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핵·화력 발전 늘리며 온실가스 줄인다는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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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8월 30일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이 안은 2036년까지의 전력 생산 계획의 밑그림을 제시한 것으로 향후 관계 부처 논의를 거쳐 정부 계획으로 확정된다.
윤석열 정부가 줄곧 예고해 온 대로 핵발전 확대 계획이 담겼다. 계획안에 따르면 정부는 향후 수명이 만료되는 핵발전소 10기의 수명을 연장해 계속 가동하는 한편, 현재 진행 중인 6기의 핵발전소 건설을 완료해 총 30기의 핵발전소를 운영하겠다고 한다.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화석연료 발전설비도 대폭 늘린다.
현재 41.2기가와트인 천연가스 발전 설비를 2030년까지 57.8기가와트로 대폭 늘린다. 2036년에는 그보다 더 늘어 전체 발전 설비의 44.4퍼센트나 차지할 전망이다. 현재 37.7기가와트인 석탄 발전 설비를 2030년까지 31.7기가와트로 줄인다는 계획이지만 2024년까지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천연가스 발전은 석탄 발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지만 전기 1기가와트시를 생산할 때마다 약 499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석탄 발전의 56퍼센트). 따라서 정부 계획대로라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반면에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비해 대폭 하향 조정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탄소중립’을 한다는 걸까?
정부는 발표 자료에서 천연가스 발전의 가동률을 낮게 계산하는 꼼수를 써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들 것처럼 눈속임을 했다. 그러나 발전 설비를 40퍼센트나 증설하고서 실제 발전량을 지금보다 줄인다는 전망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실제로는 정부 자신도 천연가스 발전 비중이 크게 늘어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핵발전소를 새로 짓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에다, 기존의 노후 핵발전소가 시종일관 최대 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반도체 산업 등 한국의 핵심 수출품 생산에 필요한 전력 기반과 장차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전력 수요가 늘어날 것도 고려했을 것이다.
결국 윤석열이 대선 당시 말한 대로 핵발전과 화석연료 사용을 계속 늘린다는 게 이 정부의 실제 계획으로 보인다. 윤석열은 취임 이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지키겠다고 했는데, 이는 유엔 기후변화협약을 대놓고 무시할 경우 생길 외교적 문제, 특히 미국 바이든 정부(트럼프가 탈퇴한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했다)와의 관계를 고려한 것일 뿐 실제로는 이를 어길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사실 기후변화협약 자체에는 아무런 구속력이 없으므로 약속을 어기더라도 직접적인 피해를 피할 수 있다.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세 등이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정작 유럽연합은 핵발전과 천연가스를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분류하는 그린 택소노미(녹색 분류체계)를 확정했으므로 빠져나갈 여지도 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화석연료 투자와 석탄발전소 가동을 늘리고 있다. 조금이나마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겠다던 ‘국제적’ 약속조차 휴지 조각이 되고 있다.
이윤 체제와 제국주의 경쟁이 계속되는 한 기후 위기 해결은 점점 더 요원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