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번복하려는 윤석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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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 노동자들이 다시 투쟁을 하려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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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노동자들의 생활상 고통은 안중에도 없이 올해 6월 화물연대와 한 합의를 뒤집으려 한다. 노동자들은 행동에 나서려고 준비하고 있다.
유가 폭등의 직격탄을 맞아 월 소득(운송료)이 200만~300만 원씩 줄어든 화물 노동자들은 6월 초 파업으로 고통 전가에 맞섰다. 8일간의 전국적 파업은 경제적·정치적 효과를 냈다.
집권하자마자 저항에 직면한 윤석열 정부는 직접 협상에 나서 부분 양보를 약속해야 했다. 유가 변동 상황 등을 반영해 최소한의 임금(운송료) 수준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도를 “지속 추진”하고, 적용 대상 품목을 “확대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안전운임제는 현재 일부 화물 품목(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에 적용되고 있는데, 지난 3년여간 운송료가 인상되는 효과를 냈다.
그런데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이 전체 화물 노동자의 6.5퍼센트 가량으로 한정돼 있는데다 그조차 올해 12월 31일자로 종료된다. 관련법이 제정될 때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일몰제). 그래서 화물연대는 일몰제를 폐지하고 제도 적용을 전 차종·품목으로 확대하라고 요구해 왔다.
이는 생활 수준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다.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 지속되고 있고,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결정으로 유가가 다시 뛸 수 있는 상황이다.
노골적
그런데 안전운임제 일몰 시점이 두 달 남짓 남은 지금, 시간만 질질 끌어 온 윤석열 정부는 합의 이행은커녕 이를 뒤집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엔 기업주들(화주)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9월 29일에 열린 국회 민생특위(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 첫 업무보고에서 안전운임제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기업주들에게 적정 운임을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위배된다”거나, 관련법 위반시 기업주들에게 부과되는 “처벌이 과도하다”는 등의 말을 쏟아낸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를 거들었다.
국토부 장관 원희룡은 이미 두 달 전에 그런 속내를 내비쳤었다. 안전운임제가 노동자들에게만 “편향적으로” 이롭고 “운임 산정의 객관성도 부족”하다며 개악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들이 “시장 경제 원리” 운운하는 것은 사실상 노동자들에게 운송료 인상을 기대하지 말고 지금과 같이 저임금과 과로 등 열악한 조건을 감내하라는 것이다.
경제 위기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고 지정학적 불안정도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와 국민의힘은 기업주들의 이윤을 보호하려고 혈안이다. 이를 위해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려는 것이다.
민주당의 배신
6월 화물연대 파업 직후 민주당과 정의당은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와 (일부) 품목 확대를 골자로 하는 관련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발의했다.
그런데 이를 1호 법안으로 다루겠다고 약속했던 민주당은 오히려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회 민생특위 성원으로 직접 이 사안을 다루고 있는 민주당 이수진 원내 대변인은 “여야 합의와 조율”을 말하며 “모두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리 김을 빼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화물 노동자들은 “여야 모두 민생에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 “민주당만 믿고 있으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한다.
화물 노동자들은 정부와 국민의힘이 지난 합의를 뒤집고 지금의 안전운임제마저 폐지하거나, 그 기한을 연장하더라도 기업주 책임이나 처벌을 완화해 효과를 무력화시키는 개악을 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이런 문제를 폭로·규탄하며 다시 투쟁 채비에 나섰다. 10월 22일에는 서울 도심에서 파업 결의를 위한 조합원 비상 총회를 대규모로 연다.
수출입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는 일을 하는 김성진 화물연대 금강지회장은 말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 기싸움하기 바빠서 노동자들의 생활고 해결은 뒷전이에요. 윤석열도 대기업이나 경제인 단체들 말을 많이 듣고 있어요. 우리는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자동차 부문에서 일하는 김종열 화물연대 광주 카캐리어 지회장도 이렇게 각오를 밝혔다. “화물 노동자들이 17년 동안 힘겹게 싸워서 겨우 얻어 낸 안전운임제입니다. 안 그래도 고유가로 힘든 상황입니다. 정부와 여당이 (끝내) 안전운임제를 없애려 한다면 다시 한번 싸울 것입니다.”
생계비 위기와 윤석열 정부의 합의 번복과 고통전가에 맞서 다시 투쟁을 시작하는 화물 노동자들을 지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