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에게 계속 후퇴를 강요하는 건보공단, 이재명 정부는 방치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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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 소속기관으로 전환을 요구하는 건보공단 고객센터노조의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고객센터노조는 지난해 7월 쟁의 행위를 시작했고, 올해 2월 2일부터 2월 10일까지 전면 파업을 진행했다. 이후 집회, 천막농성과 함께 2월 11일에는 김금영 지부장이 청와대 앞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정부는 ‘비정규직 제로’를 표방했지만, 노동자들이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싸우자 공단 측은 요구 수용을 거부하며 노노갈등을 부추겼고 정부는 투쟁을 탄압했다.
당시 공단 측은 본사 직접고용 요구를 회피하며 ‘공단 소속기관으로의 전환’을 대신 약속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윤석열 정부 동안 공단 측은 전환 방식과 규모에서 후퇴를 강요해 왔다.
전환 이행이 계속 미뤄지는 상황에서 2024년 노조는 전원 전환 보장 요구에서 양보해 비교적 연차가 낮은 노동자에 대해 필기 시험과 경쟁 채용 적용을 받아들였다.(입사일을 기준으로 자동전환, 절대평가 후 전환, 공개채용) 그러나 공단은 이마저도 이행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단은 노동자들에게 더한층의 후퇴를 강요했다. ▲근속을 인정하지 않고 ▲3개월 수습 임용 및 평가 ▲연차 미승계 ▲이주배경 노동자 전환 배제 ▲인센티브 차등 지급 확대(경쟁 강화) 등을 요구한 것이다.
결국 노동자들은 이재명 정부 취임 후에도 어떤 약속도 받아 내지 못한 채 해를 넘겨 2026년을 맞이했고, 강추위 속 노숙 농성을 이어 왔다.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재명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 향방을 가늠할 시험대가 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에 ‘공공부문 상시지속 업무의 정규직 고용 원칙과 공무직 전환 노동자 처우개선’을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고용노동부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과 임금 실태를 전반적으로 점검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 1월 12일 “공공기관은 모범적 사용자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에 걸맞는 실천은 뒤따르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 때 임명된 정기석 공단 이사장이 정규직 전환 약속을 철저히 무시하는데도 이재명 정부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
방치
손영희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사무국장은 이렇게 꼬집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생각으로만 하는 것 같아요. 이제는 실천할 때입니다.”
2월 11일 기자회견에서 김금영 지부장의 말처럼,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상담 실무책 5권, 6권을 숙지하고 시험까지 통과해 현장에 들어와 국민의 건강보험 상담을 책임지며 수십 년을 일해 온 노동자”들이다. 수십 년간 건강보험 상담을 책임져 온 숙련 노동자들의 근속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결국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 환경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고객센터는 자격 관리, 보험료 징수, 보험급여, 건강검진,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1,060여 개의 방대한 업무를 수행한다. 이 중 상당수는 법적 근거에 따라 공단이 직접 관장해야 하는 핵심 업무다. 고객센터는 단순히 전화를 받는 곳을 넘어, 공단의 핵심 기능이 실질적으로 구현되는 최전선인 셈이다. 이런 고난도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이들의 평균 기본급은 최저임금 수준(약 207만 8,254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공단 측은 기존 정규직과의 형평성을 핑계로 ‘수습 기간’과 ‘평가’를 고집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수습 기간 동안 제공하는 단순한 교육 과정과는 다르다. 이미 현장 근무 중인 노동자들 사이에서 탈락자를 가려내겠다는 취지로, 사실상 인력 감축을 하겠다는 것이다.
또, 공단은 노골적으로 이주 배경 노동자들을 전환에서 배제하려 한다.
현재 고객센터에는 이주 배경 노동자 약 40명이 있다. 공단은 이들이 정보 유출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논리를 대고 있다.
건강보험 고객센터가 설립된 이후 20년 동안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미 숙련된 노동자로 근무해 오고 있다. 정보 유출 운운하는 것은 인력 감축을 위한 핑계이자 악질적인 외국인 차별이다. 고객센터노조는 이주 배경 노동자 전환 배제를 반대하고 있다.
“전화 상담은 단순한 연결 업무가 아닙니다. 우리는 모든 업무를 숙지해 즉각 답을 내놓는 숙련된 사람들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최저임금이면 충분한 노동으로 취급 받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약속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말이 아닌 실행으로 보여 줘야 합니다.”(손영희 사무국장)
이재명 정부는 공단이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즉각 이행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끝으로 나는 8년차 민간 부문 고객센터 노동자다. 나 역시 매년 재계약의 불안에 떨다 최근에서야 도급사 정규직이 됐다.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이 성과를 얻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