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퇴진 시위:
정부에 대한 커다란 반감을 보여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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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2일(토) 서울에서 대규모 윤석열 퇴진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 수만여 명이 서울시청 앞부터 남대문까지 세종대로를 가득 메웠다.
길 건너 맞은편에서 몇 시간 먼저 시작한 전광훈(의 자유통일당) 주도의 윤석열 지지 우파 집회보다 규모가 더 컸다. 우익 집회의 핵심 구호는 이재명 구속이었다.
경제·안보 위기가 심각해지고 이것이 노동자 등 서민층의 생계비 위기로 전이되면서 정치적 양극화가 첨예해지고 있고, 그것의 표현이 (좌파에게는 속이 쓰리지만) 국민의힘 대 민주당의 정면 충돌이다. 공식 정치권에서의 양당 충돌이 거리로도 번지는 양상이다.
이 집회를 주최한 촛불승리전환행동은 친이재명-반윤석열 성향의 사회운동가들이 주도하고 있는 연합 단체다. 취임한 지 반년 된 정권을 상대로 퇴진 구호를 내걸었는데도, 22일 집회가 대규모로 치러진 배경에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반감이 커진 게 있을 것이다. 직접적으로는 윤석열 정부의 대선 자금 수사가 이재명을 정조준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즉, 윤석열이 낮은 지지율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법치를 앞세워 권위주의적 방식으로 정적을 제거하고 정부 비판 목소리를 억누르려 한다는 반발감이 22일 촛불 집회 규모를 예상보다 훨씬 더 키운 듯하다.
정치적 맥락
윤석열 퇴진 집회 주최 측의 지도부는 3년 전 조국 수호 촛불 집회와 어느 정도 겹친다. 그럼에도 두 집회의 맥락이 다르다는 점을 봐야 한다.
3년 전 조국 전 법무장관은 정권의 핵심 인사였다. 계급적 특권과 특혜 문제에 대한 조 전 장관의 위선과 거짓말이 문제가 됐고, 당시 보통 사람들은 문재인 정부의 조 전 장관 비호와 개혁 염원 배신에 실망하고 분노했다. 당시 조국 수호 집회는 그런 문재인 정부를 방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은 야당이 됐다. 그리고 윤석열 퇴진 집회는 윤석열 정부의 우경적 공세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열렸다. 최근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도로 자유한국당”[강경 우파]이 되고 있다며 비판했다. 물론 이 세력이 본질에서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최근 윤석열의 우경화가 두드러짐을 지적하는 보도였다.
윤석열 퇴진 집회 참가자들은 윤석열의 우파적 정책들을 비판했다. 22일 집회에는, 우파 집회는 물론이고 3년 전 서초동 촛불 집회와도 달리, 20대 청년이 많았고 특히 직장인처럼 보이는 30~40대가 많았다.
윤석열 정부는 대선 자금 수사만이 아니라 색깔론 공격도 펼치는데, 대통령 자신이 전임 정부와 제1야당을 “종북 주사파”로 몰아세웠다. 이것은 단지 민주당뿐만 아니라 결국 좌파와 노동운동도 겨냥하는 것이다. 밀정 출신의 경찰국장 김순호 같은 자들이 그런 탄압에 앞장설 것이다.
따라서 22일의 맞불 집회와 대선 자금 수사 공방을 단지 부르주아 정치 세력 간의 더러운 아귀다툼이라는 식으로만 보는 것은 변화하는 정치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전략과 전술
또 전략과 전술의 구별이라는 관점에서 이 사안을 봐야 한다. 노동자연대는 노동운동과 좌파가 자유주의 부르주아 진영과 동맹해서 국가권력을 잡으려는 민중전선 전략에 일관되게 반대하지만, 전술적으로 신축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가령 민중전선 소속 좌파 또는 개혁파 후보들이 선거에서 우파와 맞붙는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전자에 투표할 수 있다고 본다.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도 프랑스 공산당의 민중전선 전략을 비판했지만, 선거에선 그 당에 투표할 것을 제안했었다.
또 노동자연대는 노무현 정부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2004년 우파의 탄핵에는 반대해 탄핵 반대 시위에도 참가했었다.
마치 1917년 볼셰비키가 임시정부에 반대했지만, 코르닐로프 장군의 쿠데타가 일어나자 임시정부를 군사적으로 방어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에 반발하기야 하겠지만 일관되게 싸우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국정감사를 거부한다더니 슬쩍 국회로 복귀했고 23일 검찰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막지 않았다.
한편, 윤석열 퇴진 촛불 집회 주도자들은 김건희 특검과 윤석열 퇴진으로 운동의 요구를 제한해서 생계비 위기 등에 대한 대중의 광범한 분노를 충분히 담아내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확장성의 한계는 집회 주도자들이 민주대연합 노선을 지지하는 데서 비롯했을 것이다.
이런 한계가 있을지라도, 이 운동이 민주당을 강화시킬 뿐이라고 단정하고 “신 포도” 취급하지 말고, 윤석열의 권위주의적 공세에 반대하는 운동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현명한 태도일 것이다. 순수한 계급투쟁은 없다. 모름지기 다양한 계기를 활용해 계급투쟁을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