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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핵·화력 발전 늘리고 재생에너지 줄이고:
기후보다 기업 이윤이 우선

윤석열은 대선 후보 시절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가, 집권 이후 준수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후보 시절과 달리 집권 이후에는 외교 문제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특히 미국 바이든 정부가 기후 변화 대응을 주요 외교 의제로 제시한 마당에 말이다.

윤석열 정부는 NDC 이행 방안 시행을 한 해 미루고, 2023년 3월까지 수정해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확정된 다른 정부 정책들을 보면 수정된 이행 방안도 지키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NDC는 2015년에 체결된 유엔 기후변화협약(파리협약)에 따른 조처로 2030년까지 각국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하고 이를 지키도록 한 제도다. 협약에 따르면 각국 정부는 기존에 제출한 목표를 높일 수만 있고 낮추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2021년에 이 목표를 40퍼센트로 높여 제출했다. 이에 대해 기업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산업계에 부과된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기업주들이 상당한 비용을 치뤄야 하기 때문이다. 값싼 석탄 대신 가스나 전기로 에너지원을 바꿔야 하고, 각종 배출 저감 장치를 설치하고 소재도 바꿔야 한다. 윤석열이 후보 시절 의기양양하게 목표를 폐기하겠다고 선언한 이유다.

실제로 일부 대기업조차 이런 조치에 부담을 크게 느낄 수 있다. 하물며 훨씬 많은 중소기업은 더욱 그럴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이를 시행하려면 강력한 규제와 막대한 재정 투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필요한 예산과 그것을 조달할 계획은 하나도 제시되지 않았다. 안 돼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사실상 제스처였던 셈이다. 파리 협약은 각국 정부에 의무를 부과했지만 이를 강제할 수단이나 벌칙 같은 것은 없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의 NDC도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과학자들이 필요하다고 제시한 목표에는 한참 못 미친다.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근거 자료를 제공해 온 과학자들은 인류가 기후 재앙을 피하려면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렇게 하려면 앞으로 몇 년 안에 온실가스 배출을 완전히 중단해야 한다. 40퍼센트 감축이 아니라 말이다.

전 세계적으로 그래야 하므로 그동안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해 왔고 지금도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선진국들은 더 빨리 줄여야 한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세계 7~8위를 차지하고, 배출 증가 속도에서는 단연 세계 1위다.

그린 택소노미

그러나 최근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보면 이 정부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려 한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6년까지의 전력 생산 계획을 담은 것이다.

먼저 줄곧 예고해 온 대로 핵발전 확대 계획이 담겼다. 곧 수명이 만료되는 핵발전소 10기의 수명을 연장해 계속 가동하는 한편, 현재 진행 중인 6기의 핵발전소 건설을 완료해 총 30기의 핵발전소를 운영하겠다고 한다. 석탄발전소를 줄이고 핵발전소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핵발전소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며 핵발전 확대 정책을 온실가스 감축 방안으로 내세운다.

핵발전은 기후 위기 대안이 될 수 없다 핵발전소 앞에서 연설하는 윤석열 ⓒ출처 국민의힘

그러나 핵발전소를 짓고 그 원료인 우라늄을 채굴, 운반, 농축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화력발전에 비해 배출량이 적지만, 재생에너지에 비하면 많다.

무엇보다 핵발전소는 한 번 사고가 나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는다는 점에서 기후 위기의 대책이라 할 수 없다. 지난 40년 사이에만 초대형 핵발전소 사고가 두 건이나 일어났다.(체르노빌, 후쿠시마)

게다가 윤석열 정부는 현재 41.2기가와트인 천연가스 발전 설비를 2030년까지 57.8기가와트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2036년에는 그보다 더 늘어 전체 발전 설비의 44.4퍼센트나 차지할 전망이다. 천연가스도 석탄에 비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지만 재생에너지에 비하면 엄청나다.(1기가와트시 당 499톤).

반면, 재생에너지 비중은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예산에서도 재생에너지 지원 예산을 3161억 원 삭감했다. 최근에는 전임 정부 시절 재생에너지 사업 비리를 캐내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설사 그 규모가 작을지라도 실제 비리가 있었을 가능성은 없지 않다. 조국 사건에서 보듯 말만 번드르르하고 실제로는 기존 통치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행태를 보여 온 게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윤석열이 재생에너지를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인 것처럼 왜곡하는 이유는 화력발전과 핵발전을 유지·확대하는 게 기업주들에게 득이 되기 때문이다. 기존의 설비를 거의 그대로 이용할 수 있어 추가 비용을 아낄 수 있고,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수많은 기업주의 이윤에 끼칠 타격도 최소화할 수 있다. 그 대가, 즉 기후 재난의 심화로 인한 피해는 전 세계의 평범한 사람들이 지게 될 것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물론이고 기후 변화 대응에 앞장서는 양 하던 유럽 정부들조차 핵과 화석연료 사용을 확대하는 상황이 윤석열에게 자신감을 주고 있다. 유럽의회는 얼마 전 핵발전과 천연가스를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분류하는 그린 택소노미(녹색 분류체계)를 확정했다. 윤석열 정부는 핵발전 확대를 비판하는 언론을 향해 ‘세계적 추세는 핵발전 확대’라는 반론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윤석열의 핵발전 화력발전 확대 정책은 좌절돼야 한다. 그러나 기후 위기를 멈추려면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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