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
‘건보공단 소속 기관으로 고용’ 약속을 이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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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노동자들이 7월 15일부터 쟁의에 돌입했다.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간접고용 노동자다. 전화 민원을 접수하고 응대하는 등 건강보험공단의 핵심 업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2년마다 민간 용역업체와의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 2006년 고객센터 설립 이래 고용 불안과 저임금, 콜 수 경쟁에 시달려 왔다.
건보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현재 일하는 노동자 전원(휴직자 포함)이 건보공단 소속 기관으로 고용되기를 바란다.
노동자들은 2021년 ‘건보공단이 직접 고용해 정규직화할 것’을 문재인 정부에 요구하며 세 차례나 전면 파업을 벌였다. 당시 정부와 공단 측은 투쟁을 억압했고, 정규직 노조 지도부는 정규직화에 반대했다. 상급단체인 공공운수노조와 민주노총 지도부는 산하 노조인 정규직 노조를 의식해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실질적이고 광범한 연대를 구축하지 않았다.
이런 악조건에서 노동자들은 아쉬움을 머금고 공단과 같은 법인 소속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수용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는 이 약속 이행을 외면했다.
윤석열 정부 때인 2023년에 공단 측은 소속기관 전환 정원을 줄이고, 2019년 2월 27일(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민간위탁 정규직화 방안 발표일) 이후 입사자(전체의 40퍼센트)에 대해서는 공개 경쟁 채용을 하겠다며 뒤통수를 쳤다. 이에 항의해 노동자들은 2023년 11월에 다시 파업에 나섰다.

우여곡절 끝에 노조와 공단은 지난해 12월(윤석열의 쿠데타 미수 이후에) 소속기관 전환 대상과 방식에 합의했는데, 안타깝게도 노조는 전원 전환 보장 요구에서 양보를 했다. 2019년 2월 27일까지 입사자는 자동 전환, 2021년 11월 23일(소속기관 전환 합의 시점)까지 입사자는 필기 시험(절대 평가)을 거쳐 전환, 그 후 입사자들은 공개 경쟁 채용 시 가점 부여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올해 전환 실무 협상에서 공단 측은 전환 정원을 현재 계약을 맺은 약 1640명보다 대폭 줄이겠다고 나왔다. 이러니 시험을 쳐서 들어가야 하는 노동자들의 불안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노조에 따르면, 공단 측은 ‘AI 상담 시스템’ 도입을 이유로 수백 명 감축을 추진한다고 한다. 인력 감축은 서비스의 질을 낮추면서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더 높이는 방안이다.
지금도 상담 인원이 부족해 많은 사람들이 상담사 목소리도 듣지 못하고 통화를 종료하기 일쑤다. 반면 노동자들은 쉴 새 없이 전화를 받고, 콜 수에 따른 평가 지표에 의해 압박 받는다. 사용자 측은 노동자들이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전산 기록에 남길 정도다.
더구나 건강보험 고객센터를 주로 이용하는 노년층과 취약 계층이 과연 AI 상담을 통해 충분히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도 노동자들을 전원 고용해야 한다.
고용 안정은커녕 인원 감축 공격
노조는 필기 시험과 채용 경쟁을 거쳐야 하는 기존 노동자들의 경력을 인정해 가점을 부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저임금과 엄청난 노동강도를 버티며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해 온 노동자들은 마땅히 고용 승계와 경력을 인정 받을 자격이 있다.
그러나 공단 측은 경쟁 채용 시 가점을 축소하거나 필기 시험엔 아예 반영하지 않으려 한다. 차일피일 소속기관 전환을 미루더니 또다시 노동자들을 우롱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이 시작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책을 결자해지 할” 것과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 모두를 소속기관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을 하[라]”는 노조의 요구는 완전 정당하다.
노조는 7월 22일 하루 파업과 총회를 하고, 29일에는 하반기 파업 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연다.
건강보험 고객센터는 기간제 교사, 발전 비정규직, 철도 비정규직 등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 배신의 대표 사례다.
그런 점에서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 투쟁은 이재명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최근 이재명 정부 등장 한 달밖에 안 된 상황에서 건강보험 고객센터뿐 아니라 국민권익위 공무직 상담 노동자들, 문체부 공무직 노동자들, 코웨이 방문 점검 노동자들, 배달플랫폼 노동자들, 플랜트건설 노동자들이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하루 파업을 벌인 바 있다.
노동자들이 문재인 정부 시절 뒤통수를 맞은 경험을 통해 이재명 정부 초반에 성과를 얻으려고 투쟁에 나서고 있다.
노동자들의 행동이야말로 개혁을 성취하는 핵심 동력이다. 또한 노동자 투쟁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성장하는 것은 극우를 막기 위한 중요한 동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