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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전세 대출받다 “벼락 거지” 되는 세상

작은 승용차를 끌고 여느 때처럼 주유소에 갔다. 그런데 가격 간판에 처음 보는 숫자가 있었다. 휘발유 1리터에 2050원. 충격받은 상태로 5만 원어치를 넣었다. 나름 연료 효율이 좋은 차이지만 5만 원으로 가득 차던 연료통이 그날은 가득 찰 수 없었다.

슈퍼마켓으로 향한다. 아이에게 영양가 맞춰 뭐라도 해 먹이려면 고기, 야채, 달걀 골고루 사고 간식거리도 빼놓을 수 없지. 그런데 장바구니에 몇 개만 담아도 3만 원이 넘고 5만 원은 기본이다. 자꾸 물건을 들었다 놨다 한다. 이게 진짜 필요한 건가. 이건 줄여도 되겠지.

요즘 우리에게 와닿는 물가 이야기다. 그런데 내게 가장 큰 스트레스를 준 일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이어진 전셋집 구하기와 전세자금대출 받기였다. 몇 해 전까지 미국에서 사는 동안, 특히 코로나가 터진 뒤 어,어,어, 하는 사이 전셋값이 두 배 이상 올라 버렸다.

전셋집 보러 30군데 넘게 돌아다닌 것 같다. 이 집을 이 가격에 내놓는다고? 집주인 멱살을 잡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보다도 집값 상승을 방관하고 임대사업자 우대를 통해 집값 상승을 부추긴 민주당 정부가 더 미웠다. 사람들이 정권 교체를 왜 그토록 하고 싶어했는지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0월에는 전세대출이자가 2.4퍼센트라고 안내받았는데, 전세 계약을 하고 진짜 대출을 받을 1월 즈음에는 은행들의 금리 인상으로 결국 3.6퍼센트를 내야 했다. 이 차이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몇 억 원씩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한 달 생활비가 몇 십만 원씩 대출 이자로 더 빠져나가는 것이다. 대출 심사를 받는 데 준비해야 하는 서류는 15개 가까이 됐다.

이런 게 벼락거지인가. 유학 뒤 다시 취업하느라 사실상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임금이 크게 오르지 않았는데, 집값 상승과 물가 인상으로 갑자기 거지가 된 기분이다. 전기요금, 가스요금 오른다는 뉴스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또 얼마를 더 아껴야 하는 거지…

요즘 어른이 된다는 게, 가족을 이끌고 살아가는 게 왜 이렇게 힘들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내 몸 하나 챙기던 20대에는 삶이 더 단순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공과금 오르면 그것대로 불안하고, 혹시 파트너가 다니는 회사가 갑자기 망하지 않을까 불안하고, 기름값이 오르면 아, 이제 어디 가면 안 되겠다 생각한다. 정말 월급만 빼고 학원비, 식비, 아이가 크며 필요한 신발, 옷가지까지 어느 것 하나 오르지 않는 것이 없다.

나만 이런 상황에 놓인 것이 아닐 테다. 이미 부동산은 사회 문제, 아니 가정 문제까지 돼 버렸다. 왜 그때 그 집을 안 샀냐, 왜 그때 팔았냐 하며 싸운다는 부부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물가 상승으로 노동자들이 받는 고통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정부는 보조금을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물가를 낮춰야 한다. 또, 노동자들의 임금은 물가 상승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인상돼야 한다. 이 문제를 만든 장본인들이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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