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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핵무기의 한국 정례 배치는 주변국들의 핵 경쟁을 자극할 뿐

7월 18일 한미핵협의그룹(NCG) 첫 회의가 서울에서 열렸다. 회의 개막과 동시에 핵 미사일을 탑재한 미군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함이 부산에 왔다.

이 회의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보장 차원에서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것이다. 그러니 전략핵잠수함은 일부러 이 회의에 맞춰서 한반도에 온 것이다.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은 42년 만의 일이다.

이 잠수함 1척이 “북한을 지도에서 지워 버릴 수준”의 핵전력을 갖고 있다.(한국군 관계자 발언)

7월 19일 부산에 입항한 미국의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SSBN) 켄터키함(SSBN-737)에 승함한 윤석열 ⓒ출처 대통령실

핵협의그룹 회의에 미국 대표로 참석한 커트 캠벨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전략핵잠수함이 부산에 온 것은 ‘확장억제’ 제공에 대한 미국의 “분명한 의지를 가시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핵협의그룹 회의에서 한미 두 정부는 핵무장을 한 미국 전략자산을 정례적으로 한국에 배치함을 확인했고, 미국 핵전력과 한국의 재래식 전력을 결합하는 구체적 방안을 논의했다.

〈조선일보〉는 이런 논의 내용에 대해 아쉽다고 했다. ‘나토식 핵공유’처럼 미 핵탄두가 한국 공군 기지에 고정 배치되는 것이 아니며, 핵협의그룹을 통해 한국의 자체 핵무장 가능성이 막힐 수도 있다는 불만이다.

그렇지만 한미 양국의 합의대로 미국 핵무기가 전보다 더 빈번하게 한국에 오는 것만으로도 한반도와 그 주변 정세의 불안정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동해

19일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로 발사했다. 이 미사일들은 평양에서 미군 잠수함이 들어온 부산까지의 거리만큼 날아갔다. 즉, 핵협의그룹과 전략핵잠수함 전개를 겨냥한 무력 시위였던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 핵무기의 한국 배치는 한반도 주변의 제국주의적 갈등을 악화시킬 것이다.

미국·중국·러시아 등의 제국주의적 경쟁에서 핵무기가 다시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핵전력 격차를 줄이려고 핵탄두 수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바이든 정부는 ‘핵태세 검토 보고서’에서 자국이 중국과 러시아 ‘두 핵 대국’에 맞서고 있다며, 핵 능력을 확장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미국은 영국·호주와 손잡고 새로운 동맹인 오커스(AUKUS)를 결성하며,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를 지원하고 있다. 중국과의 경쟁 때문에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핵 확산을 부추기는 셈이다. 그리고 지난달 26일 커트 캠벨은 오커스에 관심 있는 다양한 국가와 대화 중이라며, 오커스의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따라서 미국 핵무기의 정례적인 한국 배치는 미국이 북한뿐 아니라 중국을 겨냥해 핵전력 전진 배치를 강화하는 조처인 것이다. 그러나 이는 주변국들을 자극해 갈등을 키우고 있다.

미군 전략핵잠수함이 부산에 들어올 때, 중국과 러시아는 동해에서 대규모 연합 훈련에 돌입했다. 이는 명백히 한미일 군사 동맹 강화에 대응하는 움직임이다. 러시아 대잠 구축함을 동원하는 등 중국과 러시아는 동해 연합 훈련에서 미군 핵잠수함을 견제할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그런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직후, 7월 16일 한미일 3국은 동해에서 미사일 방어 훈련을 벌였다.

결국 동해상에서 제국주의 국가들의 군사적 힘겨루기가 매우 노골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선 때부터 미군 전술핵 재배치와 핵공유를 주장해 왔던 윤석열은 이번에 미군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함에 승선해 이렇게 말했다. “미국의 가장 중요한 핵전략자산을 직접 눈으로 보니 안심이 된다.”

그러나 미국 핵무기를 끌어들인 대가는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당장 동해상의 긴장 고조는 윤석열의 선택이 핵무장 강대국들의 경쟁 부추기기에 일조하고, 한국을 그 경쟁에 더 깊이 휘말리게 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평범한 한국인들의 처지에서 결코 안심할 수 없는 불안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