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윤석열 정부는 의도적으로 무차별범죄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

서울 신림역,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나자 윤석열 정부는 흉악범죄 공포를 고의로 부추기며 경찰력 강화를 실행하고 나섰다.

두 사건은 개별적 원한 관계 없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공공장소에서 흉기 범죄를 벌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일반 사람들도 크게 놀랍고 두려워할 것이다. 특히, 대중교통 등 많은 사람들이 밀집하는 장소를 자주 이용해야 하는 대중에게는 큰 불안을 주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는 대책들은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진정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이때다 하는 식으로 공포와 불안을 더 부추기고 있다.

윤석열은 중무장한 특공대와 장갑차를 대도시 도심에 출동시켜 사회 분위기를 냉각시키려 한다 ⓒ출처 부산경찰청

경찰은 8월 4일부터 특별 치안 활동을 선포하고 전국의 다중 밀집 장소에서 대대적인 검문검색을 벌였다.

서현역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더니, 살인 예고 글이 인터넷에 올라왔다며 서울 강남역에 대테러 부대인 경찰특공대를 출동시켰다.

경찰특공대는 방탄 장갑차를 세워 놓고 총기를 휴대한 채 강남역 일대를 휘저었다. 한국에서 가장 유동 인구가 많은 번화가에서 계엄 코스프레를 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법무부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신설, 총기 발포 포함 경찰 면책권 등의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8월 9일에는 살인 예고 글과 공공장소 흉기 소지 등을 처벌할 규정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실질적인 해코지 행위가 벌어지지 않았는데도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동네 마트에서 칼을 사는 것도 실명 구입제나 등록제로 한다고 나올지 모를 일이다!

서현역 범인이 정신질환 의심을 받자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법입원제도 추진되고 있다.

보수·우파 언론들은 경찰 지휘부가 강경 진압을 지시해도 일선 경찰이 징계나 검찰의 기소가 두려워 그렇게 못 한다면서, 과잉 진압 면책권에 대한 지지 여론을 형성하려고 한다.

사실 일선 경찰은 이미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행동하고 있다. 결국, 강남역에 경찰특공대와 장갑차가 출동한 지 하루 만에 경기도 의정부에서 사달이 났다. 흉기 소지로 오인 받은 중학생이 사복 형사들에게 폭행을 당하며 체포된 것이다.

동네 공원에서 후드티를 입고 운동하던 한 중학생을 한 시민이 근거도 없이 흉기 소지자 같다고 신고했다. 출동한 형사들은 다짜고짜 덮치기부터 했다. 흉기 소지자로 보고 기습 체포를 하려 한 것이다. 난데없는 봉변에 처한 중학생도 최근의 흉기 범죄를 떠올리며 형사들을 피해 도망을 갔다. 그 탓에 그 학생은 폭력적으로 체포됐다. 그 과정에서 중학생의 친구들이 와 사정을 설명했지만 경찰은 막무가내였다. 경찰은 진상이 밝혀져 중학생이 풀려날 때도 사과하지 않았다.

이런 일들은 앞으로의 예고편 같다.

범죄 공포가 부추겨지니 사람들 사이에는 불신과 편견이 강화되고, 경찰들은 폭력적 본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 중학생이 강남·서초구의 부자 동네에서 고가의 운동복을 입고 조깅을 하고 있었다면 형사들이 그런 식으로 체포했을까?

범죄 공포 부추기기와 엄벌주의 방침은 결국 노동계급 등 서민층 통제에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무고한 중학생이 난폭하게 연행된 것은 앞으로 벌어질 일들의 예고편 같다

살인 예비? 행위로 나타나지 않았는데도?

온라인 살인 예고 글도 대대적인 단속 대상이 됐다. 200건 가까이 수사가 이뤄지고 59명이 검거돼 8명이 구속됐다. 검거자 중 절반 이상은 10대 청소년이다(34명, 구속은 2명).

경찰은 유동 아이피를 쓴 것만으로 범죄의 고의성이 입증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한다. 살인예비죄 적용 가능성 얘기가 나오는가 하면, 공중협박죄 같은 죄를 신설하겠다는 발표까지 나온다. 예전 같으면 무책임한 장난 정도로 비난받고 말았을 행동이 중범죄로 다뤄지는 것이다.

예고된 흉기 난동은 현재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흉기 난동 예고에 장갑차가 출동한 것은 누가 봐도 과시용 쇼이지 실질적 대책이 아니다. 누군가가 많은 인파 속에서 흉기를 휘두른다고 했을 때 장갑차가 무슨 조처를 취할 수 있겠는가?

인터넷 예고 글만 가지고 흉악범죄 취급하며 호들갑을 떠는 것도 지지해서는 안 된다.

만일 인터넷에서 ‘어그로 끄는’ 글로 사람들의 반응을 유도해 자기만족이나 느끼려던 심리적 불안정자라면 오히려 경찰의 과잉 대응에 희열을 느꼈을 것이다. 무력하기 그지없다고 느꼈던 삶에 힘을 느끼게 해 줘 큰 만족감이 든 일이기 때문이다. 해외 사례들을 보면, 이런 일들은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더 큰 범죄를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

범죄는 일부 개인들이 특별히 사악한 본성을 타고나서 벌이는 행위가 아니다. 사회의 온갖 모순들과 구체적인 개별적 관계들과 조건이 서로 얽히며 벌어지는 사회적 현상이다.

그러한 사회 현상의 근저에는 사회적 양극화 현실이 놓여 있다. 한쪽에선 가난에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에 좌절하고, 빚은 늘고 집값과 물가는 올라서 삶이 두렵고 미래가 불안하다.

다른 한편, 부정부패로 재산을 불리고 투기로 돈을 벌고는 부자 증세는 “사회주의”라며 난리치는 부유층이 존재한다. 부패나 물려받은 재산으로 더욱 부유해지는 자들이, 노력을 해도 해도 안 되는 사람들을 패배자 취급한다.

이태원 참사나 청주 오송 수해 참사에서 경찰이 사전경고와 다급한 신고들을 무시한 것은 죄가 안 되고, 실질적인 의사나 행동도 없는 살인예고 글을 올린 사람은 즉각 구속되는 것도 극도로 부조리하다.

폭염의 땡볕에 무대책으로 노동자들을 야외 노동으로 내몰아 사망에 이르게 해도 그 사용자에게 살인예비죄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사회적·법적 불평등 자체가 범죄의 토양이다. 물론 개개 범죄에는 그 고유한 개별적·심리적 요인들이 작용한다. 그러나 토양인 불평등 사회를 수호하면서 범죄를 막겠다고?


‘군포 연쇄 살인 사건’의 사례

범죄에 대한 무조건적 무관용과 법질서주의가 범죄를 예방하고 안전 사회를 낳는다는 주장은 참말이 아니다. 국가의 권위주의적 간섭을 정당화하는 논리에 불과하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 의도적으로 도덕적 공포를 부추기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범죄 보도는 경찰이 언론사 사회부 신참 기자들에게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한다. 갑자기 흉악범죄 보도가 늘었다면 십중팔구 경찰이 그 방향으로 정보를 집중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상황은 2009년 용산 참사 직후 이명박 청와대가 ‘군포 연쇄 살인 사건’(강호순 사건)을 부각시켜 용산 참사 정부 책임론을 희석시키라고 지시했던 일을 떠오르게 한다.

지금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친족 비리, 수해 참사 부실 대응, 세계 잼버리 대회 와해 등으로 무능과 무책임이 연일 드러나고 있다.

범죄 공포 조장으로 지배자들은 진정한 문제들에서 사람들의 눈을 돌리고,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 의심하고 위축되고 파편화되게 만든다. 도덕적 공포를 부추겨 일부 집단을 속죄양 삼으면, 책임을 다른 데로 떠넘기기도 쉽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건폭’ 단속을 핑계로 노조 탄압, 집회 단속 등 민주적 권리 공격도 늘려 왔는데, 이런 강경 우익 기조를 정당화하는 핑계도 될 수 있다.

그렇게 여론을 보수화시키는 한편, 경찰이 대중의 보호자를 자처해 지지를 얻어 내려는 책략이기도 하다.

이런 책략이 필요한 이유는 정치적·사회적 위기를 정부가 해결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윤석열 정부 자신이 부패 의혹과 경제 위기 고통 전가 정책으로 불만의 표적이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