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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고객센터 ‘소속기관’ 전환 결정:
끝내 상담원 직접고용 회피한 건보공단

김용익 이사장은 직접 고용을 회피했고, 정부는 방역을 핑계로 노동자들을 마녀사냥했다. 6월 10일 본사 앞 파업 집회 ⓒ이미진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고객센터를 건보공단의 소속기관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고객센터 상담사 노동자들이 소속기관의 직원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는 고객센터 정규직 전환 방식을 논의한 민간위탁 사무논의협의회의 결과에 따른 것이다. 구체적인 노동조건은 앞으로 별도의 노사전(노조-사용자-전문가)협의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민간위탁 사무논의협의회에서 고객센터노조는 소속기관 전환에 반대했지만, 최종적으로 협의회의 과반 의견을 수용하기로 했다.

현재 건보공단은 일산병원, 서울요양원을 소속기관으로 두고 있다. 여러 언론에서 소속기관 전환이 직접고용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하지만 소속기관 전환은 직접고용이 아니다.

물론 소속기관은 자회사와 달리 건보공단과 같은 법인에 소속되고 이사장의 법적 책임을 묻기에 좀더 유리할 수 있다.

민간위탁 사무논의협의회에 참가한 일부 전문가위원들은 소속기관으로의 전환이 고용안정과 처우 개선에서 자회사보다 훨씬 진전된 방식이라며 의의를 사주고 있다.

그러나 자회사와 마찬가지로 채용, 인사, 임금 등은 공단과 분리돼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공단 업무를 수행하지만 차별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일은 계속될 수 있다.

최종 사용자가 공단 이사장이어도 소속기관장이 운영에 책임을 지기 때문에 여전히 공단 측이 책임을 회피할 여지도 있다. 노동조건도 결정돼 있지 않다.

이미 건보공단 측은 소속기관으로 전환해도 “별도의 예산증액이나 추가 인력증원은 없[다]”고 밝혀, 처우 개선도 미미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민간위탁 시절 상담원들을 쥐어짜던 인센티브 제도도 건보공단은 폐지를 거부하고 있다.

또한 공단 경영진은 “시험 등 공정한 채용절차”를 운운하며 소속기관 전환 시 경쟁 채용을 예고하고 있다. 고용안정은커녕 고용불안이 예고되는 것이다. 공단 측의 경쟁 채용 언급에 대해 노동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아쉬움

소속기관 전환은 공단 직접고용을 바란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론이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건보공단의 핵심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저임금과 콜수 경쟁에 시달려야 했다. 코로나19 기간에는 질병관리본부와 백신 관련 문의까지 담당하며 방역에 기여했다.

4대보험 공단 고객센터 중 건보공단만 직접고용을 거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직접고용에 대한 노동자들의 열망이 무척 높았다.

2021년 2월부터 8개월 동안 건보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3차례 전면파업을 벌이며 공단의 직접고용을 위해 투쟁했다.

그래서 소속기관 전환 방안에 대한 조합원 간담회에서 공공운수노조와 고객센터노조 지도부가 사실상 수용을 설득한 것에 기층 노동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노동자들이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이를 거부하고 더 투쟁하기 쉽지 않다는 심경 속에서 일단 소속기관 전환을 수용하기로 한 듯하다.

문재인 정부는 방역을 빌미로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속하며 노동자 투쟁을 탄압했고, 상담원들의 파업과 농성도 코로나 확산의 원인인양 마녀사냥하며 공격했다. 이는 직접고용을 거부하는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기도 했다.

김용익 이사장은 NGO 출신 개혁파라는 후광을 이용해 오히려 상담원 파업을 주저앉히고 직접고용 요구를 후퇴시키는 데만 혈안이었다. 그는 단식 생쇼까지 하면서 ‘노노갈등’을 적극 부추겼고 자기 책임을 회피했다.

김용익은 이제 와서 “파업 과정에서 생긴 갈등과 상처들을 치유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고객센터 노조에 대한 고소고발을 취하하지 않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소속 정규직 노조 지도부가 ‘공정성’ 운운하며 비정규직 직접고용을 반대하는 나쁜 태도를 취한 것도 투쟁에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정규직 노조 지도부는 자기 조합원들이 파업 효과를 상쇄하는 대체인력으로 투입되는 걸 방치했다.

김용익 이사장은 이런 정규직 노조 지도부를 민간위탁 사무논의협의회에 끌어들여서 고객센터 노조의 직접고용 요구를 물리치는데 이용했다.

이처럼 정부의 탄압, 건보공단의 책임 회피, 정규직노조 지도부의 반대와 같은 악조건 하에서 승리하려면 무엇보다 연대가 광범하게 구축돼야 했다. 실제 그럴 잠재력도 있었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굳세게 투쟁하며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화 정책이 완전히 파산했음을 밝히 드러냈다. 코로나19 시기 방역 전선에서 싸운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많은 사람들이 큰 지지와 공감을 보냈다. 투쟁 후원금이 단숨에 1억 원 이상 모일 정도로 지지 정서가 광범했다.

안타깝게도 투쟁을 엄호하고 방어하는 더 실질적인 연대가 광범하게 확대되지 못했다.

정부의 노동자 투쟁 탄압에 직면해 민주노총이 충분한 반격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건보 고객센터노동자들이 홀로 싸우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8월에 지도부가 민간위탁 사무논의협의회 논의(교섭)에 무게를 실으면서 파업을 중단한 것이 불리하게 작용했다. 파업을 중단한 뒤로는 사측을 압박할 무기가 없어 더 불리해졌다. 논의 테이블 참가자의 과반 이상이 직접고용 반대 세력이었으므로 노조에겐 더 한층 불리했다. 이에 맞서 지지와 연대를 모아낼 초점도 약화됐다.

이렇게 불리해진 조건에서 노동자들은 아쉬움과 걱정이 교차하는 씁쓸한 심정으로 소속기관 방안을 수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경쟁 채용, 열악한 노동 조건 개선 등이 여전히 중요한 쟁점들로 남아 있다. 구체적 노동 조건이 논의되는 노사전협의회가 곧 진행되면 이 쟁점들로 다시 갈등이 첨예해지는 국면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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