 인상돼야 한다. 정부는 기업들의 생필품 가격 인상을 규제하고, 공공요금 인상은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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