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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상승·물가상승·금리상승 속 계급 불평등 커지는 한국 경제

최근 원·달러 환율이 1260원대까지 급등하며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2020년 상반기 코로나19로 경기가 급격히 수축했을 때나, 2016년 초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며 신흥국 위기 우려가 커지던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급격한 환율 인상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노동자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환율이 이처럼 오른 것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5월 3~4일 회의에서 금리를 0.5퍼센트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은 물가 인상에 대응한다며 금리를 대폭 인상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신흥국에 투자됐던 돈들이 회수되면서 여러 국가의 통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이제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하지만, 외환 시장에서는 여전히 신흥국과 비슷한 현상을 겪는다. 즉, 세계경제가 불안정해질 때마다 환율이 큰 폭으로 변동하는 일이 반복돼 왔다.

막대한 이윤을 버는 기업들

고환율 속에서 수출 대기업들은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 올해 1분기 상장 기업들 중 70퍼센트가 예상을 뛰어넘는 높은 수익을 거뒀다. 지난해에 500대 대기업들의 영업이익이 248조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뒤에도 호실적을 이어 가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액이 77조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14조 1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퍼센트 넘게 증가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SK하이닉스도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으로 올랐다.

현대자동차도 1분기 영업이익이 16.4퍼센트 늘었고, 기아자동차는 영업이익이 49.2퍼센트 상승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자동차 반도체 공급 차질 속에서도 수익성이 높은 차들을 중심으로 판매해 높은 실적을 거둔 것이다.

치솟는 물가: 임금 인상 투쟁이 중요하다. 5월 1일 세계 노동절 건설노조 사전 집회 ⓒ양효영

최근 원자재 가격도 상승했지만 기업들은 상품 가격을 인상해 큰 이윤을 얻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올해 1분기 식품 부문 영업이익은 50퍼센트 넘게 올랐고, 하이트진로도 8퍼센트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편의점 CU의 운영사인 BGF리테일은 1분기 영업이익이 17퍼센트 늘었고, GS리테일도 편의점 부문에서는 영업이익이 20퍼센트나 늘었다.

햇반, 밀가루 등 식료품과 소주 등의 가격을 인상하며 노동자·서민에게 고통을 전가하더니 자기 배는 불린 것이다.

금리 인상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짓누르지만, 예금 이자와 대출 이자 사이의 격차가 커지며 은행들의 이윤도 늘어났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은 올해 1분기 수익이 4조 원을 넘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했다.

먹구름

그럼에도 향후 경기 전망은 어둡다.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1.4퍼센트를 기록한 것은 경제 회복세가 예상에 못 미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코로나19 확산 속에 여러 도시들을 봉쇄한 중국에서는 심각한 생산 차질이 벌어지고 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서방의 경제 제재로 석유·가스·곡물·원자재 등의 공급 차질도 계속되며 물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이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촉발하거나 잔뜩 부풀어 있는 부채 뇌관을 터트려 새로운 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불안감도 상당하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막대한 돈을 쌓아 두고도 투자는 꺼리고 있다. 지난해 기업들의 현금 자산은 885조 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지난 한 해 동안만 추가로 125조 원(GDP 7퍼센트)을 현금으로 쌓았다.

반면 올해 1분기 설비투자지수는 1.6퍼센트 하락했다. 설비투자지수가 하락한 것은 2019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이런 불안정성 때문에 기업들은 수익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 그래서 곧 취임할 윤석열 정부에게 규제 완화와 임금 억제 정책을 도입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에 호응해, 윤석열은 직무급제 도입과 최저임금제 개악으로 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선택근로제 확대로 노동유연화를 강화하고,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기업들에게 퍼주느라 늘어난 재정 적자를 줄이겠다며 공공부문 노동자들도 공격하려고 한다. 전기 요금을 끌어올릴 전력 민영화 계획도 발표했다. 연금 개악도 준비하고 있다.

물론 과거 박근혜 정부는 이런 개악을 무자비하게 밀어붙이려다가 정치 위기를 겪고 결국 탄핵을 당했다. 박근혜 퇴진 이후 노동자들의 조직은 성장했고, 사기도 꺾이지 않은 상황이다. 전국적으로 8만 명이 모인 올해 노동절 집회가 이를 보여 줬다.

또, 물가는 치솟는데 여러 기업의 이윤은 증가한 상황에서 임금을 인상하라는 노동자들의 움직임도 커질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임금 9퍼센트 인상에 합의했다. 물론 삼성전자의 막대한 이윤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액수이고 노동자들의 인상 요구에도 못 미치지만, 그래도 지난 수년간보다는 높은 편이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임금 인상 파업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은 노동자들 내의 격차를 키울 뿐이라며 부정적으로 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임금 인상률을 높이면 다른 부분의 노동자들에게도 싸울 자신감을 줄 수 있다. 전체 계급 투쟁을 전진시키려는 관점으로 사태를 보며 투쟁과 연대를 확대·강화하려는 정치가 중요하다.

노동자들의 조직력이 건재한 상황에서 윤석열은 간교한 이간질을 통해 노동자들을 분열시켜서 개악을 밀어붙이려 할 것이다.

가령 윤석열은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지급을 추진해, 저임금 노동자들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나은 부분과 더 열악한 부분을 이간질하려 한다. 연금 개악도 공무원 등 상대적으로 나은 부분을 먼저 공격해 이간질을 시도하면서 전반적인 개악을 노릴 것이다.

이런 이간질에 맞서 노동계급의 단결과 연대 투쟁을 성장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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