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차등 적용 말고 대폭 인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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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가 시작됐다.
물가 급등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사용자들은 최저임금 억제에 혈안이다.
사용자들은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임금 하락을 압박하려는 것이다. 지역별, 업종별 차등 적용을 지지한 윤석열이 당선한 후 이런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경총 등 사용자 단체들, 친기업 언론들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할 수 없는 영세 기업들을 생각해 줘야 한다며 차등 적용을 정당화한다. 지난해에 최저임금도 지급받지 못한 노동자가 15퍼센트나 된다며 말이다.
그런데 노동자 생계의 최저선도 못 맞춰 주는 사용자가 많다고 최저선을 낮추자는 건 적반하장이다.
현재의 최저임금으로는 노동자들이 생계를 꾸려 나가기 어렵다. 지난해 11월 최저임금위원회가 분석한 ‘비혼 단신 노동자 1인 생계비’는 208만 원 수준이었다. 혼자 사는 노동자는 주거비, 식비, 공공요금, 의료비, 저축 등으로 한 달에 적어도 208만 원을 지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2021년 최저임금은 월 182만 원으로 여기에도 한참 미치지 못했다.
올해 들어 물가가 더욱 급등한데다 금리까지 인상돼 월급이 들어오는 족족 빚 갚는 데 허덕이는 노동자들이 더 많아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유가와 원자재 가격 인상이 진정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최저임금은 대폭 인상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질 임금이 하락할 것이다.
윤석열 측은 문재인 정부하에서 최저임금이 급등해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역효과가 났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박근혜 정부 시절보다 낮았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법을 개악해 산입 범위를 확대했으므로 실제 인상 효과는 더 낮았을 것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 시도에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 1차 회의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서, 업종별 차등 적용 조항을 아예 최저임금법에서 삭제하고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라고 요구했다. 마땅한 요구다.
그간 민주노총 지도자들은 미조직, 비정규직, 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을 대표해 최저임금 문제에 앞장서겠다고 해 왔다. 그런데 이런 좋은 취지에 걸맞은 만만치 않은 투쟁은 제대로 조직되지 않았다.
이런 약점은 사용자들이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라는 칼로 치고 들어오는 데 효과적으로 맞서기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경총이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등을 강조하는 것도 맥락이 있어 보인다. 민주노총의 주력 부대들과는 관계가 없는 부문들을 먼저 공격해 들어가서 전체적인 임금 하락 압박을 가하려는 것이다.
한편,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위한 투쟁을 강력히 건설하기보다는 수년 동안 최저임금 문제에서 중소영세 자영업자와의 연대를 강조했다.(‘을들의 연대’)
물론 여기에는 대기업들의 악선동과 이간질을 반박하고자 하는 취지가 있다. 중소영세 자영업자의 고통이 최저임금 때문이 아니라, 지원에 인색한 정부, 부담 떠넘기기와 갑질을 하는 대기업에 있다는 지적은 옳다.
그런데 중소영세 자영업자(중간계급) 중 일부를 노동계급 쪽으로 끌어당기려면,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계급적 힘을 발휘해 사용자와 정부에 맞설 수 있는 능력을 보여 줘야 한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물가 앙등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임금을 올려 자기 삶을 지키는 투쟁에 나서야 한다. 이런 기층의 저항이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막고 대폭 인상을 이룰 핵심 동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