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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4 기후정의행진:
기후정의 운동이 보수 정부에 맞설 디딤돌을 놓다

2만 명이 넘게 참가한 9.24 기후정의행진은 사람들이 기후 위기에 절박감을 느끼고 있을 뿐 아니라 대중 행동에도 나설 수 있음을 보여 줬다. 일차적으로는 대중의 실제 기후 재난 경험이 누적된 결과일 것이다.

올 여름 폭우와 태풍 힌남노뿐 아니라 지난 몇 해 동안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반복된 대형 산불과 기상 이변들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고 있다.

2020년에 시작된 팬데믹과 반복되는 재해 참사는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평범한 사람들이 어떤 일을 겪게 될지 잘 보여 줬다. 재난의 피해는 취약 계층에 집중됐고, 정부는 기업 이윤을 지키려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팽개쳤다.

9.24 집회에서 연설한 문애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이렇게 분노했다.

“3년 전에 코로나가 일어났을 때 국가가 한 행동은 장애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감옥과 수용시설과 병원 같은 데서 코호트 격리를 발동시켜 방치하는 것이었습니다.

“8월에도 엄청난 홍수 속에서 발달 장애 당사자와 그 가족들은 빠져나가지 못하고 처참하게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행진하는 집회 참가자들 급진적 구호들이 많은 청년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미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더 악화된 경제 상황과 생계비 위기는 취약 계층뿐 아니라 평범한 청년·노동자들의 삶도 나락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얼마 전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의 투쟁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것은 그들의 투쟁이 광범한 사람들의 처지와 불만을 대변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9.24 기후정의행진에서도 그 비슷한 정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집회의 대표 구호인 “이대로 살 수 없다”는 바로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구호를 차용한 것이었다.

많은 참가자들이 기후 위기 피해 당사자들의 연단 발언에 귀를 기울이고 큰 박수로 호응했다.

기후 위기의 피해자이자 정부의 기후 대응 정책의 희생자이기도 한 석탄발전소 노동자의 발언도 공감을 얻었다.

“석탄발전소가 기후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된 뒤 … 그 안에서 일하는 당사자인 석탄화력 발전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고] … 대책 하나 없이 폐쇄하려는 정부가 이제 와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해도 이미 정의와는 거리가 멀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기후 대책은 기후 위기에 관한 사람들의 우려를 오히려 키웠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기후 위기 따위는 정부의 우선순위에 있지 않다는 태도를 초지일관 유지했다.

외교 문제가 될까 봐 전임 정부가 유엔에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그 계획의 구체적인 실행은 멀찌감치 미뤄뒀다.

위험천만한 핵발전소 건설을 재개하고 노후한 핵발전소 10기의 수명을 연장하겠다고 했다. 삼척에 새로 짓고 있는 초대형 석탄발전소는 마저 완공해 수명이 다할 때까지 가동할 계획이다.

화석연료인 천연가스 발전소를 대폭 늘리는 계획도 발표했다. 반면, 재생에너지에 관해서는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 주려 애쓰고 있다.

기후 재난의 시대에 사람들의 삶을 보호하기는커녕 기업 이윤을 위해 긴축과 민영화를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에 맞서야 한다는 정서가 폭넓게 있다.

이 점에서 이날 처음으로 노동자 수천 명이 기후정의 집회에 참가한 것은 의의가 있었다. 특히, 기후 위기의 피해를 온몸으로 견디고 있는 건설 노동자들이 많았다.

기후 위기의 주된 피해자이자 윤석열 정부에 맞설 힘을 가진 사회 세력이 이 운동에 함께하는 것은 기후정의 운동이 중요한 참가자를 새로 구할 가능성을 보여 줬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기후 재난과 불평등, 양극화에 맞서 싸우겠다고 해 많은 청년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이날 집회에는 윤석열 정부에 맞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지키고자 하는 여러 사회운동들도 함께했다.

임신중지권 운동, 성소수자운동, 교육운동, 빈민운동, 복지운동, 평화운동 단체들이 부스를 차리고 기후 위기 대응과 각자의 고유한 요구와 대안을 제시하는 유인물을 반포했다.

정의당, 진보당, 녹색당 등의 당원들이 많이 참가했고, 이집트인 난민 신청자들도 COP27(2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보이콧을 주장하며 참가했다.

눈에 띄는 것은, 이러저러한 기후·환경 커뮤니티에 속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청소년·청년들이 많이 참가했다는 점이다.

‘체제 변화’라는 급진적 구호에 지지를 나타내는 청년들도 적지 않았다. ‘기후 변화가 아니라 체제 변화’라는 구호는 2019년 전 세계에서 분출한 급진적 기후 운동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구호의 하나다.

김지은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대규모 자연 파괴와 생태 학살의 원인이 자본주의에 있다 ... 문제의 근원인 자본주의 체제를 철폐하는 혁명이 필요하다” 하고 발언했는데, 꽤 많은 청년들이 박수를 보냈다.

9.24 집회는 기후 운동이 큰 힘을 발휘할 잠재력이 있음을 보여 줬다. 동시에 이 운동은 윤석열 정부에 맞서고자 하는 다른 사회운동들에도 자신감을 주고 돌파와 전진을 위한 디딤돌을 제공했다.

본지는 이 운동의 전진을 반기며 기후정의 운동이 더 급진적이면서도 좌파적인 대중 운동으로 발전하는 데 일조를 하려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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