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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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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극우와 인종학살 로드맵

이 글은 2024년 4월 7일 노동자연대가 주최한 포럼 ‘마르크스주의와 팔레스타인’에서 한 발제를 글로 옮긴 것이다. 이스라엘에서 극우가 강화돼 온 배경과 지금 벌어지는 인종 학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 박이랑은 중동 문제 전문지 《미들이스트 솔리대리티》 공동 편집자이자 〈노동자 연대〉 신문의 기자이다.

지난 6개월 동안 가자지구에서 전례 없는 인종 학살 전쟁이 벌어진 가운데,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부는 피란민이 몰린 라파흐에 대한 지상군 공격을 강행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네타냐후와 그의 극우 연정 파트너들에게 라파흐로의 진격이 인종청소를 완수할 절호의 기회로 보이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이스라엘에서는 네타냐후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해 10월 7일 공격 전에 있었던 네타냐후의 사법개혁에 반대해 수개월 동안 이어진 반정부 시위를 떠올리게 합니다. 지금 시위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발발 이후에도 이스라엘 사회의 첨예한 분열이 해결되지 않고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지난해 사법개혁 문제가 불거졌을 때 주류 언론들은 네타냐후와 극우 정치인들을 이스라엘의 이른바 ‘민주주의적’ 가치에서 일탈한 세력으로 치부했습니다. 지금 전쟁 수행을 놓고 벌어지는 이스라엘 내 갈등을 다루는 보도들에도 비슷한 시각이 깔려 있습니다.

그러나 주류 언론의 피상적인 보도와는 달리, 이런 분열은 오히려 이스라엘 정치 내에서 극우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것을 배경으로 합니다. 2022년에 구성된 네타냐후의 내각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극우적인 내각으로 평가받았습니다. 그 내각에서 재무장관을 맡은 베잘렐 스모트리치는 공공연하게 자신이 “파시스트”이고 “동성애 혐오자”라고 자처하는 자입니다. 그 외에도 팔레스타인의 인종 학살을 공공연하게 선동하고, 무장한 유대인 정착자들의 폭력을 옹호하는 자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이런 극우들이 이스라엘 정치의 주류가 된 것은 어제오늘 벌어진 일이 아닙니다. 이스라엘 정치에서는 꾸준히 극우가 강화돼 왔습니다.

오늘 저는 이스라엘 정치에서 극우가 강화돼 온 배경이 무엇인지, 그것이 시온주의 프로젝트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스라엘 사회 내의 첨예한 갈등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주는 함의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살펴보려 합니다.

시온주의 프로젝트의 위기

지난해 이스라엘에서 사법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을 때, 앞서 언급했듯이 많은 언론들은 네타냐후라는 막무가내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고 극우를 키워 주고, 이스라엘 사회를 분열에 빠뜨리고 있는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네타냐후의 사법 개혁에 맞서 거리에 나선 시위대는 민주주의라는 이스라엘의 본원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나선 것처럼 그렸습니다.

그러나 네타냐후와 이스라엘의 극우는 일탈적 존재가 아닙니다. 그들은 시온주의 프로젝트의 산물이자 그 프로젝트 추동자들의 일부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부상 근저에는 바로 시온주의 프로젝트 자체의 위기가 있습니다. 먼저 그 위기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시온주의는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만의 배타적 국가를 건설한다는 정치 운동입니다. 시온주의 지도자들은 초기부터 유력한 제국주의 국가에 의존해야만 그 목적을 이룰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중동에서 제국주의적 이익의 ‘경비견’을 자처하며 강대국들의 지원을 확보했습니다.

시온주의자들은 1948년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하고 대대적으로 추방해 이스라엘을 건국했습니다. 그 후 약 20년 동안 팔레스타인은 정복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1969년에 이스라엘 총리 골다 메이어는 “팔레스타인에는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악명 높은 선언을 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시온주의자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을 모두 내쫓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적잖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제는 이스라엘이 된 땅에 남았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서서히 다시 저항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이스라엘이 1967년 전쟁으로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예루살렘을 점령했을 때에는, 1948년과 달리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자신이 살던 곳을 되도록 떠나지 않는 편을 택했습니다.

당시 팔레스타인의 저항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무장 투쟁으로 표현됐습니다. PLO는 중동 일대에서 이스라엘을 겨냥한 게릴라 공격을 감행하며 지지를 모았습니다. 이에 이스라엘은 여러 차례 주변국들을 침공해 PLO를 격퇴하려 했고, 결국 1982년 레바논 전쟁에서 PLO 지도부를 튀니지로 내쫓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역사적 팔레스타인 내에서 저항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저항은 1987년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이 대거 참가한 제1차 인티파다로 절정을 이뤘습니다.

1990년대 초의 오슬로 협정은 또 다른 인티파다를 막기 위해 ‘미래 팔레스타인 국가’라는 미끼로 팔레스타인인들을 달래려 한 사기극이었습니다. 그 협정으로 이스라엘은 PLO 지도부를 포섭했고, 그 협정에 따른 ‘평화 프로세스’의 틀 속에서 서안지구에서 정착촌을 크게 확장했습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인들은 또다시 2000년 제2차 인티파다에 나서 오슬로 협정이 사기임을 폭로하고 이스라엘에 저항했습니다. 하마스는 이런 저항 속에서 부상하여 2006년 팔레스타인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습니다.

그 후에도 이스라엘 역대 정부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억누르기 위해 다양한 탄압과 책략을 동원했습니다.

서안지구에서는 팔레스타인 당국의 협조를 받으며 정착촌을 확대하고 군사 점령을 지속했고, 무기를 내려놓지 않은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는 봉쇄하고 주기적으로 폭격을 가했습니다. 이스라엘 공식 국경 내의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인들은 이스라엘의 3등 시민으로서 민족적, 법적, 사회적 차별에 시달렸습니다.

또, 이스라엘은 서안지구, 가자지구, 이스라엘 공식 국경 내 팔레스타인인들을 서로 달리 취급하며 그들을 분열시키고 고립시키려 했습니다.

그러나 2021년 5월 역사적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벌어진 ‘단결 인티파다’는 이런 분열 전략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보여 줬습니다. 그리고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은 팔레스타인을 굴복시킬 수 있다는 시온주의자들의 환상을 완전히 깨뜨렸습니다.

이와 같은 팔레스타인인들의 굽힘 없는 저항은 시온주의자들에게 딜레마를 제기합니다. 이스라엘은 역사적 팔레스타인 땅 어느 곳도 통제권을 내줄 생각이 없습니다. ‘두 국가 방안’은 언제나 신기루였을 뿐입니다. ‘요르단강부터 지중해까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단일한 식민 정착자 지배 체제뿐입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인들의 계속된 저항은 이스라엘이 그 저항을 관리하는 데 실패했고, 앞으로도 계속되는 충돌과 끊임없는 안보 위협을 감수해야 함을 뜻합니다.

그 결과 이스라엘 내에서는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에게 팔레스타인인들을 단속하는 일을 일부 맡길 것인지, 아니면 노골적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을 직접 지배할지를 두고 끊임없는 논쟁과 갈등이 벌어졌습니다.

이스라엘 사회의 분열

이스라엘에서 극우는 시온주의 프로젝트가 직면한 이런 딜레마를 배경으로 부상했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거대한 저항이 벌어질 때마다 이스라엘 사회에서는 그에 대한 인종차별적이고 우익적인 반동이 나타났습니다.

현재 이스라엘의 제도권 정치에 진출한 극우 시온주의 세력의 하나인 ‘종교적 시온주의당’은 1980년대 말 제1차 인티파다를 계기로 부상했고, 2000년대 제2차 인티파다를 계기로 그 입지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이들은 2021년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일어난 ‘단결 인티파다’ 이듬해인 2022년 선거에서 전진했습니다.

극우파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완전히 굴복시켜서 시온주의 프로젝트가 부딪힌 딜레마를 해결하려 합니다. 2017년 극우 정치인 스모트리치는 ‘결정적 계획’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그 보고서에서 스모트리치는 자신의 전제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유대인 국가의 존재와 팔레스타인 민족의 열망 사이에는 모순이 내재되어 있다. ... 팔레스타인 민족 운동은 시온주의의 부정적인 거울상이다. 따라서 그것과 평화를 이룰 수 없다.”

스모트리치는 “평화”로 가는 유일한 길은 모든 팔레스타인 땅의 영구적 소유권을 선언하고 서안지구 깊숙한 곳에 새로운 도시와 정착촌을 건설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극우 시온주의는 대중적 기반을 넓혀 왔고, 국가기구 내의 주요 세력으로 자리잡아 왔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모든 세력이 극우의 해결책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야당들과 이스라엘 국가 내 여러 세력들은 여전히 ‘두 국가 방안’이라는 신기루를 유지하기를 바랍니다. 팔레스타인 당국을 유지하는 편이 팔레스타인인들을 통제하는 데 더 낫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서방 제국주의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두 국가 방안’의 외양을 유지하는 것이 서방이 중동 지역의 질서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팔레스타인 지배 전략을 둘러싼 이런 갈등이 바로 이스라엘에서 벌어지는 분열상의 배경에 있는 것입니다.

분열된 정착자 인구: 2023년의 이스라엘 반정부 시위

지난해 수개월 동안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합니다. 그 시위는 네타냐후의 연립 정부에 반대하고 대법원 무력화 시도에 반대하는 시위였지만, 결코 팔레스타인 점령에 도전하는 시위는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이스라엘 유대인 수십만 명이 매주 그 시위에 참가했습니다. 7월에는 엘리트 전투 조종사나 특수부대 소속 예비군 수백 명이 소집에 응하지 않겠다고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경쟁하는 두 시온주의 진영이 주고받은 비방전은 격렬했습니다. 야당의 주요 인사들은 무대에 올라 수만 명의 이스라엘인 앞에서 정부와 장관들을 ‘파시스트’라고 비난했습니다. 이에 맞서 집권 연립정부는 야당을 ‘테러리스트’이자 국가의 적이라고 몰아붙였습니다.

하지만 이 시위에는 눈에 띄는 점이 있었습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체계적인 탄압을 유지하는 데 앞장섰던 전직 국방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 등 시온주의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시위를 주도했다는 것입니다. 소수의 급진적 시위대가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시위에 참여했지만, 그들이 들었던 깃발은 찢겨지고 내동댕이쳐졌습니다. 그 시위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스라엘 야당과 서방의 자유주의적 이스라엘 지지자들은 네타냐후 정부의 행태가 이스라엘 ‘민주주의’의 한 기둥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팔레스타인인들이 들으면 정말 터무니없는 소리일 것입니다. 이스라엘 대법원 판결은 인종 분리, 불법 점령, 정착촌 체제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대법원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주택을 철거하고, 재판 없이 아동을 구금하고,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의 요인을 암살하는 것도 승인해 왔습니다.

대법원은 또한 2018년 이스라엘 헌법의 인종차별적 원칙을 담은 민족국가법을 최종 승인하여 비유대인의 자결권을 부정했습니다. 민족국가법은 유대인이 민족자결권을 배타적으로 행사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그리고 국가는 정착촌 건설을 장려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10월 7일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무장 저항 세력의 공격이 벌어지자 그 시위는 중단됐고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던 예비군들도 소집령에 응해 참전했습니다. 이는 그 운동이 갖는 성격을 명확히 보여 줍니다.

제국주의의 위기

시온주의의 딜레마와 그 내부 위기는 미국에게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미국에게 이스라엘은 중동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서 핵심적인 ‘요새’ 구실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은 1945년 이후 미국의 군사 원조를 가장 많이 받은 국가로, 1946년부터 2023년까지 그 규모는 약 2600억 달러로 추산됩니다.

물론, 미국은 중동 패권을 유지하려면 이스라엘뿐 아니라 중동의 여러 동맹국에도 의존해야 합니다. 그런데 중동의 다른 친미 정권들은 대중 반란에 취약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실제로 대중 반란이 중동의 친미 정권을 무너뜨려 미국의 패권에 타격을 주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친미 왕정이 타도되고, 2011년 이집트 혁명으로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가 쫓겨난 것이 그런 사례들입니다. 당시 아랍 혁명은 이집트 외에도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여러 정권들을 위협했습니다.

반면 이스라엘은 내부로부터의 대중 반란으로 스스로 무너질 위험이 없습니다. 식민 정착자 국가인 이스라엘 국가가 토착민 강탈에 대한 공통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사회의 상이한 집단들을 단결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벌어지는 네타냐후 퇴진 시위도 시온주의 체제 자체가 아닌 정부를 초점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제국주의의 이해관계를 지키는 가장 믿음직스런 요새가 된 것입니다. 미국 제국주의는 경제, 군사, 사회, 정치 등 이스라엘의 여러 방면에 결정적 지원을 제공했습니다.

그렇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이 모든 문제에서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장 바이든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말살하려는 네타냐후 정부의 시도가 아랍에서 어떤 후폭풍을 일으킬지 염려합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해방을 위한 투쟁은 아랍 대중의 투쟁과 얽힐 때가 많았습니다. 가령 팔레스타인 연대는 2011년 아랍 혁명 기간 내내 제기되었습니다. 2011년 5월 ‘나크바의 날’에는 레바논, 시리아, 이집트, 요르단에서 수천 명의 시위대가 이스라엘 국경에 접근하거나 침입을 시도했습니다. 그해 9월에는 대규모 시위가 이집트 카이로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을 포위했습니다. 시위대 수천 명이 보안 장벽을 무너뜨리고 이틀 동안 대사관을 점거했습니다.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들은 가까스로 구출됐고, 대사와 외교관 85명은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피신해야 했습니다. 당시 네타냐후는 아랍 혁명을 이스라엘의 최대 안보 위협으로 규정했습니다.

이런 경험은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의 긴장을 이해하는 데서 중요합니다. 이스라엘 국가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제거하고 시온주의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것입니다. 미국, 영국, 유럽 강대국들은 어떤 세력이 이스라엘에서 집권하든, 이스라엘이 어떤 전쟁 범죄나 인권 침해를 벌이든 상관없이 자신들의 제국주의적 이익을 위한 교두보로서 이스라엘을 항상 옹호할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강대국들은 중동에서 제국을 관리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즉, 이들에게는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이 더 광범한 반제국주의 반란의 기폭제가 되지 못하게 막아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바이든은 이스라엘의 전쟁 수행을 계속 지원하면서도, 이스라엘의 행태가 아랍의 대중을 자극해 미국의 중동 통제 전략을 어그러뜨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바이든과 네타냐후가 의견 충돌을 빚는 것입니다.

10월 7일 이후

10월 7일 공격 이후 이스라엘에서는 공공연한 인종 학살 언사가 정치적 스펙트럼을 뛰어넘어 일반적인 특징이 되었습니다.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 물자를 보내 달라는 요청에 대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 벤그비르는 “가자지구에 들어가야 할 것은 수백 톤의 폭탄이지 인도적 지원은 1온스도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벤그비르와 같은 극우 정당 소속의 또 다른 장관은 가자지구에 핵폭탄을 투하하는 것이 “가능성 중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극우 정치인 스모트리치는 “가자지구 아랍인들이 전 세계 국가로 자발적으로 이주하는 것 ... 이것이 75년 동안 난민, 빈곤, 위험에 처한 가자 주민들과 지역 전체를 위한 올바른 인도주의적 해결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한 이주가 ‘자발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실 분은 여기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공공연한 인종 학살 언사는 결코 극우 시온주의자들에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리쿠드당 소속 국방장관 요아브 갈란트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인간 짐승’이라고 불렀습니다. 전 총리이자 현재 ‘중도’ 야당의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는 지난해 반정부 시위의 스타 중 한 명인데, 가자지구에서 학살된 민간인들은 “대부분 하마스 테러리스트”라고 말했습니다. 이스라엘 대통령이자 대표적 노동당 시온주의자인 아이작 헤르조그는 “민간인은 몰랐다거나 관여하지 않았다는 말은 절대 사실이 아니”라며 팔레스타인인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이것은 이스라엘의 모든 정치 세력이 그 스펙트럼을 불문하고 공유하는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공통된 적의를 보여 줍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이제 극우의 앞길에 걸림돌이 없는 상황이 됐다고 비관합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극우도 시온주의의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신속한 승리로 팔레스타인인들을 제압하려 한 네타냐후의 의도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완강한 저항으로 좌절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저항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네타냐후 정부는 가능한 더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죽이고 쫓아내겠다고 을러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악랄한 짓은 저항 세력을 제거하지도 못한 채 외려 저항의 씨앗만 뿌린 꼴이 될 수 있습니다. 즉, 이스라엘 극우가 내놓은 ‘해법’은 식민 정착자 사회의 위기를 해결하기는커녕 그것을 더 심화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전쟁이 애초에 구상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장기화되면서, 이스라엘 내의 갈등은 더 깊어졌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가 이를 여실히 보여 줍니다.

물론 그들의 걱정거리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목숨이 아닙니다. 이 시위 주도자들은 지난해 반정부 시위를 이끈 사람들인데, 그들은 전쟁이 반년이 지나도록 하마스를 제거하지도 못하고 인질들도 구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네타냐후 정부에게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시위대는 이스라엘군 전사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네타냐후가 초정통파 유대교도 청년들의 병역 면제를 유지해 주는 것에도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을 보면, 이 시위도 팔레스타인인들을 굴복시키고 점령을 유지하는 데서 이견이 있는 게 아닙니다. 다만 목적을 성취하지 못한 채 이스라엘 유대인들만 너무 많이 죽어 나가는 것을 두고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해방의 가능성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이스라엘 규탄 운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중동은 물론 제국의 심장부인 영국, 유럽, 미국 등 전 세계에서 대규모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이러한 항의 운동은 팔레스타인인들과의 연대 문제를 세계 정치의 중심에 올려 놓았고 제국주의적 이익을 위해 이스라엘 지원을 멈추지 않는 지배계급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바이든은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당국의 역할을 보존하고 가자지구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영구 점령하거나 팔레스타인 주민을 추방해선 안 된다고도 말합니다. 미국은 이 지역의 안정이 위협받을까 봐 두려워하면서 마치 자신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 공평무사하게 처신하고 있다는 허상을 퍼뜨리려 합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제국주의 열강과 중동의 지배자들에게 현 상황은 위험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아랍 혁명의 재연 가능성은 제국주의 국가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적인 대규모 항의 운동과 시위가 매우 중요합니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와 인접해 있고, 연일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요르단과 아랍 국가 최대의 노동계급이 있는 이집트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대중 저항에도 연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팔레스타인 투쟁을 지지하고 저항이 승리하기를 바라는 것은 국제 연대의 기본입니다. 그러나 그 이상의 의미도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의 자유를 위한 대의는 중동의 제국주의 질서에 맞서는 투쟁, 해방과 사회주의를 위한 더 넓은 혁명적 투쟁과 분리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제국주의와 전쟁과 인종분리체제와 민족 억압이 없는 세상, 즉 팔레스타인이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자유로워지는 세상을 위한 투쟁입니다. 우리는 이런 전망을 가지고 운동을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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