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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연대〉가 뽑은:
2023년 10대 국내 뉴스

전세 사기

“사회적 재난”이 된 전세 사기 ⓒ이미진

올해 전세 사기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정부가 제시한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람만 1만 명을 넘었으니 전국적으로 수만 명이 전세 사기로 고통받고 있을 것이다. 말 그대로 “사회적 재난”이다.

크나큰 고통 속에 상반기에만 피해자 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부는 마치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것처럼 생색내지만, 실상은 많은 피해자들이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에 통과된 전세 사기 특별법도 다수 피해자를 배제했고,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이 특별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계속된 생계비 위기

공공요금을 인상해 생계비 위기를 가중시킨 윤석열 정부 ⓒ조승진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생계비 위기는 올해도 계속됐다. 올해 물가는 3.6퍼센트 상승했는데, 지난해 5.1퍼센트 오른 데 이어 더한층 인상된 것이다.

올해 상반기 실질임금은 1.5퍼센트 하락했다. 올해 3분기에 하위 60퍼센트의 소득도 줄어들었다.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도 늘어났다. 올해 가계의 이자 부담은 역대 최대로, 4년 전보다 무려 50퍼센트 늘어났다.

서민들은 그야말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서민 지원은커녕, 부자 감세를 하고 긴축 정책을 추진했다.


서이초 교사 사망과 교사 운동

서이초 교사 사망을 계기로 분출한 대규모 교사 운동 ⓒ조승진

지난 7월 서이초 교사가 과중한 업무와 학부모 민원 등의 스트레스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자, 이에 분노한 거대한 교사 운동이 터져 나왔다.

오늘날 교권이 실추됐고, 교사들은 교육이 불가능한 학교에서 가르치라는 부당한 요구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매주 주말 폭염 속에서도 교사 수만 명이 집회를 개최했고, 9월 2일 집회에는 무려 20만 명이 참가했다. 교육부의 중징계 협박이 있었지만 9월 4일 ‘공교육 멈춤’ 행동에는 15만 명이 참가했다. 결국 교육부는 징계 위협을 철회하며 한 발 물러서야 했다.

이 운동으로 ‘교권 보호 4법’ 개정 등 몇 가지 상징적 조처가 취해졌지만, 실질적인 개선은 아직 미미하다. 그러나 이 운동은 교사들뿐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높여 줬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폭로

윤석열 정부는 유럽 국가들보다 더 많은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조승진

윤석열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양의 155밀리미터 포탄을 우회 지원했음이 폭로됐다. 한국이 지원한 포탄이 유럽 국가들이 제공한 것보다 더 많다는 점도 폭로됐다.

그동안 정부는 살상 무기는 제공하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거짓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서방을 지원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한국 자본주의의 이익을 도모하려 했다.

무기를 지원받은 우크라이나가 올해 시도한 공세는 실패로 끝났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우크라이나에서 제국주의 대리전이 장기화되면서 세계는 더 불안정해지고 있다. 한국의 무기 지원은 러시아의 반발을 사면서 한반도 평화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건설노조 탄압과 양회동 열사 분신

분신으로 윤석열 퇴진 투쟁을 호소한 양회동 열사 ⓒ이미진

윤석열 정부는 취임 초부터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건설노조를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윤석열이 직접 건설노조를 “건폭”이라고 공격했다. 불안정한 고용과 열악한 노동 조건을 개선하려고 투쟁한 노동조합을 ‘공갈·협박으로 금품을 갈취하는 범죄 집단’인 양 매도하며 노조 활동가들을 마구잡이로 수사했다.

이에 대한 항의로 5월 1일 세계 노동절 날 아침,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이 ‘윤석열 정권을 무너트려 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했다.

건설노조는 상경 파업을 벌이며 윤석열 정부 퇴진 투쟁에 나섰다.


윤석열의 한미일 공조 강화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내팽개치고 8월 18일 캠프 데이비드에 모인 한미일 정상들 ⓒ출처 백악관

3월 윤석열 정부가 배상금 제3자 변제안으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내동댕이쳤다.

일본의 후쿠시마 핵 폐수 방류 또한 용인했다.

윤석열 정부가 “굴욕 외교”를 했기 때문이 아니다. 일본과 화해해 한미일 안보 공조 강화로 나아가려 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윤석열 정부는 한국 지배계급의 위상을 높이려 한다. 비록 미·중 사이에 낀 처지이지만, 서방 제국주의를 지원하는 것이 여전히 한국 자본주의에 더 이롭다고 보고 선택한 것이다.

가령 4월 한미 양국은 미국의 핵무기를 더 자주 한국에 배치하기로 했다.

미·일 제국주의와의 동맹 강화는 지정학적 위험을 더 키울 것이다. 또한 한국 지배계급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계속 난관에 부딪힐 것이다.


범죄와의 전쟁

8월 6일 부산 도시철도 서면역에 배치된 경찰특공대와 장갑차. 범죄 예방 효과는 별로 없다 ⓒ출처 부산경찰청

윤석열 정부는 흉악범죄 대처를 명분으로 공권력 강화를 추진했다.

서울 신림역과 분당 서현역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지자 정부는 주요 도심에 무장 경찰특공대와 장갑차를 배치해 계엄 분위기를 조성했다.

일선 경찰에는 무기 사용 확대와 검문검색 강화를 지시했고, 법무부는 엄벌주의를 공언했다.

또,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유아인, 지드래곤, 이선균과 같은 유명인들을 떠들썩하게 수사했다. 전 녹색당 대표도 타깃이 됐다.

그러나 윤석열의 경찰력 강화와 엄벌주의는 범죄 예방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복합 위기 국면에서 정부의 권위주의적 수단을 강화하는 수단이었다.

범죄의 토양인 천대·빈곤·소외를 배양하는 체제를 수호하는 자들을 강화해서 범죄를 줄일 수 없다.


홍범도 흉상 철거와 역사 전쟁

윤석열 퇴진 집회 참가자들이 윤석열의 ‘역사 전쟁’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미진

윤석열 정부는 올해 ‘역사 전쟁’에 나섰다. 특히, 육사의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하려 했다.

좌우 모두 업적을 인정한 독립 투사를 공산당 가입 경력을 문제 삼아 깎아내렸다. 심각한 경제·안보 복합 위기에 직면해 국가 전반을 우경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반감이 훨씬 더 컸다. 홍범도 관련 도서가 오히려 인기를 끌었고, 육사는 아직 흉상을 철거하지 못했다.

홍범도의 공산당 가입 경력은, 혁명 러시아가 홍범도 같은 위대한 독립 투사의 신뢰를 얻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레닌의 러시아는 스탈린의 러시아와 달랐다.

한국의 독립운동에는 초기부터 국제주의적인 민족해방투쟁 전통이 있었던 것이다.


계속되는 언론 탄압

압수수색에 항의하는 〈뉴스타파〉 직원들 ⓒ출처 〈뉴스타파〉 유튜브

올해 대통령 윤석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뉴스타파〉 등 정부 비판적 언론사와 기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어졌다.

이들은 모두 윤석열이 2011년 검사 시절에 대장동 투자의 종잣돈이 된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보도했었다. 〈뉴스타파〉는 김건희의 주가조작 의혹도 줄기차게 보도했다.

또, 정부는 방송 장악도 시도 중이다. KBS 등 공영방송 이사진을 친정부 인사로 교체하고, YTN 민영화를 추진하고, ‘가짜뉴스 근절’을 명분으로 정부 비판적 언론을 압박했다.

윤석열의 언론 탄압은 자신의 부패 의혹과 취약함을 가리려는 것이자, 그 자체로 권력 남용 부패 행위다.


이재명 수사와 구속영장 기각

발언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출처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부는 수천억 원 대장동 수익이 이재명 대선자금으로 들어갔다며 이재명을 공개적으로 범죄자 취급했다. 이런 압박의 결과, 9월 국회에서 이재명 체포동의안이 민주당 기회주의자들과 정의당의 도움을 받아 가결됐다.

정적인 이재명을 증거도 없이 범죄자로 낙인 찍은 것은 이재명에게 기대를 건 개혁 염원층을 낙담케 해 사기를 꺾으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증거가 없다며 구속영장신청이 기각됐다. 이재명 망신 주기가 공개적으로 실패한 것이다. 구속영장 기각 직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참패했다. 윤석열의 정적 수사는 이제 위선의 상징이 됐다. 총선 전망도 크게 어두워졌다.

한편, 체포동의안 가결에 협조한 정의당은 개혁 염원층에게 정치적 신뢰를 크게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