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계속 오르는데도 전기·가스 요금까지 올린다는 정부
〈노동자 연대〉 구독
올해 1월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6퍼센트나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3.2퍼센트 상승으로 9년 8개월 만에 3퍼센트대로 올라선 뒤, 지난달까지 넉 달째 3퍼센트대 상승이다.
특히 1월 외식 물가는 1년 전보다 5.5퍼센트나 올라, 2009년 2월(5.6퍼센트) 이후 12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갈비탕, 김밥, 햄버거, 라면, 치킨 등이 6~10퍼센트 올라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게다가 ‘밥상 물가’로 불리는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가 2021년에 5.9퍼센트나 올라 서민의 삶은 정말 팍팍해졌다.
코로나19와 경기 침체에다가 이처럼 물가·전월세 상승 등으로 노동자·서민의 삶은 어려워지고 있는데, 정부는 공공서비스 요금까지 올리려고 한다.
대선이 끝난 4월부터 전기와 도시가스 요금을 각각 10.6퍼센트, 16.2퍼센트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정부는 국제 석유 가격 급등 때문에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석유 가격뿐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 유연탄 등 전기 생산에 들어가는 연료들도 가격이 대폭 상승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석유제품 가격 급등이 최근의 물가 상승을 이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20년 코로나19로 수요가 위축되면서 배럴당 20달러 수준까지 떨어진 유가는 최근 90달러를 넘어서 2014년 이후 7년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국제 유가는 조만간 100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이 나오고 있다.
또, 최근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국·서유럽과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갈등은 석유와 LNG 가격이 치솟게 만드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다. 석유 가격 인상으로 국제적으로 곡물·사료 가격도 올라 식료품 가격도 치솟고 있다.
정부는 대선을 앞두고 민심이 나빠지자 유류세를 인하하기도 했지만 유류세 인하 효과는 100여 일 만에 사라졌다. 국제 유가가 계속 오르고 있어 휘발유 가격은 조만간 유류세 감면 전과 같은 리터당 1800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석유 가격 상승으로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등 정유사들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7조 원을 넘으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전기·가스·수도 같은 공공서비스 요금을 연료비에 연동해 변경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이런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들과 석유·우유·밀가루 같은 생필품들은 정부가 지원해 노동자·서민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게 마땅하다.
한편, 좌파 일각에서도 기후를 위해서 전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여긴다. 최근 기후위기 경기·서울·인천·충남 비상행동은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전기 요금 인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전기 요금 인상은 노동자·서민의 전기 사용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부담을 키울 뿐이다. 가난한 사람일수록 그 부담은 커진다. 탈탄소 전환을 위한 부담은 노동자·서민이 아니라 탄소 배출로 큰 이익을 거둬 온 기업들이 책임져야 한다.
공공서비스 요금을 포함한 물가 인상에 맞서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임금이 인상돼야 한다. 지난해 노조가 있는 노동자들의 임금(협약임금인상률)은 3.9퍼센트 인상돼 물가상승률을 겨우 따라잡는 수준이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4퍼센트가량)을 고려하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오히려 후퇴한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1.5퍼센트에 그쳐 특히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열악해졌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임금보다 임금에 붙는 세금이 더 올랐다. 지난해까지 5년 동안 한국의 노동자 임금은 17.6퍼센트(310만 6000원에서 365만 4000원으로) 오른 데 비해, 근로소득세·사회보험료처럼 임금에 붙는 세금은 39.4퍼센트(36만 4000원에서 50만 7000원으로)나 올랐다.
‘착한 적자’를 감수하며 더 많은 투자와 보조금 지급으로 공공서비스와 생필품 가격을 낮추라고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또, 임금을 물가 이상으로 올리라고 요구하며 싸워야 우리의 삶이 후퇴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전기 요금 인상이 탈원전 때문이라고?
국민의힘 윤석열은 전기 요금 인상이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며 정부를 비난하고, 4월로 예정된 전기 요금 인상을 백지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비난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 들어 2018년부터 핵발전은 증가해 왔다. 전체 발전량 중 핵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23퍼센트에서, 2019년 25퍼센트, 2020년에는 28퍼센트까지 늘어났다. 고리1호기, 월성1호기는 폐쇄됐지만, 그보다 용량이 큰 신고리3·4호기가 가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배신 중 하나가 바로 탈원전 포기이다.
그동안 시장을 찬양하고 온갖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윤석열이 전기·가스 요금 인상에 진지하게 반대할 리 만무하다. 윤석열은 전기 요금 인상을 득표에 유리하게 이용하려고 우파 포퓰리즘적 ‘립서비스’나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